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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2. 『새로운 계획』의 주요 내용
3. 평가 및 함의
4. 정책적 고려사항
1. 문제제기
2016년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제6차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이하 FOIP) 전략』을 발표한 이후 인도-태평양은 중국의 강대국화와 그로 인한 국제질서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개념이자 전략 및 구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가운데, 2023년 3월 일본은 『‘FOIP’를 위한 새로운 계획』(이하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본고는 『새로운 계획』의 주요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일본이 추구하는 지역 전략의 현황을 점검하겠다.
특히 일본의 기존 FOIP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계획』이 대중 정책 기조의 측면에서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2016년 아베 총리가 내세운 일본의 FOIP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했지만 점차 대중 경쟁과 협력의 이중 구조를 띠는 내용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서 본고는 『새로운 계획』에서 대중 경쟁과 협력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하고, 일본 정부의 대중 정책 기조를 평가 및 전망할 것이다.
이와 함께 본고가 주목하는 부분은 『새로운 계획』이 FOIP 실현을 위한 대응의 축으로 기존의 세 개에서 ‘인도-태평양 방식의 과제 대처’라는 국제 공공재의 문제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기존 FOIP은 2018년 외무성이 제시한 바와 같이 ▲법의 지배·항행의 자유·자유 무역 등의 보급 및 정착, ▲연결성 강화를 통한 경제적 번영의 추구, ▲해양법 집행능력의 향상 지원·인도적 지원·재해 방지 등의 평화와 안전 확보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새로운 계획』이 국제 공공재 문제를 대응의 축으로 추가한 배경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새로운 계획』에 따른 일본 대외 원조 정책의 변화도 분석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작년 12월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바, 일본의 『새로운 계획』에 대한 고찰을 통해 지역 차원의 한·일 협력을 구상하는데 필요한 함의 및 정책적 고려사항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새로운 계획』의 주요 내용
가. 목적·기본적 사고
『새로운 계획』의 목적 및 기본적 사고는 FOIP의 중핵적 개념인 ‘자유’, ‘개방성’, ‘다양성’, ‘포섭성’, ‘법의 지배’를 국제 사회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계획』은 FOIP이 혼돈에 빠진 국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계획』이 FOIP을 국제 사회를 통합하는 비전으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다수의 국가들이 대러 비판 및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일본은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사고방식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계획』은 국제 공공재의 문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의제로 포섭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구체적인 과제로 기후, 환경, 국제보건, 사이버 공간 등을 들고 있다.
나. FOIP 협력을 확충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의 축
(1) 첫 번째 축: 평화의 원칙과 번영의 규칙
‘평화의 원칙과 번영의 규칙’은 평화를 지키고 자유, 투명성, 법의 지배가 확립되어 약소국이 힘에 의한 굴복을 당하지 않는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새로운 계획』은 평화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 존중, ▲일방적인 현상변경 반대, ▲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 ▲여성평화안보(Women, Peace and Security)에 입각한 대응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번영을 위한 규칙으로서 ▲자유롭고 공평·공정한 경제 질서, ▲불투명·불공정한 관행을 막는 규칙 만들기를 의제로 내걸고 있다. 번영을 위한 규칙 부분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 및 채무 함정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3월 20일 인도에서의 연설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과 경제적 위압을 하지 않는 것이 신뢰 가능한 경제 관계를 구축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2) 두 번째 축: 인도-태평양 방식의 과제 대처
두 번째 축인 ‘인도-태평양 방식의 과제 대처’란 기후·환경, 국제보건, 사이버 공간 등의 국제 공공재 문제에 대한 협력을 확충하여 각국 사회의 강인성 및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계획』은 국제 공공재 문제를 FOIP 협력의 새로운 역점으로 두고 있다. 일본의 기존 인도-태평양 구상은 세 개의 대응축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이번 계획에서 국제 공공재 문제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그 이유는 글로벌 사우스를 FOIP에 포섭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일본을 비롯한 서방의 선진국들이 글로벌 사우스의 불만과 우려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서 그들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인식에 따라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 역할을 지향하는 인도와의 협력이 최근 일본 외교에서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올해 1월의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담’에서 “코로나 19, 테러, 기후변동 등의 문제는 글로벌 사우스가 일으킨 것이 아닌데, 우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글로벌 사우스가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 같은 인도의 입장을 고려하여, 3월 20일에 개최된 일본과 인도의 정상회담에서는 개발금융, 식량안전보장, 기후변동, 에너지 문제 등이 중요 의제로 올랐고, 이 같은 일본 외교의 흐름을 반영하여 『새로운 계획』은 인도를 중요한 파트너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3) 세 번째 축: 다층적 연결성
『새로운 계획』은 ‘다층적 연결성’에 대해 지역 전체가 활력 있는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각국이 정부·민간·디지털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연계함으로써 선택지를 늘리고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다층적 연결성에 담긴 전략적 의도는 역내 다양한 행위자 및 공간 상의 상호 연계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완화하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하나의 국가에만 의존하는 연계 방식은 정치적 취약성의 온상이 되며, 연계하는 것으로 각국의 선택지가 늘어나고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 네 번째 축: ‘바다’에서 ‘하늘’로 확대되는 안전보장·안전이용의 대응
『새로운 계획』의 네 번째 축은 해양과 하늘을 포함한 ‘공익’ 전체의 안전 및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해양안전보장 부분에서 유사국의 군에 대한 자금협력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신설된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fficial Security Assistance, 이하 OSA) 은 그간의 정부개발원조와는 다르게 군사 분야에 특화한 원조이다. OSA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 및 운영지침의 틀에서 실시되는데, 방위장비이전 3원칙에 따르면, ▲국제분쟁의 당사국과 안보리 결의 위반 국가에 대한 이전은 금지되며, ▲이전은 평화공헌·국제협력 및 일본의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로 한정하며, ▲목적 외 사용 및 제3국 이전은 일본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게 되어 있다. 또한 운영지침에는 방위장비의 이전 사례로 ▲미국을 비롯한 안보협력 국가와의 공동개발 및 생산, ▲구조·운송·경계·감시·소해의 케이스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 간에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완화 움직임이 있어 OSA의 가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다. FOIP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어프로치
『새로운 계획』은 ODA의 전략적 활용을 추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ODA를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오퍼(offer)형’ ODA 협력이 신설되었다. 오퍼형 ODA는 기존의 요청주의에서 벗어나 일본의 강점을 살려 상대국에게 매력적인 ODA 협력을 제안한다는 개발협력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FOIP 전략에 따라 ODA를 실행함으로써, 특정 지역에 대한 관여를 지속하고, 지원 지역이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ODA에 ‘민간자금동원형’의 무상자금협력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일본 민간의 지혜와 투자를 활용하여 관민이 연동하는 형태로 개발 도상국의 경제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극 임하겠다고 하고 있다.
3. 평가 및 함의
『새로운 계획』의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FOIP에서 대중 경쟁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외 원조 분야에서 새롭게 마련된 오퍼형 ODA 및 OSA는 각각 대중 경쟁을 위한 제도들이다. 『새로운 계획』이 포섭성을 내세우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동 계획의 기조를 결정하는 핵심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계획』이 중국을 직접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중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작년 12월 말에 개정된 일본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는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새로운 계획』은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계획』 은 기시다 정권의 대중 정책 기조에서 관리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특히 올해는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의 해인 바, 하반기 일본 정부는 대중 관계를 관리하면서 협력이 가능한 분야들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 일본 대외 원조 정책의 전략성 강화와 대글로벌 사우스 외교
『새로운 계획』이 만들어지면서 일본 대외 원조에서 전략성이 강화되었다. 제안형 ODA, OSA 도입을 통해 일본 정부의 전략적 관점에 따라 개발협력과 안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대외 원조를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민간자금동원형 ODA의 신설로 일본 정부가 FOIP를 실현하는데, 일본 민간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계획』 하의 대외 원조 정책을 토대로 일본은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끌어안기를 강화할 것이다. 즉, 일본은 국제 공공재 문제에 대한 기여를 확대함으로써 인도 및 글로벌 사우스에게 중국·러시아의 방식보다 FOIP의 방식이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4. 정책적 고려사항
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새로운 계획』
일본의 『새로운 계획』은 한국 정부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한·일 양국 간의 세부적인 정책 조율을 위해 정책 당국 및 1.5 트랙 간의 전략 대화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과의 인도-태평양 협력이 중국을 자극하여 한·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시다 정권은 관리 쪽에 방점을 옮기고 있는 바, 한국 외교에서 일본과의 인도-태평양 협력과 대중 관계의 관리·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간자금동원형 ODA에서 알 수 있듯이 ODA를 둘러싼 일본 관민 간의 협조가 강화될 것인 바, 대일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 또한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협조 체계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나. 한국의 대글로벌 사우스 외교 강화의 필요성
한국 외교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3일의 국무회의에서 “식량과 보건 분야의 취약국이 집중된 글로벌 사우스를 살피고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기여외교의 주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을 향후 한국 외교의 중요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존의 경제 중심의 협력 관계 이상으로 인도와의 외교,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을 인도와의 양자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한국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시야를 가지고 대인도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끝/
* 붙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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