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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럽의 대응
2. 유럽의 방위력 강화 시도
3. 결어
2022년-2023년 유럽의 전략적 전환은 대(對)러 방어, 대(對)중 견제, 인도·태평양 진출로 요약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방위 부담 증가와 경기 침체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201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 의지를 꺾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 각국은 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위험을 인지하며,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자국 방위력 강화 시도는 한국산 무기 도입을 비롯한 한국·유럽 방위 산업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글은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대응을 살펴보고, 2023년 유럽의 방위력 강화 시도를 전망한다.
1.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럽의 대응
2022년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은 미·중 전략경쟁 격화에 이어 유럽의 안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2월 22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도네츠크·루간스크 2개 공화국의 독립을 전격 승인한 이틀 후인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였다. 이로써 유럽에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무력 분쟁이 발생하였다. 2022년 내내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러시아의 무차별적 포격·미사일 공격·공습 등으로 야기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와 대규모 피난민 발생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는 불가피하였다. 유럽은 미국과 함께 러시아를 강력 규탄하며 유례없는 고강도 대(對)러 제재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를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였다. 이에 러시아는 대(對)유럽 에너지 수출 중단 위협 등으로 대응하여 2022년 겨울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며 시작한 2022년은 경제 안보와 전통 안보 모두에 대한 위협 수준이 상승하며 높은 불확실성 속에 끝났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유럽은 내부 단결과 미국과의 연대로 대응했지만,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에 대한 온도 차는 유럽국가들 사이에도 존재했다.
이러한 온도 차를 볼 수 있는 것이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와 방식이다. 먼저 집단별로 보면, 2022년 1월 24일부터 2022년 11월 20일 기간 동안 EU 기구와 EU 회원국이 총 518억 달러(45.8%)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을 선언하여 최대 기여 집단이 되었다. 미국은 478억 달러(42.2%)로 2위, 영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의 합이 135억(11.9%) 달러이다. 기타 국가 그룹에 비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 영국과 노르웨이 등이 포함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전쟁에서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세계 경제에서 구매력평가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EU의 국내총생산(GDP)이 16%, 미국의 GDP가 16.3%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이 경제 규모에 비해 미국보다 더 많은 부담을 하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곳이 유럽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림 1>은 동 기간의 각국 지원을 더 자세히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은 각국 정부와 EU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거나 지원할 것이라 공표한 군사적, 인도적, 재정적 지원 규모를 집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이러한 지원을 한 국가는 총 40개국 및 EU이나, 도표 작성의 편의상 본 그림에서는 EU와 상위 18개국만이 표시되었다.
<그림 1>을 보면, 일단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미국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캐나다는 NATO 회원국답게 비유럽국가 중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도 지원액이 큰 편에 속하나 지원 형태는 각기 재정 지원과 군사적 지원에 치중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EU 회원국들은 개별 국가 차원의 지원과 EU를 통한 지원으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으므로 본 그림에 나타난 액수보다 각국의 실질 지원액은 높다. 폴란드가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액수를 지원하는 것은 폴란드가 이번 전쟁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폴란드의 역할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상당 부분을 군사적 지원으로 하는 것으로도 드러난다.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크게 인식하는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많은 지원을 하는 현상은 <그림 2>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 그림은 각국 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액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발트 3국과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가 GDP 대비 가장 큰 비중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무려 GDP의 1.1%를 우크라이나에 이미 양자 지원했거나 지원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그림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번 전쟁 발발 이후 EU 내에서 친(親)러 노선을 걸으며 대(對)러 제재와 관련하여 다른 회원국들과 대립하는 헝가리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다른 중유럽 국가들에 비해 작다. EU 회원국 간에는 전반적으로 반(反)러 정서가 강한 국가들이 대(對)우크라이나 양자 지원의 비중이 큰 경향을 보인다.
2. 유럽의 방위력 강화 시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은 냉전 종식 이후 추구해 온 경제적 상호 의존성 증진을 통한 평화 도모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2022년 EU 전략적 나침반과 NATO 신전략개념 채택으로 본격화된 유럽의 전략적 전환은 유럽 각국이 이러한 새로운 전략 방향을 이행할 물리력, 즉 군사력을 갖춤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 위협이 심각히 증가하였으며, 유럽 방위에 군사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냉전 종식 이후 유례없이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이 이미 2022년 유럽 각국은 방위 예산의 규모를 대폭 늘리고 무기 도입에 나서겠다고 공언하였다. 유럽에서 방위비 증액은 국방력 향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번 전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각국이 기존에 공언한 대로 국방비를 증액하더라도 단기간에 군사력의 질적 향상과 양적 팽창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일단 군사 현대화 미비와 국방력 투자의 부족은 유럽 각국이 전쟁 전부터 자인해 온 문제다. 게다가 예산 증가분과 신규 도입 무기의 상당 부분이 이들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생긴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위험과 고(高)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재정 투입과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등으로 인해 유럽 각국의 국방비 증액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2022년에 유럽이 자각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전략적 변화는 2023년에도 지속·심화하겠지만 이에 따른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 결어
2022년 러시아의 안보 위협 증가로 인해 유럽 안보에서 미국의 역할이 재강조되는 상황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커지면 이의 방식과 최종 목표에 대해 대서양 양안 간 이견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유럽의 평화 추구라는 목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유럽 간 많은 공통분모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러 방위력 증진, ▲EU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국가들과의 유대 관계 심화, ▲미국·유럽 간 전략적 협력 강화,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과의 협력 확대 등이 2023년 유럽의 대외정책 방향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유럽의 경계심도 커진 만큼, 유럽은 유럽 방위로 인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은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안보 협력에도 더욱 주목할 전망이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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