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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7 재블록화의 배경
2. G7의 대(對)러시아와 중국 대응
3. G7 재블록화의 함의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49차 G7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로 구성된 G7 정상회의는 지난 50년간 외교·안보, 경제, 개도국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 안정성과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한 G7 정상회의이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기후변화의 글로벌 위기로 국제정세가 혼란한 2023년에 G7 정상회의가 국제관계에 제시할 구상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2023년 일본 G7 정상회의의 결과는 국제관계에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규정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해서 G7이 블록(bloc)으로 단결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G7의 역사로 볼 때, G7이 블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냉전 기간 동안 G7은 블록으로 행동했고, 냉전 종식 후 2000년대에는 G7 국가들이 좀 더 각자의 국익을 위해 행동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G7이 블록화할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되어 있었다. 2023년 G7 정상회의는 G7의 블록화 잠재성을 현실화한 것이었고, 그래서 21세기 국제정치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를 만하다.
1. G7 재블록화의 배경
비형식적(informal) 협의체로서 G7 정상회의는 당해 의장국이 의제를 설정한다. 2023년 G7 정상회의 의장국 일본은 G7 정상회의에 대해 2개의 주제(perspective),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Upholding the international order based on the rule of law)과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Outreach to the Global South)을 설정하였다.
일본이 설정한 G7 정상회의 주제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이 G7이 다룰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의미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공세적인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위협을 제기하므로, G7 국가들은 공동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G7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보존을 공동의 목표로 삼을 이유는 그것이 1945년 이후 G7의 존재 환경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냉전 종식과 함께 지리적으로 전 세계로 확장되었는데, 현재는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위축되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훼손은 G7에게 존재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므로, G7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을 위해 단결하는 것이다.
G7이 보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다. 이 전쟁은 77년 만에 유럽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강대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는 사실에서 충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위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1945년에 수립되고 UN 헌장에 명시된 국제질서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 전쟁의 결과는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무력 사용을 시사하여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한다. 그리고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반서방 연합(anti-West coalition)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중국은 불공정한 비시장적(non-market) 무역관행으로 경제에서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이 2023년 G7 정상회의의 두 번째 주제로 설정한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 주제를 선택한 동기의 연장선 상에 둘째 주제가 존재한다. 일본은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호주 외에도 글로벌 남부의 대표로서 베트남, 브라질, 인도(2023년 G20 의장국), 지역 기구의 2023년 의장국인 인도네시아(ASEAN), 코모로(African Union), 쿡제도(Pacific Islands Forum)를 초청하였다. 글로벌 남부로 분류되는 다수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 또는 러시아/중국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7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해 글로벌 남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글로벌 남부를 포용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G7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식량위기, 보건, 부채위기 등 글로벌 남부와 관련된 이슈를 다뤄왔지만,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은 세력균형과 전략적 동기가 한층 강하다.
2. G7의 대(對)러시아와 중국 대응
G7의 블록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지원 약속에서 나타난다. G7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as long as it takes”) 지원할 것을 천명했고, 우크라이나 방어 결의의 상징으로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하였다. G7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하였다. 그것은 러시아가 G7의 첨단 기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여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하는 조치들이다. 또한 G7의 제재는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과 수출 능력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러시아 경제를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조치이다.
G7은 중국 대응에 있어서도 광범위한 수렴을 달성하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G7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중국을 다루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G7 정상선언문에서 중국 위협을 언급한 것은 2021년 영국 G7 정상회의가 처음이었는데, 그때에도 유럽의 G7 국가들은 유보적이었다. 그리하여 2023년 G7 정상회의 시작 전에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단결을 유지하고 그 집단적인 힘을 중국에도 적용할 것인가에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구심과 반대로 2023년 G7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경제/무역, 타국 내정 간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위협을 지적하고 중국에 대해 단결된 대응을 보여주었다.
G7은 중국이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즉각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고도 무조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과, UN 헌장의 원칙과 목적에 기초하여 우크라이나에서 포괄적이고 정의롭고도 지속적인 평화를 지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은 2023년 2월에 12개 조항으로 구성된 소위 우크라이나 평화계획(China’s Position on the Political Settlement of the Ukraine Crisis)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자처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계획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교전 중단을 요구할 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의 불법 점령을 공고화하므로 G7은 이에 회의적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려는 시점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중국에 대한 압박이자, 중국에 대한 G7의 단결을 보여준다.
대만에 관한 G7의 입장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임을 재확인하고,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추가하였다. 그리고 G7은 새로이 중국이 타국의 안보, 민주주의, 경제적 번영을 잠식하는 내정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G7의 중국에 대한 단결은 경제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G7은 경제 회복력(economic resilience)과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재설정(reset)하고 있다. G7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위험관리(de-risking)로 재규정하고 있다. G7은 중국과 건설적이고도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중국에 대해 위험관리와 다변화의 필요를 강조하고, 중국이 무역을 무기화(weaponization of trade)하는 것을 경고하였다.
G7은 중국의 공급망 지배, 비시장적 정책(non-market policy),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에 대해 공동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G7은 핵심 광물의 공급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다. 그리고 G7은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을 위해 개별 및 집단적으로 경제 활성화 조치에 투자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그동안 G7은 자유무역을 공급망 회복력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보아 왔는데, 이번에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의 자국 시장 보호로 공급망 회복력 수단을 변경한 것이다. G7은 정책의 전면에 안보를 위치시킴으로써 세계화의 전반적인 역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G7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글로벌 남부의 인프라 건설 지원과 연계이다. G7은 글로벌 남부에서 양질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여 새로운 공급망 구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개도국을 포함시키고, 인프라 건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도국의 과도한 (중국) 부채 축적도 방지한다는 의도이다. G7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Investment)을 통해서 인프라 건설에 6,00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약속하였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도 다루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은 외교적 마찰이 발생했을 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압박하는 경제 강압을 행하였다. 일본, 노르웨이, 호주, 한국, 리투아니아 등이 중국의 경제 강압의 표적이 되었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해 조율을 강화하고, 집단적인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 강압 조율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 on economic coercion)을 출범시켰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해 G7 외부의 국가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몇 년 전과 비교하여 G7이 중국에 초점을 맞춘 조율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 탈동조화는 현실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여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탈동조화 요구에 유보적이었는데, 이번에 위험관리로의 전환은 중국 위협에 대한 공통 인식과 대응 필요성을 기반으로 구체적 접근법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타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3. G7 재블록화의 함의
2023년 G7 정상회의의 성패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단결되어 있는 정도로 판단될 것이었는데, G7은 재블록화라는 유산을 남겼다. G7의 블록으로서의 지속성은 G7 국가들의 협력 의지,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 블록으로서의 혜택과 부담이 호혜적으로 분배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G7이 블록으로 존속한다면, G7의 블록화는 국제관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G7의 블록화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유사하게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극 진영 논리가 국제관계의 다양한 분야에 투영되고, 국제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의 효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이슈들은 더욱 정치화되고 다자주의적 해결을 찾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
G7의 블록화는 한국의 외교에 기회와 도전을 제기한다. 한국은 2021년과 2023년 G7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하였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존하려는 G7과 한국 사이에는 민주주의·인권의 가치와 시장경제의 공통점이 존재하고, 그것은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발현되었다. 한국에게 G7+ 가입은 경제력에 비례하는 국제적 리더십을 인정받고, 한국에 안정적이고 유리한 국제질서의 수립에 참여할 기회를 줄 것이다. G7+에 한국의 가입은 G7 전체의 역량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에도 유용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G7+에 가입하려면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G7은 50년 동안 소수 클럽으로서 협의(consultation) 문화를 축적하였기에, 한국의 G7 가입에 대해 만장일치 합의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G7+로 가입하려면 그만큼 각각의 G7 국가들에 대해 긴밀한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대(對)G7 외교에서 일본과 미국에 대한 외교가 특별히 중요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은 G7에 밀착이 발생시킬 수 있는 비용과 혜택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G7과의 관계 긴밀화는 중국 위험관리를 수반해야 한다. 한국의 G7에 밀착은 중국과의 관계 정체, 나아가 중국의 경제 강압의 타겟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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