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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2. 배경 및 전제
3. 최근 상황 분석
4. 북측 핵 확전 개념의 주요 전제
5. 정책적 함의: 억제 메시지의 방향성
<요약>
1. 문제제기
○ 올해 4월 이후 이어져 온 무기체계 시험발사 및 최고지도자 수준의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유사시 핵 교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력구조의 지향점이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고 있음.
○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과 시나리오, 대응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본 보고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보를 보다 정교하게 살펴볼 수 있는 틀로 확전(escalation) 개념 차원의 분석을 제시하고자 함.
- 주지하다시피 모든 핵무장 국가의 관련 운용전략은 핵 확전의 위험을 어떻게 상대에게 과시하는가 혹은 상대의 핵 확전 위험을 어떻게 억제하는가를 기반으로 구성됨.
- 2021년 8차 당대회의 전술핵 공식화 이후 최근까지 평양이 이어온 행보 역시 이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유사한 여건에 처해있던 선행 핵무장 국가들의 핵 교리 진화방식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
2. 배경 및 전제
○ 핵무장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위협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군사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러한 비약적 핵 확전 시나리오는 이를 실행할 경우 자신들 또한 궤멸적 핵 보복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멸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므로 충분한 신뢰성을 갖기 어려움.
- 따라서 특히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핵무장 국가는 상대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제한적 위력으로 ▲상대의 군사자산을 주로 공격해 ▲민간피해가 크지 않은 핵사용 시나리오를 고민하게 됨.
- 개념적으로 이는 전술핵 단계로의 확전 가능성을 위협하되 그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전략핵 단계로의 확전은 회피하려는 시도에 해당함. 혹은 재래식 교전과 전술핵 교전 사이의 확전 문턱(threshold)을 낮추고 전략핵 사용 단계를 별도로 분리하려는 핵 확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음.
○ 한국군·주한미군이라는 우세한 재래식 전력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압도적 핵 우위에 맞서야 하는 북한은, 앞서본 선행사례와 같이 거부 억제-선제 사용 교리에 기반해 전술핵·단거리 전력 강화로 나아갈 군사적 필요성 혹은 압력이 매우 큰 국가라고 할 수 있음.
- 유사한 방식으로 재래식 열세를 상쇄하려 했던 국가들은 전술핵 사용 개연성을 최대한 과시하는 전력구조와 지휘체계를 채택하는 경향이 강함.
- 이들 국가는 특히 전술적 사용이 가능한 저위력 핵무기를 발사가능 상태와 위치에서 유지하는 ‘매우 위태로운(hair-triggered)’ 배치를 주로 채택함.
3. 최근 상황 분석
○ 2019년 하반기 이후 단거리 미사일 능력 강화가 본격화되고 2021년 전술핵 개발이 공식화되는 과정에서 나온 북측의 주요 언급은 주로 시한긴급성에 대한 우려와 즉응성을 보장하는 발사준비태세의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
○ 이러한 지향점은 올해 4월 3일과 5일 김여정의 담화 및 4월 16일 신형전술무기 발사시험을 통해 한층 공세적인 형태로 등장한 바 있음.
- 4월 16일 신형유도무기 발사 당시 노동신문 보도는 한걸음 더 나아감. 19년 이후 주요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북측은 핵 장착 가능성 여부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던 반면, 해당 체계에 대해서는 ‘전술핵 운용’을 위해 개발한 체계라고 처음으로 언급함.
- 시험발사 당시 인민군 연합부대장들을 참관시키고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타격력 비약적 향상’을 언급한 부분은 이러한 전술핵 발사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냄으로써 유사시 자신들의 핵사용 문턱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발사 준비태세의 과시라고 할 수 있음.
○ 4월 25일 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열병식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이러한 경향성을 최고지도자의 연설이라는 형식을 활용해 공식적으로 선언함. 즉 그간 암시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언급됐던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 교리를 기존의 전략적 사용 교리와 함께 운용할 것이라는 선언정책(declaratory policy)에 해당함.
○ 일련의 메시지는 6월 21~23일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공식화된 것으로 보임. 당시 북측 관영언론은 논의 내용을 전하며 “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를 추가확정하고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사업”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에 중요군사행동계획 추가”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바 있음.
- 이는 다시 말해 최전선 포병부대에 전술핵 탄두가 장착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거리 100km 내외)를 배치해 이를 운용케 하는 방식으로 임무와 작계를 수정함으로써 억제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임. 더불어 군사조직 개편안 등에 대한 반복 언급은 이들 전술핵 전력에 대한 지휘체계가 전략군사령부를 중심으로 하는 이전의 중앙집중형 핵무기 지휘통제와 달리 개별 부대에 위임될 수 있다는 암시로 풀이할 수 있음.
○ 전통적으로 평양은 하나의 정책목표를 위해 복수의 선택지를 마련, 유지하는 성향을 강하게 보여준바, 향후 핵무기의 실전전력화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운용 교리와 활용방안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음.
○ 다만 4월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과 6월 당중앙군사위 결정사항을 통해 드러난 평양의 최근 행보는 최전선 포병부대 배치 모델을 공개하는 데 일단 초점을 맞추고 있음. 이는 북측이 전술핵 실전전력화를 통해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함의가 있음.
- 최전방 포병부대 배치 모델은 재래식 지상전의 전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어 전선이 붕괴되거나 돌파당할 가능성이 높아질 때 한미측 전력을 격파하는 용도로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모델에 가까움.
○ 평양이 전술핵의 전선 배치 모델을 우선적으로 공식화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은, 자신들은 전술핵의 조기 사용을 위협해 한미측의 재래식 우세 상쇄와 억제효과를 도모하면서도, 이러한 상황이 다시 전략핵 혹은 대규모 핵사용 단계로 확전되는 것을 차단하는 일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시사함.
4. 북측 핵 확전 개념의 전제
○ 최근 평양의 핵 확전 개념은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공약에 일정한 제약이 있거나 유사시 미측의 확장억제 가동이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북측이 걸어온 일련의 행보는 그러한 가능성을 최소한이나마 만들어내고자 다양한 경로를 고민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바, 평양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나름의 근거는 다음의 두 가지 포인트로 나눌 수 있음.
○ 첫 번째는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확보한다면 확장억제 가동이 제약될 것이라는 기대임.
- 주로 북한 관영언론이 꾸준히 내비쳐온 이러한 인식은 평양이 ICBM과 고위력 핵탄두 개발에 매진했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음.
○ 두 번째는 국제법 규범의 비례성 혹은 필요성 제약 문제임.
- 서구 국제법 학계와 미국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온 이러한 시각은 ▲북한이 군사 목표물을 향해 제한적인 방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미측이 이에 대량 핵 보복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했다 해도 재래식 정밀타격능력만으로 충분히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필요성 범주를 넘어서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주장으로 요약됨.
○ 그러나 북측의 최근 핵 확전 개념에 얽혀있는 이러한 전제에 대해 미측의 실제 인식은 정반대에 가까우며, 따라서 양측의 인식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음.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에 대한 평가 차이임.
- 그간 미 군사당국 관계자들의 의회 발언 등을 감안하면, 미측이 북한의 ICBM 능력에 대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대응수단은 ▲발사가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사전에 이를 지상에서 조기에 정밀 격파하는 방안과 ▲이러한 무장해제 1차 타격에서 살아남은 북측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지상탄도미사일요격 시스템으로 요격에 나서는 다음 단계로 나뉨.
- 요컨대 ▲북한은 러시아가 아니므로 ▲압도적 핵 우위(nuclear supremacy)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핵공격을 감행하는 일은 일방적 자살행위에 불과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억제는 앞으로도 흔들릴 리 없으며 ▲따라서 이를 우려해 한반도 핵우산 가동이 제약을 받는 일은 없다는 것이 미측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음.
○ 국제법 규범의 비례성 원칙과 관련해서도 평양의 관점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움. 앞서 언급한 대로 학계의 논의나 민간 정치 지도자들의 경우 이를 고민해온 것이 사실이나, 미 국방부와 전략사령부로 대표되는 군사당국의 기본 개념은 차이가 크기 때문임.
- 러시아 등의 선행 국가들이 제한적 핵사용 위협을 통한 억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질문이 제기되면서 미측 군사당국은 “확전의 문턱은 재래전과 핵전 사이에 그어지는 것일 뿐, 일단 어떤 핵무기라도 사용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확전 문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 강조해왔음. NPR 2018 작성을 위한 미 국방부 내부 논의과정에서 사용된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문장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줌.
5. 정책적 함의
○ 앞서 살펴본 북측의 핵 확전 개념, 즉 ▲전술핵 조기 사용을 위협해 재래식 열세를 상쇄하면서도 ▲전략핵 교전으로의 확전은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기조는, 한미측의 대응전략 마련과 대북 억제 메시지 구성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음.
○ 즉 앞서 살펴본 북한의 핵 확전 개념이나 그 전제에 해당하는 두 가지 포인트의 현실 부정합성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음.
- 이 경우 단 한 발의 저위력 핵무기라도 한반도에서 한미측에 위해를 가할 용도로 사용된다면 이후의 핵 확전 단계는 통제될 수 없고, 비례적일 수 없으며, 김정은 체제의 종말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게 억제 메시지의 중점 방향이 되어야 함.
- 한미의 확장억제 협의 또한 이러한 메시지의 적극적 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그 현실성을 과시할 수 있는 미 전략핵잠수함 전력의 역내 현시 강화 및 한미 간 운용 정책 협의 등을 구체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임.
○ 한미측 억제 메시지의 또 다른 목적은 평양이 핵전력 보유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국지도발 등을 감행하는 이른바 핵 그림자(nuclear shadow)의 개연성을 차단하는 것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도 압도적/응징적 대응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됨.
- 최근 평양이 보여주고 있는 핵 확전 개념의 특징을 감안할 때, 북측이 염려하는 것이 전략핵 확전이라면 한미측으로서는 오히려 그 가능성을 최대한 위협하고 전술핵 교전 단계와 전략핵 교전 단계 사이에 문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평양이 ‘핵 그림자’를 기반으로 모험주의적 행동에 나설 개연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임.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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