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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러우전쟁과 한국 방산의 부상
II. 우방국 간 방산수출 경쟁과 견제의 가능성
III.우리의 방산수출을 위한 군사외교 전략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9일 호주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인태지역의 유사입장국으로서 방산 및 우주분야에서 협력과 군사훈련의 증대 등 국방 및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인도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정부는 방산, 디지털, 바이오헬스, 우주 분야에서 인도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과, 독일 및 인도네시아와도 방산협력을 확대할 것을 논의했다. 향후 우리의 유사입장국들과의 방산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므로 앞으로 우리 정부의 군사외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우리의 군사안보 전략과 경제적 실익을 모두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인태지역의 규칙 기반 질서 구축에 기여하여 이 지역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증진시켜야 한다.
I. 러우전쟁과 한국 방산의 부상
현재 발발 이후 1년 3개월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양국의 무기재고를 빠르게 고갈시키면서 우방의 지속적인 무기지원과 전 세계 방산업체의 대규모 무기생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중경쟁과 진영 간 갈등이 전 방위로 격화되는 중 일어난 이번 전쟁은 각국 정부가 지속되어온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방비 지출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는 국가적 명분을 제공했다. 이미 지속적으로 증대해온 전 세계의 국방비는 2022년(전년도 대비) 일본 26%, 독일 17%, 대만 14%, 영국 12%, 미국 10%, 한국 4.4%(57조143억 원)가 각각 증가했고, 2023년의 경우 전 세계의 국방비 지출액은 2조 2400억 달러(약 3000조원)로 2022년 대비 3.7%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더하여 이번 러우전쟁은 각국의 무기생산 경쟁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항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 방산 업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스페이스X와 플래닛랩스(Planet Labs) 등 美 IT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방위산업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무기는 기술, 품질, 가격 면에서 선진국의 80~90%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2017~ 2021년 간 세계 수출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무기의 수출 증가율은 무려 177%로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우리의 방산은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산수출 점유율을 5%까지 증대시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의 방산수출국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공언하기도 했다. 탈냉전기 전차와 대포의 대규모 생산을 줄여온 유럽에 비해 한국은 북한의 지속된 위협에 대응하여 이러한 무기의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고 대규모의 빠른 생산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무기가 고갈되고 있는, 당장의 무기 구매가 절실한 유럽에 있어서 민주주의 우방국인 한국의 무기는 대단히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폴란드와 57억 6000만 달러(7조 6천억 원)에 이르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30억 달러(4조 1770억 원)에 이르는 FA-50 전투기를 포함하여 약 120억 달러의 방산계약을 체결했고, 이번 계약은 탄약과 후속 군수지원 물량을 포함하면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도 방어용 유도무기와 다목적 수송기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미국 방산업체와 군사용 무인기 생산 협력을 추진하는 등 한국 방산의 부상은 곧 인태지역 및 전 세계의 다양한 우방국으로부터 다양한 안보협력의 요청으로 이어질 것이다.
II. 우방국 간 방산수출 경쟁과 견제의 가능성
러우전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증가한 측면도 있는 방산 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경우, 한국 방산의 빠른 부상은 자연스럽게 주요 무기수출국과 글로벌 방산업체의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2월 노르웨이가 우리 K2 전차가 아니라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의 기술적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NATO 회원국 간 군사적 연대와 역사적인 정치적 신뢰관계가 우리의 유럽에 대한 협상력에 불리하게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계약을 앞두고 경쟁국이 상대에게 불리한 정보나 허위정보를 퍼뜨리며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 최근 우리의 K2전차가 고배를 마신 데에는 K2 전차 수출형 이름인 ‘블랙팬서(Black Panther)’를 사용한 노르웨이 기병대클럽 소유의 도메인(k2 BlackPanther. no)에서 한국 무기를 음해하는 글이 다수 게시된 일도 있었다.
한국 무기 관련 도메인(k-2.com, k2.com, k2BlackPanther.com, k9.com, k-9.com t-50.com)과 유사한 이름의 도메인이 온라인 여론전에 개입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즉 우리 무기를 둘러싼 잠재적 구매 국가 내 여론도 우리의 협상력과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방산수출에 있어서 중국, 유럽뿐 아니라 일본,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미국의 동맹과 선진 중견국도 우리의 경쟁자일 뿐 아니라 국가 간 정치외교적 이해관계도 방산협력에서 중요한 변수이므로 앞으로 방산수출을 위한 우리의 군사외교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다.
한편, 방산업체 간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산의 부상을 반기는 시각도 있다. 최근 2023년 1월 외교안보 전문 매거진 ‘Foreign Policy’에 기고한 美 워싱턴 D.C. 소재 씽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의 블레이크 헬징거(Blake Herzinger) 는 한국 방산업체가 기술이전과 현지 수리 및 현지 생산의 이익을 제공할 의지가 있고 대규모 생산 능력이 크다는 점에서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유럽 시장에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생산 능력은 동맹국인 미국에게 안보적 이익이며 러우전쟁의 무기재고 소진 속도를 감안할 때 유럽과 한국 방위산업 역량이 연결되는 것은 서방의 안보 이익과 합치한다는 것이다. 헬징거는 러시아와의 외교적 고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독일의 무기수출에 유럽이 의존하기보다 방산강국이 되려는 한국과의 협력은 유럽 안보를 위한 안전한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III.우리의 방산수출을 위한 군사외교 전략
향후 우리의 방산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군사외교 전략은 어떤 변수들을 고려해야 할까? 정부의 군사외교는 우리의 방위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각지에서의 우리의 방산계약이 성사되는 데에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방산수출은 플랫폼 수출을 넘어 시스템 수출이 되어야 한다. 해외에 단순히 우리의 기술, 장비와 무기만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무기의 운용교리 즉 무기를 작전적, 전술적으로 운용하는 방법과 정비인력도 하나의 패키지(package)로서 수출되어야 하고, 무기 수입국과의 군사훈련도 함께 추진하여 특히 우호국과는 군사적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지휘통제 장비 및 감시정찰 장비 등이 함께 수입국에 들어가면 연합 군사훈련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으므로 우리 방산협력국과의 상호운용성 뿐만 아니라 상호의존성도 함께 증대시켜 군사적 연대의식도 강화될 수 있다. 즉 무기만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도 수출하고 방산협력국으로서 우리의 방위업체가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지원이 우리의 군사외교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정부는 우리의 방산업체 관련 해외여론의 동향을 모니터링 할 뿐 아니라 선제적으로 우리의 방산업체에 대한 우호적인 국제여론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의 무기수출이 경쟁국의 경제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어 경쟁국의 강한 견제가 촉발되지 않도록 한국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 들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국제 안보에 대한 우리의 기여와 전략적 중요성 및 장기적 상호 이익 창출 가능성을 강조하는 홍보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관련 우리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및 방산 경쟁국의 지적도 주의해서 들여다봐야한다. 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비판은 견제와 배제의 명분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러한 평판과 이미지가 확산되지 않게 하는 국제적 여론관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한국 방산수출이 지금 당장의 상황을 넘어 향후 한국이 경쟁국들의 안보 및 수출 지역의 안보에 어떻게 이익이 될 것인지, 한국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한국 무기의 수입과 한국과의 안보협력이 왜 해당 국가에 안보·경제 이익을 창출시킬 수 있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국가안보실이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각 군,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 및 우방국들과 다양한 정보협력과 군사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만큼, 우리 방산의 잠재적 협력국들과 군사정보 협력이나 방산 등 국가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관련 공동 대응, 그리고 무기체제 공동개발 등 다양한 안보협력 의제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협력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즉 우리의 방산수출이 단순히 우리의 이윤 창출을 넘어 우방국 간의 신뢰구축과 굳건한 연대 및 외교적 관계의 증진을 통해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안보협력에 있어서 정보기관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호국 정보기관 간 공동의 군사훈련이나 인적교류는 참여국 혹은 교류국 간에 신뢰와 연대를 고취시킬 뿐 아니라 무기판매 및 무기체계의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략적 효과가 크다. 더군다나 공동의 군사훈련은 반드시 정보의 교환과 향후 더욱 확장되고 강화된 협력에 대한 논의를 동반한다. 최근 우리의 정보기관은 NATO와 사이버 군사훈련을 수년 간 진행해왔고 NATO 사이버방위센터(CCOCOE)의 회원국이 된 만큼 그러한 교류협력에 방위업체 간 공동연구나 개발 및 전략토론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이 방산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수출전략과 안보협력 전략을 엮는 정교한 계획을 관련된 정부 각 부처들이 함께 군사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국내외 온라인 공간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한국의 무기와 방산수출 및 우리의 안보정책에 대한 음해성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가 유통되지 않도록 우리와 관련된 국제여론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우리 무기의 기술과 품질이 투명하게 검증된다고 해도 무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우리와 관련된 부정적인 정보가 잠재적인 수입국가나 혹은 경쟁국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여론관리는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반드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우리 정부 관료나 방산업체 관련 인사의 공식적, 비공식적 발언이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형태로 확산되거나 잘못 인식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에 대한 평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방산수출은 일반적인 상품의 수출과 달리 수입국가의 생존과 안보 및 국제평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우리의 무기수출 전략을 단순히 시장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협력국과의 안보이익 및 안보위협의 공유, 국제평화에 대한 기여 증진 등 우리의 안보정책에 대한 타국의 긍정적인 평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이러한 평가가 한국의 방산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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