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동 정세 전망 ( http://opendata.mofa.go.kr/mofapub/resource/Publication/14130 ) at Linke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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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중동 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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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주요국 리더십 변화 가능성
    2. 삼각 경쟁 구도의 등장과 소다자주의의 확대
    3. 이란 내부 불안정성 여진 지속 및 핵합의(JCPoA) 재협상 난항 예상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주요국의 리더십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특정 지도자의 성향과 전략에 따라 국가의 방향성이 좌우되는 지역이 중동이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어떤 리더십이 자리잡는가에 따라 정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지정학적 역학관계는 역내 삼각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2023년은 특히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현대 중동 탄생의 핵심 배경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향수를 간직한 튀르키예와 이슬람 종주국을 자임하는 사우디, 시아파 혁명 사상의 주역을 자임하는 이란 간 삼각 경쟁의 구도가 가시화되는 202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주요국 리더십 변화 가능성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이 주목된다. 사우디의 연로한 살만(Salman bin Abdulaziz al Saud) 국왕과 와병설이 도는 고령의 이란 최고 지도자의 퇴임 이후가 관건이다. 중동의 지역 패권을 다투는 두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 교체는 역내 정치 지형의 주요 변수다. 권토중래한 이스라엘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정부의 보수화 성향에 대한 관심, 올 6월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이후 전망도 주목할 만하다.
    88세를 맞는 사우디의 살만 국왕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Muhammad bin Salman al Saud, 이하 ‘빈살만’) 왕세자다. 별 이변이 없는 한 수년 내에 1932년 왕국 건국 이후 최초로 3세대 왕위 즉위가 예상된다. 90년간 이어지던 형제계승의 전통이 종식되고 젊은 권력이 들어서는 셈이다. 
    아직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권력은 상당 부분 왕세자에게 옮겨갔다. 왕세자는 그동안 국방장관, 경제개발위원장 및 제2부총리 등을 겸직했지만 2022년 9월 28일 총리로 임명되면서 정부 수장직을 맡아 실질적 권력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았다. 2023년 내에 즉위가 이루어져 국가수반에 오를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보다 더 확고한 권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임은 확실하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알 하메네이(Sayyid Ali Hasseini Khamenei, 이하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도 주목된다. 왕위 계승자가 상시 임명되어 있는 사우디와는 달리 차기 이란 최고 지도자 예측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타계 혹은 하야 등 지도자의 유고 시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Assembly of Experts)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메네이의 건강 이상설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유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위원회 내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계 권력 선출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선출 향방은 역내 지각 변동의 변수다. 보수적 인사가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경우, 더욱 강력한 대미 저항 경제노선을 채택할 것이다. 반면,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중도 개혁 성향의 인사가 등장할 경우 이란 내부 정치의 형질변화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2. 삼각 경쟁 구도의 등장과 소다자주의의 확대
    
    중동의 전통적 지정학 구도는 사우디와 이란이 주도하는 종파 진영론이라 할 수 있다.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 및 수니파의 대표를 자임하는 사우디는 이집트, 요르단 및 걸프왕정을 이끌며 친미 보수 진영을 형성하고 있다. 최대 석유수출국 지위에 종교 소프트파워를 덧대어 역내 패권국 지위를 추구한다. 
    반면, 이란은 혁명 수출을 추진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1979년 호메이니(Khomeini) 혁명을 통해 구축한 이슬람 법학자 통치 체제(Velayat-i-faqih)의 역내 전파를 국시로 하는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연대[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 및 예멘 후티(Houthis) 반군]는 절대왕정 사우디에게는 위협이다. 과거 파흘라비(Pahlavī)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정 체제를 시현한 이란의 영향력이 사우디 등 걸프왕정에 곤혹스러운 이유다. 
    한편, 전통적 사우디 수니파 진영과 이란 시아파 진영 축선(軸線)의 틈새에 튀르키예가 파고드는 중이다. 튀르키예는 세속주의 공화국의 이념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정부 출범 이후 통치 이념에 이슬람 복고주의가 가미되었다. 유럽과 중동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동시에 아우르고자 하는 에르도안의 확장주의의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는 걸프왕정 국가 중에 사우디와 이란 갈등선상에서 상대적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카타르와의 협력이 도드라진다. 현재는 튀르키예군이 카타르에 주둔하며 방위협력까지 유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걸프 지역에서 카타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예멘, 시리아,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며 특정 정파를 지원해, 존재감을 높여왔다. 이러한 행보를 바탕으로 튀르키예는 2023년에는 보다 적극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가 중동에서 내세울 소프트파워 콘텐츠는 동서양의 조화, 선거를 통한 공화정 유지, 동시에 이슬람 전통주의 존중 등이다. 역내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주국 다툼을 벌여온 사우디와 이란의 양자진영론 구도에 튀르키예의 개입과 관여가 가시화되면서 지정학적 복잡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기 3개국이 역내에서 전개할 외교정책의 플랫폼은 소다자주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간 직접적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지 않고, 역내 냉전처럼 진영 전체를 분리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각국에는 각각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를 지지하는 정파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복잡하게 포진해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는 역내외 각국들과 이슈별로 연대하는 소다자주의 플랫폼을 확대하여 복잡한 그물망 형태의 우방 그룹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역내 중소국들은 일방적 진영 편입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각자의 이익에 맞는 연대를 입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란 내부 불안정성 여진 지속 및 핵합의(JCPoA) 재협상 난항 예상
    
    2022년 9월 13일 하반기 히잡 불량착용을 빌미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된 후 재교육 도중에 사망한 여학생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 피살 사건으로 이란 전역에 히잡 거부 시위가 확산되었다. 강압적 이슬람식 복식 제한이 촉발한 시위에 나선 것은 여성뿐이 아니었다. 다수의 이란 남녀 청년들이 저항에 나섰다. 
    경제난을 비롯 국내외 위기가 겹치면서 이란 정부는 사회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보수 이슬람 기율 강화를 통해 혹시라도 모를 반정부 심리를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나아가 보수 기득권층을 위협하는 여하한 정치적 저항도 이슬람 보수 윤리를 통해 누르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란 청년들은 경제난의 책임을 정부가 솔직히 인정하고 미국과의 핵합의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고루한 이슬람 윤리 규범을 앞세우며 억압의 기제를 강화했다. 안면인식 및 녹화 시스템을 도입, 대중교통 이용 시 복장불량과 반체제 발언 등을 개인별로 추적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젊은 세대들은 저항에 나섰다. 이 와중에 마흐사 의문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 체제 입장에서 청년계층의 결집은 엄중한 위기의 전조(前兆)다. 불만이 있어도 체제에 대한 저항에 나서는 사례는 2009년 대선 부정 시위 이후 별로 없었다. 젊은 세대들은 대개 정치적 불관여층으로 남아 외국을 동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다르다. 체제를 전복시킬 위력에 이르지 못했지만 젠더(gender), 세대, 민족 등 지배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반대 요소들의 결집은 주목할 만했다.  
    2023년에도 시위의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경제난은 심각하고, 하메네이의 통치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속주의와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젊은 세대의 상당수가 빈곤계층과 결합하면 파괴력이 작지 않다. 그간 빈곤계층은 체제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여론의 동향에 의하면 반대 징후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와 계급의 연대 가능성 여부가 2023년 이란 국내 정치 지형의 중요한 시금석인 이유다. 
    이와 맞물려 당분간 이란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재협상 타결은 다시 교착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입장에서는 단순한 복식규정 위반을 이유로 젊은 여성이 의문사한 이란과 외교적 타협을 하기 쉽지 않다. 신장 지역의 위구르 탄압,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등을 내세우며 가치와 자유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중국을 압박하던 터다. 이란 정부의 극적 태도변화 없이 핵합의 재협상을 바이든이 적극 추진하기는 미국 국내 여론상 쉽지 않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면서 핵합의 협상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며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 온 유럽 3개국 영국, 독일, 프랑스는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군사 지원에 분노했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에 이란이 가담한 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럽이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와 압박을 운위(云謂)하는 상황에서 재협상 동력은 더욱 약화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최대 압박으로 초고강도 이란 제재를 시행해왔고, 이란 내부적으로 궁핍이 확산되는 등 제재의 효과가 없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시일 내 이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합의 타결 없이 이란의 핵능력 고도화 수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관한 답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타격 가능성을 강도 높게 천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이 분명함에도 이란핵합의 재협상 사안은 2023년에도 살아있는 의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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