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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의 제기
Ⅱ. 미국 여론과 대외정책
Ⅲ. 대외정책 주요 이슈에 대한 미국 여론 동향
Ⅳ. 결론 및 함의
<요약>
국제관계 및 대외정책 관련 미국의 여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될 여지가 존재한다. 정책 결정에 있어 여론이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제 관계 및 대외정책 관련 미국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성 및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The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가 1974년 이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American Public Opinion and US Foreign Policy’ 자료를 이용하여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대외정책 관련 미국 여론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떠한 요인들이 미국 대외정책에 관한 미국인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관련된 미국 여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는 과반 이상의 미국 국민들은 미국이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의 미래를 위해 좋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 양당 지지자들 간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지지율이 뒤바뀌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에 관한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은 자국의 안전 및 위상, 경제적 이익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 중요한 대외정책 목표로 선택되어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기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과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세계화가 미국에 좋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으나, 그러한 인식은 양당 지지자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뿐 아니라 그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국제 교역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 국민들이 국제 교역에 대해 현실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과 관련된 미국 여론은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와 맞물려 중국의 부상 견제 및 역내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지지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 조사 결과는 일본 및 인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친밀도는 점점 향상되는 반면에 중국에 대한 친밀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응답자들은 자국의 대(對)아시아 정책 방향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역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하였다. 한편 과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유지가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동아시아 동맹이 미국에게 혜택을 준다는 인식이 10%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동맹의 혜택이 전혀 없다는 인식도 15% 내외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60% 이상의 응답자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의 수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수를 감소하는 것이 증가시키는 것보다 적절하다는 인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동아시아 동맹 유지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 주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동맹 관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 국민들은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중 군사력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들이 중국에 비해 미국의 군사력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으나,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우월하다는 인식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들은 미국 국민들이 중국을 경제력 측면에서 미국의 역량을 추월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이 군사력 부문에서도 진행되어 양국 간 격차가 작아지고 있다는 상황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들의 정당일체감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정당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정치 풍토 속에서도 대(對)중국 견제 기조 및 관련 사안들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對中) 관계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는 현재 미국 국민들이 중국을 파트너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과의 관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인식은 2018년을 기점으로 현저하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전에는 중국을 경쟁자 내지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미국 국민들의 수가 거의 대등하게 유지되었으나, 2018년 이후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우호적인 협력을 추진하기 보다는 중국의 역량을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미국인들에게 이제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로 오롯이 인식되고 있으며, 미국의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부상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미중 전략적 경쟁 담론이 미국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유권자 수준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강경한 조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미국 여론은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북한 핵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북한에 대한 친밀도를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는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친밀도는 점차 증가하는 반면 북한에 대한 친밀도는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의 변화, 즉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에게 있어 역내 주요 동맹인 한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한미 간 협력이 강화되는 반면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되고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론 조사 결과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는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미국인들의 인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인식은 양당 지지자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하여 미국 내 초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는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이 한국을 경쟁자보다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역내 주요 동맹으로서의 한국의 중요성과 한미 양국 간 협력 강화 움직임이 미국 여론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여론 조사 결과는 한국의 무역 관행이 공정하다고 미국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이민자들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한편 한국 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들의 정당 일체감에 따라 차이가 발견되었다. 과반 이상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한국 이민자들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응답하였지만, 그러한 인식은 민주당 지지자들과 무당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국과의 관계에 관한 인식에 어떠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가를 측정한 경험적인 분석 결과는 응답자들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경우,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여성인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한미 관계를 라이벌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응답자가 무당파가 아닌 경우,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경우,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여성인 경우, 보수적인 이념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 한국이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여론 조사 결과들은 한국 및 한국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내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외교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여론 조사 결과들은 북핵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 추가 생산에 반대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북한 핵동결, 즉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북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60% 이상의 미국인들이 반대한다고 답변하였으나, 북한 핵 동결에 대한 미국 여론의 지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론 조사 결과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현실적인 인식과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오랜 기간 북핵 협상의 교착상태 및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전문화를 목도하며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황 인식을 토대로 북한의 핵 능력을 동결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핵 능력 제거를 위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임으로써 보다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현실적 인식과 더불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북한 핵 동결 등 보다 실용적인 북핵 해결법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여 단계적으로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맞물려 향후 북미 협상의 방향에 의미 있는 함의를 제공해 준다. 구체적으로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큰 정치적 부담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내걸고 북한 핵 동결 및 북한 핵 능력 감소를 조건으로 대북 경제 제재 완화 및 체제 안전 보장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군축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군축 협상을 통해 북한 핵 위협을 관리하고 북한 핵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은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여 단계적으로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할 뿐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 정부에게 그러한 방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하고 대응책 및 대안을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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