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사태 배경 분석 ( http://opendata.mofa.go.kr/mofapub/resource/Publication/14186 ) at Linke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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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단 사태 배경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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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군부 내 권력 투쟁의 폭력화
    2. 정체성 대립 양상
    3. 외부 국가의 영향력 다대
    
    2019년 4월, 30년 동안 집권했던 오마르 알 바시르(Omar al-Bashir) 대통령 축출은 수단의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고취하였다. 하지만 알 바시르 정권 붕괴에 일조한 군부와 시민혁명 세력 간 갈등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지체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군부 내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아랍의 봄’은 수단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올해 4월 8일부터 압델 파타 알 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이 이끄는 수단 정규군(SAF: Sudanese Armed Forces)과 모하메드 함단 ‘헤메티’ 다갈로(Mohamed Hamdan ‘Hemetti’ Dagalo, 이하 헤메티)가 이끄는 준(準)군사조직인 신속대응군(RSF: Rapid Support Forces)이 수도 카르툼을 비롯해 메로웨(Merowe), 포트 수단(Port Sudan), 카살라(Kassala), 다르푸르의 알파시르(Al-Fashir) 등 수단 전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정규군은 전투기, 중화기를 동원해 RSF 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며, RSF는 정규군 부대, 공항, 기간 시설 등의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몇 차례의 임시 휴전은 분쟁 당사자들의 위반으로 점철되었다.
    무력 충돌의 지속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카르툼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두 세력 간 시가전이 전개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4,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수만 명의 국민이 폭력 사태를 피해 집을 떠나 안전한 지역 혹은 차드, 에티오피아와 같은 인접국으로 피신하였다. 또한, 식량, 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전력난, 인터넷 불통 등으로 인해 민간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수단의 지정학적·경제적 가치 및 인도주의적 위기 악화는 동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였다. 유엔(UN) 및 역내 지역 기구인 아프리카 연합(AU:African Union),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둔 정부간개발기구(IGAD: International Authority on Development)는 휴전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및 군부 지도자들을 지원하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도 폭력 사태의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알 부르한과 헤메티가 서로를 타협할 수 없는 적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서 무력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설상가상으로 분쟁은 소모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정규군은 병력 규모가 RSF보다 크고 공군력 및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RSF는 병력 규모는 작지만, 다르푸르, 예멘에서 비정규전 경험이 풍부하다. 따라서 이 두 세력 간 무력 충돌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귀결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수단 사태는 ▲군부 내 권력투쟁의 폭력화, ▲정체성 대립 양상, ▲외부 국가의 영향력 다대(多大)라는 세 가지 배경을 지닌다.
    
    1. 군부 내 폭력 투쟁의 폭력화
    
    수단 사태는 군부 지도자 간 권력투쟁이 폭력화된 결과이다. 알 부르한과 헤메티는 다르푸르 내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알 부르한은 내전 당시 정부군을 이끌었다. 헤메티는 정부군 편에 서서 다르푸르 반군 및 민간인을 대상으로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를 이끌었다. 2013년 알 바시르 대통령은 잔자위드에서 발전한 준군사조직인 신속대응군(RSF)을 출범시켰다. 정규군과 RSF의 경쟁을 유도하여 쿠데타 가능성을 차단하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촉발된 대중 시위가 격화되면서 알 바시르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자, 2019년 4월 알 부르한의 군부와 헤메티의 RSF는 선제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알 바시르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후 이들은 대중 시위를 주도한 세력과 연합하여 과도 정부인 주권회의(Sovereign Council)를 출범시키고 체제 전환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2021년 9월 이들은 두 번째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인사들을 축출하고 권력을 독점하였다. 이후 시민들에 의한 반쿠데타 시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구 국가들 및 국제기구는 수단에 대한 원조를 중지하였다. 이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알 부르한과 헤메티는 시민 세력과의 타협을 통해 민정 이양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두 군부 지도자들 간 갈등이 증폭되었다.
    가장 쟁점이 된 문제는 RSF의 정규군으로의 통합이다. 알 부르한은 민정 이양 과정에서 2년 내 통합을 주장한다. 반면 헤메티는 이에 반발하여 10년 동안 점진적인 통합을 주장한다. 헤메티는 정규군으로의 신속한 통합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상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다르푸르 인권유린, 알 바시르 축출 후 벌어진 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살상에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 상실은 자신에 대한 국내 혹은 국제 사법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알 부르한은 정부군과 맞먹는 RSF의 존치가 자신의 권력 유지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민정 이양 후 하나의 군 형성을 통해 RSF의 약화를 시도한다.
    막대한 경제적 이권도 알 부르한과 헤메티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데 일조하였다. 1956년 독립 이후 군부는 주요 자원인 석유, 금, 아라비아 검(gum arabic), 참깨 등의 생산, 수출 장악과 250여 개에 이르는 국영 기업 통제를 통해 수단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알 부르한과 헤메티도 이러한 이권 장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헤메티는 정규군 통합이 자신의 경제적 이권 축소 혹은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면 알 부르한은 신속대응군 흡수를 통해 헤메티의 다르푸르 지역 금광 및 기타 자원 산지 통제력 약화를 시도한다.
    
    2. 정체성 대립 양상
    
    알 부르한과 헤메티의 권력투쟁은 부족, 지역, 종교적 정체성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알 부르한은 정규 군사교육을 받은 군부 엘리트이며, 독립 이후 권력을 독점한 수도 카르툼을 위시한 리버 나일(River Nile)주 부족 출신이다. 반면 헤메티는 수단 변방 다르푸르의 차드 아랍계 리제이갓(Rizeigat) 부족 출신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다르푸르 내전 이전 낙타 거래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수단 엘리트층은 차드와 인접한 다르푸르 변방 출신이며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헤메티를 경멸적인 시선으로 보았다. 이들 사이에서 민정 이양 시 헤메티가 지도자로 부상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반면 헤메티는 군부 엘리트들과 협력하여 두 번의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질시하는 지도층 인사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정규군과 맞서기 위해 과거 적이었던 다르푸르, 남코르도판(South Kordofan) 출신 무장단체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부족·지역 간 대립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한, 수단 사태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간 대립 양상을 지닌다. 두 번째 쿠데타 이후 알 부르한은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알 바시르 축출 이후 숙청된 이슬람주의자들을 복권시켰다. 하지만 헤메티는 자신을 질시하는 구엘리트 세력의 복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을 민주주의와 세속주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알 부르한이 민정 이양을 가로막고 구체제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한다. 즉 헤메티는 알 부르한과의 권력투쟁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간 다툼으로 포장하였다. 이를 통해 민정 이양 과정에서 시민혁명 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하였다. 하지만 민간 인사들은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전력이 있는 헤메티를 불신하고 있다.
    
    3. 외부 국가의 영향력 다대
    
    수단은 아랍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관문에 위치하며 주요 수송로인 홍해를 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비옥한 농토를 지닌다. 이러한 지정학적·경제적 가치는 외부 국가의 개입을 유도하였다.
    이집트,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구성된 ‘아랍 트로이카’는 수단 군부와 밀착해 있다. 알 바시르 축출 이후 이들은 수단발 민주화의 확산을 우려하면서 군부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을 둘러싸고 상류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단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단의 금 개발, 농토 개발 이권 획득 및 수단 내 이란 영향력 약화를 추구하였다. 이집트의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대통령은 깊은 유대관계를 맺은 알 부르한의 정규군과 합동군사훈련 전개 등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UAE는 헤메티의 RSF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메티는 예멘 내전 파병, 리비아 동부 지역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Khalifa Haftar) 지원을 통해 UAE와 관계 강화를 추구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중국,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도 수단에 영향력을 지닌다. 러시아는 알 바시르 집권 때부터 수단 해안 지역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아프리카 및 아라비아반도에서 러시아 영향력 확산 및 서구 견제를 시도한다. 이와 더불어 바그너(Wagner) 용병 그룹이 RSF와 협력하여 수단의 금광 개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알 바시르 정권 때부터 경제적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석유를 비롯한 자원과 인프라에 상당량의 투자를 단행하였다. 미국은 알 바시르 축출 이후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원조를 재개하면서 수단과의 관계 복구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2021년 두 번째 쿠데타 이후 민정으로의 조속한 이양을 촉구하면서 군부 지도자와 시민 세력 간 협상을 중재하였다.
    외부 국가의 영향력 다대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부 국가의 지원은 알 부르한과 헤메티 간 갈등의 폭력화에 일조하였다. 두 지도자는 외부의 지원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이 증가한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따라서 무력 사용을 고수하면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외부 세력이 군사적 지원에 착수할 경우 무력 분쟁은 복잡해지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랍 트로이카, 러시아, 미국, 중국은 수단 사태의 악화가 인접 지역 정세 불안정 및 자국의 이익 침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이러한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종전을 호소하며 두 지도자 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와 역내 분쟁 해결 경험을 지닌 AU와 같은 지역 기구가 협력하여 전투 중지를 위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 외부 국가에 의존하는 정규군과 RSF가 전투를 중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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