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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일본의 정세 인식: 신(新) 냉전의 도래
2. 종합적 국력의 강화 및 주변국 외교
3. 한·일 간 전략적 이익의 수렴 속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 찾기
1. 2023년 일본의 정세 인식: 신(新) 냉전의 도래
(1) 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
일본에게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전쟁을 넘어 무력행사의 금지, 법의 지배, 인권 존중이라는 그간 일본이 누려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2022년 2월 25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한 다음날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군의 행동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이며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후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어떠한 함의를 제시하는지 주시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인가, 시진핑이 푸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어느 수준까지 공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2) 일본의 ‘국가안보전략’과 신(新)냉전 인식
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에 대한 고민 끝에 일본은 신(新)냉전이 도래했다는 정세 인식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에 개정된 일본의 ‘국가안보전략’은 “힘의 균형의 역사적 변화와 지정학적 경쟁의 격화에 따라 국제질서는 중대한 도전에 처해있다”면서 “일본의 주변에 군비 경쟁이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어서 ‘국가안보전략’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외 정책 및 군사적 동향에 대한 강력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며, 러시아는 “유럽에서 가장 중대한 위협이자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와 함께 안보상의 강한 우려”라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 두 권위주의 국가들이 제휴함으로써 미중 경쟁을 비롯한 국제 정세는 신냉전의 양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일본에게 북한의 군사 동향은 “이전보다 한층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3년 일본의 대외 정책은 위와 같은 엄중한 정세 인식 속에 전개될 것이다.
2. 종합적 국력의 강화 및 주변국 외교
(1) 종합적 국력의 강화
2023년의 일본은 ‘국가안보전략’에서 명시한 대로 종합적 국력, 즉 외교력·방위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을 수단으로 일본의 안전과 번영,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강화하는데 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규범을 재구축하는데 많은 외교적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2023년 봄 일본 정부는 ‘평화를 위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 전략의 발표를 통해 일본은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오는 다양한 도전 요인들에 대해 민주주의, 법의 지배,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대응 원칙으로 정립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 위협,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응하여 핵사용 금지(nuclear taboo)의 규범을 강화하는 것도 일본의 주요 과제 중에 하나이다. 5월에 있을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은 일본에게 핵규범 강화 외교의 무대가 될 것이다. 안보 분야를 보면 올해 일본은 자조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은 ▲반격능력을 보유하고, ▲2027년까지 방위를 국내 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방위비 증액 목표가 달성되면 2027년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방위비의 경우 앞으로 연구 개발비, 공공 인프라, 해상 보안청 예산 등을 포함한 ‘종합 방위비’의 관점에서 책정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은 유사시에 대비한 국내 체제를 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방위비 증대를 위한 증세에 일본 내에서도 조세 저항이 일어나고 있는 바, 2023년에는 방위비 관련 일본 정부의 국내적 설득이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2) 주변국 외교
2023년에도 미·일동맹은 일본 외교의 기축이 될 것이다. 올해 미·일 간 최대의 화두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미국의 통합 억제력 구축 속에 정립하는 문제이다. 미국은 반격 능력 보유 등 일본의 역량 및 역할 확대를 통해 미·일 동맹을 현대화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과 준(準) 동맹국과의 협력이 증대될 것이다. 작년 10월 22일 일본과 호주는 신안보 선언을 통해 “안보상의 긴급사태 시 상호협의하고 대응 조치를 검토할 것”에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는 상호방위조약의 일보 직전 수준까지 진전되었다. 여기서 안보상의 긴급사태란 대만 유사를 의미한다. 앞으로 대만 유사시를 상정한 자위대와 호주군과의 협력, 미·일·호의 공동훈련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신냉전의 갈등이 지나치게 격렬해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설 것이다. 일본의 신냉전 관리 기조에 가장 핵심은 중국과 건설적이며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2022년 11월 17일에 개최된 일·중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방위 당국 간 해공 연락 메커니즘과 안보 대화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일본은 2022년 막판에 확보한 중국 정상과의 소통 채널 및 갈등 관리 메커니즘을 통해 일·중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은 경제, 민간 교류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려 한다.
한편,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과 북·일 정상회담 시도를 병행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증대되면서 일본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2011년 11월 13일 기시다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3국 협력을 통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지속 제안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에 있었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집회에서 “북한 최정상과의 관계 구축이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게 납치 문제는 북한과의 최대 갈등 현안이지만 역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올해에도 유사한 역학이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의 대북 정책은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3. 한·일 간 전략적 이익의 수렴 속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 찾기
(1) 한·일 전략적 이익의 수렴과 요구되는 한국 대일 외교의 전략성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 간 전략적 이익이 수렴되는 상황이 가속화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관여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월에 발표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3국 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규정하고, 안보, 경제, 기후 위기 등의 공동 과제에 대응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한·미·일 협력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서 북한 문제 또한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질 것이다.
2023년의 한국 외교에서 일본은 국가안보문서 개정으로 2027년에는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반격 능력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할 수 있다. 향후 일본의 방위력이 미국의 통합 억제력과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한국 대일 외교의 전략성이 요구될 것이다.
(2) 강제징용문제의 해법 찾기
한국과 일본의 양자 관계에 주목하면 강제징용문제의 해결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해질 것이다.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의 재단 참여, ▲일본 정부 및 피고 기업의 사죄 및 반성 등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23년의 한·일 관계는 양자 간의 접점을 찾기 위한 외교·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다. 일본과의 외교 협상뿐만 아니라 피해자 설득 및 국내적 합의 형성도 여전히 한국 대일 외교의 중요 과제로 존재할 것이다. 외교 협상, 국내적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강제징용문제의 해결법이 마련된다면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서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이 문제를 두고 교착 상황에 빠진다면 한국의 사법 절차에 따라 현금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다시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또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록 문제 또한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사도광산은 강제징용문제와 연관되어 있어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현금화 문제라는 법적 문제를 넘어 강제징용문제의 역사성을 고려한 대일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2023년 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일 관계의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11월 1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 조사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과정에 대한 현장 조사를 완료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방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이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한국 정부는 국민 건강을 지키고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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