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카자흐스탄 사태가 남긴 시사점 ( http://opendata.mofa.go.kr/mofapub/resource/Publication/13932 ) at Linke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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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1월 카자흐스탄 사태가 남긴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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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1월 카자흐스탄 사태가 남긴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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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태의 전개 
    2. 제기되는 의문점 
    3. 카자흐스탄 사태가 준 시사점
    
    
    1월 19일 카자흐스탄 하원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Nursultan Nazarbayev)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와 카자흐스탄 국민회의 종신 의장직에 대한 보장을 해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 동 개정안이 통과되면 막후에서 종신토록 카자흐스탄을 통치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나자르바예브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 2019년 나자르바예브가 구 소련 국가 수장 중 29년 8개월이라는 최장 통치기간을 기록하고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에게 대통령 직을 물려준 후 본인은 국가안보회의 종신 의장으로 물러남으로써 카자흐스탄은 형식적으로나마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이룬 사례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벽두부터 전해진 카자흐스탄 사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 세계에 놀라움을 줬다. 중앙아시아 내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은 구 소비에트 공간 내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서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외국인 투자에도 개방적이었으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나라로 알려져 왔다. 그러하기에 LPG 가격 인상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작은 민생 시위가 이후 무장폭력 사태로 그리고 그에 대한 정부군의 무력 진압과 외국 군대의 파병으로 이어지는 등의 사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1월 19일 정부는 소요사태의 성공적인 진압을 선언하고 수도와 알마티 등 주요 도시에 내려졌던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1월 15일 자 정부가 발표한 금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225명이며 부상자는 4500명에 이른다. 외신들은 실종자도 많아서 이후 사상자수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번 사태는 시위의 주도세력 및 배경 등과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남겼고 동시에 구 소비에트 공간 내 권위주의 체제의 미래 지형과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지정학적 구도라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함의를 주고 있다. 
    
    
    1. 사태의 전개 
    
    2주 여간 숨 가쁘게 진행된 카자흐스탄 사태 전개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1월 2일 카자흐스탄 서부의 도시 자나오젠에서 정부의 가격 자율화 정책 시행으로 인해 2배 폭등한 액화천연가스 LPG 가격 문제에 대한 시위가 사태의 시발점이다. 이는 곧 악타우 등 주변 도시들의 동조 시위로 확산되었다. 3일부터 시위는 막후에서 실질적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대통령의 ‘진짜 퇴진’ 및 지방 수장 직접 선거 요구 등을 포함하는 정치적 시위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즉각 ▲내각 사퇴 ▲가스 가격에 대한 기업들 간 담합 여부 조사 ▲인상된 가스 가격 원상 복귀 등의 조치를 빠르게 취했으나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알마티를 중심으로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며 이내 과격 폭력 양상을 띠게 되었다.
      
    1월 5일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가 맡아 온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이제부터는 자신이 수행할 것임을 선언하고 금번 시위를 ‘조직된 테러리스트의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7일 테러리스트에 대한‘예고 없는 발포’를 허가했다. 또한 토카예프는 금번 사태가 외부에서 조직된 테러리스트 소행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역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이하 ‘CSTO’)에 지원 파병을 공식 요청했다. CSTO 이사회는 동 사태가 집단안보조약 4조에 규정된 ‘회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으로 인정하고 집단안보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파병 결정을 내렸다. 
      
    동 결정에 따라 6일 사실상 러시아군이 주도하는 CSTO 연합군이 파병되었고 도착한 CSTO 군은 소요사태 진압이 아닌 주요기관 보호 쪽에 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토카예프는 전국적으로 반 테러 작전이 완료되었음을 선언하면서 CSTO 덕분에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며 13일부터 CSTO 군이 철수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 측도 ‘미션이 완수되었음에 철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19일 철수를 완료했다. 
      
    소요사태 진압과 동시에 국내 정치적 권력 이동도 일어났다. 카자흐스탄 내 막대한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들이 주요 에너지 기업 및 정부 요직에서 해임되었다. 
      
    동시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 펀드조성 계획을 밝혔다. 동 펀드의 취지를 밝히는 연설에서 토카예프는 “‘민족의 지도자’인 전 대통령 통치하에서 세계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큰 이익을 창출하는 대기업들과 부유한 계층이 생겨났다. 이제 이들이 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헌신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정기적인 기부채납을 공식화하는 등 민심 확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나자르바예프는 돌연 1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는 어떠한 충돌이나 대립도 없고 현 대통령에게 전권이 있다며 권력 암투설을 반박했다. 나자르바예프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어나고 있는 전 대통령 측근들의 해임 또는 체포 상황을 볼 때 금번 사태를 계기로 토카예프가 2019년 취임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해온 실권 장악에 본격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2. 제기되는 의문점 
    
    1월 말 현재 카자흐스탄의 정국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금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무력 진압의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CSTO 파병의 명분이 되었던 무장한 폭력 시위대의 정체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토카예프는 이번 폭도 중 다수가 중동과 아프간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온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푸틴(Vladimir Putin)과 시진핑(習近平 Xi Jinping)은 무장한 폭력 시위대의 정체를 ‘(서방의) 색깔혁명 시도’로 규정했다. CSTO 정상회의에서 푸틴은 “CSTO가 채택한 (파병 결정) 조치는 우리가 소위 색깔혁명이라는 시나리오의 실현을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3국의 정상들이 폭도의 정체에 관해 다르게 규정하고 사태 원인에 대한 각기 상이한 진단을 내렸으나 토카예프가 이들을 ‘사전에 조직된 외부 테러리스트’로 규정함으로써 CSTO를 활용하여 무력시위를 빠르게 진압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폭도의 일련의 행위가 나자르바예프의 추종 세력 그 중에서도 토카예프에 반대하는 권력 기관들이 감행한 작전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결과적 측면을 놓고 토카예프 측의 실권 장악을 위한 자작극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시위사태 초기에 토카예프가 빠른 조치들로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바 자작극설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극단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들의 조직화된 행동으로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금번 무장폭도 정체는 당분간 미스테리로 남게 될 듯하다. 
    
    
    3. 카자흐스탄 사태가 준 시사점: 
    
    ①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 문제 
    
    금번 카자흐스탄 사태는 구 소비에트 공간 내 권위주의 정권의 안정성 및 체제유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남겼다.
      
    나자르바예브의 경우 정치 권력 체제도 확고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대락 1만 달러(대도시의 경우 약 1만 5천 달러로 추정)인 카자흐스탄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주변 권위주의 정권들을 긴장시키지 않을 수 없다. 
      
    금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고 향후 토카예프가 얼마나 국민적 개혁 요구에 부응하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으나 초기 평화 시위를 통해 구 기득권 세력 퇴진과 사회 불평등 해소를 요구했던 시위의 목적은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편중이 민주주의 국가뿐 아니라 견고한 권력 구조를 가진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중대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금번 사례는 2024년 현 임기가 끝나는 푸틴 정권의 차기 구상에 보여준 시사점이 크다. 러시아 자유언론들은 금번 카자흐스탄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집권세력은 국내 정치의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2020년 개헌 당시 거론되었던 푸틴의 대통령직 퇴임 후 카자흐스탄 모델을 따른 국가위원회(State Council)의 의장직 취임이라는 선택지 즉 ‘무리없는’ 권력이양안은 이제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집권세력에게는 가능한 푸틴이 명목상·실권상의 대통령직 유지를 해야 한다는 확신을 주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② 중앙아시아 내 지정학 구도의 확인 
    
    카자흐스탄은 지난 30년간 소위 ‘다중벡터 외교(multivector diplomacy)’라 하여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과도 두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외관계에서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이라는 협력 구도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내 군기지를 운영한 바 있으나 현재는 없으며 90년대 초 쉐브론 엑슨모빌과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하여 현재도 활동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카자흐스탄 내 에너지 분야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입지가 줄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게도 동 지역이 러시아와 중국에게처럼 핵심이익(core interest)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에너지와 자산을 쏟을 정도의 관심은 없고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되지 않길 바라는 정도의 입장이라 보여 진다.
      
    중국의 경우 금번 사태에 대해 시진핑이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지원 의사를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핵심이익 지역임이 확인되었다. 
    
    1월 12일 카자흐스탄 대통령 공보실이 밝힌 시진핑의 메시지에는 ‘중국 측은 카자흐스탄의 안정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카자흐스탄 내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색깔혁명을 도발하는 외부의 세력에 반대한다’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는데 시진핑이 타국 국내 정치와 관련하여 색깔혁명 시도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게 카자흐스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중국에게 카자흐스탄은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자 다른 중앙아시아국가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들어오는 가스의 통과국이며 유럽행 무역로로서 말 그대로 일대일로의 핵심 파트너이다. 다른 하나는 카자흐스탄과 같은 인접국의 정치·안보 체제의 변화가 중국에 미칠 영향 차단이다. 특히 카자흐스탄과의 접경지역이 바로 신장 위구르 지역인데 동 접경 지역 주민들은 상호 민족적 유사성도 있어 카자흐스탄의 반 정부 시위 분위기가 중국 쪽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번 사태에 대해 중국의 기존의 불간섭주의 원칙을 깨고 7일 외교부 대변인은 ‘형제이자 이웃 영원한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서 카자흐스탄 측이 난관을 극복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모두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카자흐스탄 경제에 미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여기에 불공정한 중국과의 협력 사업 구조와 중국 기업의 천연자원(특히 석탄) 개발 과정에서 야기된 환경 문제 등을 둘러싼 카자흐스탄 내 반중 시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등 확산되고 있는 반중 정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 기존에 확보해온 역내 입지에 더하여 금번 CSTO의 파병을 계기로 역내 안보 주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창설되었으나 거의 명목상 기구로서 여겨졌던 CSTO는 향후 나토와 같은 ‘지역 안보다자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 내에서는 토카예프의 파병 요청에 대해 푸틴이 즉각 응한 데에는 미국 또는 중국이 주도하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상황을 막고자 파병 요청을 서둘렀다는 데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아시아 역내 안정은 러시아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카자흐스탄 사태의 빠른 안정화에 러시아가 즉각 나선 것은 납득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금번 러시아군의 파병에 대해 내외신 언론들은 중앙아시아 내 안보 질서 주도국으로서 러시아의 입지를 재차 확고히 하게 되는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 블링컨(Antony John Blinken) 국무부장관도 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번 당신 집에 들어온 러시아군은 잘 나가지 않는다’라며 러시아군의 카자흐스탄 파병을 견제하고 나섰다. 따라서 토카예프의 빠른 철군 요청과 러시아 측의 수용은 의외였는데 토카예프가 외국 군대를 자국에 끌어들인 것에 대한 카자흐스탄 내부 여론 악화를 의식했고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카자흐스탄 내 반러 정서의 확산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앙아 내에서 러시아는 주로 ‘안보적 이해’ 중국은 ‘경제적 이해’라는 선을 지키며 중·러가 상호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러한 중·러의 공존 관계가 앞으로도 충돌없이 오랫토록 지속될지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라 사료된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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