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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내용
2. 인태전략 추진의 전략적 함의
3. 향후 과제와 전망
1.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내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의 핵심 내용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한국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하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외 지역전략으로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전략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은 인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인태지역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지역전략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위해서 아세안을 비롯한 인태지역의 주요국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둘째, 윤 대통령은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목표로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규칙에 기반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무력충돌 방지 및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을 반대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향후 인태지역의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지역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셋째, 한국은 인태지역에서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의 구축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공급망의 복원력 및 경제안보 강화, 협력적·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대외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째,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보건 분야 등에서 적극적인 기여외교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섯째, 윤 대통령은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에서 아세안이 핵심적 협력 파트너라고 언급함으로써 아세안 중시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강조하는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의 독자적인 인태전략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밝힌 이러한 인태전략의 핵심 기조는 향후 인태전략 이행 로드맵으로 구체화되어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인태전략 추진의 전략적 함의
인태전략은 향후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인태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협력 정책의 핵심기조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전략 구상의 전략적 함의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자 한다.
(1) 포괄적 지역전략 추진
윤 대통령이 발표한 전략 구상은 한국이 인태지역 전반을 대상으로 ‘포괄적 지역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한국 대외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인태전략이 가지는 포괄적(comprehensive) 지역전략으로서의 성격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우선은 한국의 지역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인태지역으로 대폭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 동남아의 아세안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정책에서 인태지역 전반에 걸친 주요국 및 지역 거점 파트너 국가들과 지역협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포괄적 지역전략은 협력분야의 확대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경제통상 중심의 협력에서 이들 분야를 포함하여 해양안보, 역내 지역질서 재편 등 안보 및 전략적 분야에서 한국의 지역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인태전략은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태지역에 한국의 관여를 강화하고자 하는 대외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국들은 모두 저마다의 인태전략을 발표하고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나, 우리는 그동안 인태전략을 외면, 인태지역 질서주도 경쟁에서 뒤쳐진 상태였다. 인태지역은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외교적 관여 확대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윤 대통령은 인태지역 전반으로 우리의 지역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2)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명확한 지향
인태전략의 핵심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이 향후 인태지역에서 “보편가치에 기반한 규칙기반 질서”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된다.
첫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향하는 지역질서 비전(regional order vision)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규칙기반 질서 강화’는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인태전략의 핵심 기조로서 향후 대외정책의 전략적 방향성을 규정하는 방향타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태전략의 최우선 전략목표로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의 번영과 발전의 근간을 제공했던 기존 국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최근 중국의 부상 및 이로 인한 인태지역 역내 전략환경의 급격한 변화, 제조업 공급망의 불안정성 심화, 자유무역 제도와 규범의 약화 등 인태지역 질서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인태지역과 긴밀한 경제적 연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인태전략 추진은 그동안 한국의 번영과 국익확대의 바탕이 되어온 규칙기반 질서가 인태지역에서 구축·강화되어 역내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것이 한국에게는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이자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이익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둘째, 보편가치 및 규칙기반 질서 강화를 인태전략의 핵심기조로 제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와 정체성(foreign policy identity)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즉, 시장경제 및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에 부합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전임 정부가 미중 간 균형 유지를 대외정책의 기준으로 삼았던 기조, 즉 균형외교에서 벗어나 한국의 국익, 가치 및 정체성이 대외정책 결정의 기준이 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셋째, 향후 보편가치와 규칙기반 질서 강화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 즉, 유사입장국가들(like-minded states) 및 우방국들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우선은 동맹국 미국과의 협력, 특히 인태지역 질서 구축 관련 한미 간 인도태평양 지역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인태지역 역외 우방국과의 공조도 인태전략 차원에서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태지역에서 규칙기반 질서 강화에 이해를 같이하는 핵심 파트너인 인도 및 아세안과의 협력도 한층 심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전략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역할 및 기여외교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대외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이제 인태지역의 핵심적 선진민주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의 지역적 역할, 국제적 책임 및 기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국제사회의 주도국가의 일원으로 한국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우리의 국격과 국익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제시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3) 아세안 중시기조 하 안보협력 및 전략적 공조 강화
윤대통령은 한국 인태전략 추진에서 “아세안은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 중의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을 새롭게 발표하고, 2024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 계기 아세안과의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로 격상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성안 중인 인태전략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는바,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의 윤곽은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되었다.
첫째, 이제 한국의 아세안 정책은 포괄적 지역전략인 인태전략의 한 부분(subset)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한국은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통해 아세안 중시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아세안 정책은 아세안과의 경제·외교 다변화를 추구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일정한 일관성 및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하지만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구상은 단순하게 아세안 중시기조를 이어나가는 수준을 넘어서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임 정부보다 더 강력한 아세안 정책을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는 기존의 각종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2배 증액 및 아세안과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추진의지 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을 주로 경제통상 파트너로 간주하면서 경제·외교 다변화를 추진한 데 반해, 현 정부는 포괄적 지역전략으로 인태전략 추진 맥락에서 아세안과 역내안보 및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제 한국은 아세안을 단순한 경제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동안 우리의 대 아세안 정책에서 결여되었던 안보 및 전략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셋째, 이러한 아세안에 대한 전략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한-아세안 간 안보협력 및 전략적 공조는 향후 한국의 아세안 정책에서 새로운 핵심 분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일환으로 제시한 각종 새로운 협력방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즉, 역내 질서 재편과 관련한 한-아세안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 활성화, 작년에 1회성 화상으로 개최된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의 정례화, 퇴역함 양도 및 공동해상 훈련 등 아세안의 해양안보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 지원 강화, 한-아세안 국방·방위협력 강화 등 한국은 인태전략 추진 차원에서 아세안과 역내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공조를 대폭 강화할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3. 향후 과제와 전망
한국의 독자적 대외전략으로 인태전략의 발표는 정부가 제시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괄적 지역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자유, 평화, 번영의 가치 지향을 외교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인태지역에 대한 효과적 관여를 위한 인태전략 프레임워크(Indo-Pacific strategy framework)를 결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인태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외교적 활동공간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태전략의 추진에는 다양한 리스크와 도전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서 ‘중국 리스크(China risk)’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가 최대의 전략적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한국의 인태전략 채택 및 추진을 한국의 ‘대미경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태전략의 첫 번째 원칙으로 포용(inclusiveness)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이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겨냥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를 인태전략의 핵심목표로 제시함으로써 윤석열 정부는 한국 대외정책의 전략적 지향성(strategic intention)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반발과 외교적 압박이 예상되며, 한중관계의 악화가능성도 매우 높다. 대중관계의 관리는 한국 인태전략 추진의 최대 도전요인이 될 전망이다.
둘째, 인태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인태전략 관련 정책조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 또 인태 역내 경제안보 및 지역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감당(burden-sharing)하기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그리고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인태협력 제도적 틀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 등이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한국이 인태전략 추진 차원에서 보다 확대된 지역적 역할(regional role)을 수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과연 대만, 남중국해 등 역내 안보 현안 및 신장 위구르 및 홍콩의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장과 정책을 견지해 나갈지도 향후 새로운 도전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인태전략의 이행과정에서 아세안과의 안보협력 및 전략적 공조가 핵심적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바, 향후 아세안과 남중국해 문제, 해양영역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 MDA), 그리고 해양법 집행강화를 위한 아세안에 대한 해양안보 분야의 능력배양 지원 분야 등에서 한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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