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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의 연계
2. 인도태평양 해군 활동에 대한 유럽의 입장
3. 유럽의 해군 역량과 한계
4. 영국 사례
5. 결론
<요약>
201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유럽 각국은 인도태평양 전략문서나 혹은 그에 준하는 정책 문서를 발표하며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데에는 공통적으로 인도태평양의 글로벌 경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그 상승 속도가 다른 지역을 상회하는 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의 주요 교역 및 투자 상대국인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호주, 베트남 등의 경제적 중요성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임에 따라 유럽 각국은 이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인도태평양의 경제적 중요성만이 유럽 각국이 이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략 및 정책 문서를 발표하게 된 이유는 아니다. 인도태평양에서 미·중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안보적 긴장 수준이 고조되면서 이 지역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이 안보적 불안정에 위협받을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넘어서 정치·외교·사회·문화·군사 부문에 있어서 포괄적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유럽·인도태평양 간 교역의 대부분이 해양 수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서도 인도태평양의 해양 수송로가 갖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각국 간 주권 문제로 대표되는 인도태평양의 해양 안보 문제는 유럽의 경제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럽 각국은 지정학적·지경학적 갈등의 중심이 되어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 질서의 새로운 규칙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이 규칙 형성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관여할 뜻을 천명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럽의 인도태평양 진출 움직임 중에서 해군 활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주목된다. 첫째, 유럽 해군의 인도태평양 진출은 새로운 현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외국의 안보 협력은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해양 안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군력을 동원한 유럽의 인도태평양 안보 관여는 이 지역에 영토와 주둔군을 보유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소규모 형태로 간헐적으로 행해졌을 뿐이다. 2000년대 소말리아 해적 퇴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소말리아 해역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해군 작전을 수행해 왔지만,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서쪽 끝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현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 지역으로부터는 거리가 멀다.
둘째,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은 동 지역으로의 유럽 해군 진출에 대해 국제 정치적으로 민감한 역내 사안에 유럽이 관심을 표명하고 나아가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비록 대규모의 유럽 해군 활동이 아니더라도 큰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의 해군이 중국 인근 해역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인도태평양 안보 긴장의 한 축인 유럽 해군의 인도태평양 내 해상 활동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태도를 인지하면서도 유럽 각국은 이를 감행하고 있다. 즉, 유럽 각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자국의 해군 활동이 대중 관계의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만에 하나 중국의 반발이 부재하더라도 유럽 국가의 인도태평양으로 해군력 투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활동이다. 해군력을 동원하는 데 소요되는 직접 비용 이외에도 유럽 지역에서 해군 자원이 장기간 인도태평양까지 왕복하고 활동하는 시간만큼 안보 공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도태평양 해군 활동에 필요한 정치적·재정적·안보적 비용에 비해 유럽이 이 활동으로 거둘 수 있는 이득과 효과는 불분명하다. 아직까지 유럽의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 안보에 대한 기여의 형태나 규모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상당 부분이 구체성이 없는 상태로 남아 있으며, 유럽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양 안보에 대한 해당 지역 국가들의 수요도 아직 불확실하다. 물론 일본, 호주, 인도 등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국이나 프랑스 등과 공동 군사 훈련을 하는 등 군사 교류를 해왔지만, 이들 국가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의 역할에 대한 기대, 요구, 필요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심지어 이 지역 안보의 큰 축이자 유럽의 동맹인 미국조차도 유럽의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에 관련한 역할에 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섯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인도태평양 안보 관여 역량, 이 중에서도 군사력에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 위협이 심각히 증가하였으며, 유럽 방위에 군사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냉전 종식 이후 유례없이 커진 상태다. 전쟁의 종식 시점과 방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럽의 방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곳에 해군력을 투사하는 방안에 있어 그 타당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 각국이 방위 예산의 규모를 대폭 늘리고 무기 도입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예산 증가분과 신규 도입 무기의 상당 부분이 이들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생긴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번 전쟁 전에도 군사 현대화 미비와 국방력 투자의 부족을 자인해 오던 유럽 각국이 인도태평양에 투입할 수 있는 군사력규모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므로 유럽 각국이 기존에 공언한 대로 국방비를 증액하더라도 단기간에 군사력의 질적 향상과 양적 팽창을 달성하기는 어려우며, 인도태평양에 투입할 해군력을 확실히 보유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유럽이 해군력을 동원해 인도태평양 안보에 관여할 이유, 의지, 역량 및 형태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지금까지 서술한 수요와 이득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용과 위험 요인 존재의 상대적 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인도태평양에 해군력을 투사하여 동 지역 안보에 관여하려는 이유,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여전히 이 지역에서 해군 활동을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 ▲유럽이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해군력의 정도, 그리고 ▲인도태평양에서 유럽이 실행할 수 있는 해군 활동의 형태에 관한 질문이다. 본 보고서는 이 질문 중 특히 유럽 해군의 역량에 초점을 두고 유럽 해군의 인도태평양 안보 관여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활동을 전망한 후, 한국의 대응을 제안할 것이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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