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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 G20 정상회의의 결과
2. G20 정상회의와 포스트-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2억 4,800만 감염과 5백만의 사망을 발생시키고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백신의 보급으로 일정 정도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2021년에 대면 다자 정상외교가 재개되었다. 2021년에 재개되는 다수의 다자정상외교 중에서 가장 기대와 관심을 모은 것이 10월 30~31일에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이다.
일반적으로 G20 정상회의는 그의 구성과 세계 경제에의 영향 때문에 중요성을 갖는데, 올해의 G20 정상회의는 더 특별한 중요성을 가졌다. 그 이유는 2021년 1월에 취임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전임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팬데믹, 기후변화, 세계 경제의 동시적인 위기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세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2021년 G20 정상회의는 특별할 또 다른 이유를 가졌는데 그것은 G20 정상회의 직후에 영국에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후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COP26은 인류에 최대 위협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데에 필수적인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감축에 전 세계적인 노력을 모으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COP26 직전에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집단적으로 G20 국가들이 세계 탄소배출의 75%를 차지하고, 탄소배출 상위 20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아르헨티나 제외). 중국, 미국, 인디아, 러시아가 탄소배출 세계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나머지 세계도 따를 것이라는 의미이다. G20 정상회의는 COP26 성공 여부의 실질적인 전조인 셈이다.
1. 2021 G20 정상회의의 결과
G20 정상회의의 맥락을 반영하여 의장국 이탈리아는 "사람, 번영, 지구"(People, Prosperity, and the Planet)"를 G20 정상회의의 주제로 선정하였다. 이탈리아는 글로벌 보건, 경제, 생태계의 동시적인 위기 상황에서 다자 협력을 통해 인간의 필요 충족, 불평등 해소, 글로벌 환경 보전이 가능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채택하여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세계의 건설을 내세웠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코로나19 백신, 조세,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 기후변화를 G20 정상회의 어젠다로 만들었고, G20 국가들은 다음의 합의를 이루었다.
⑴ 코로나19 백신
G20은 2021년 말까지 세계 인구의 40%, 2022년 상반기까지 70%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시킨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목표를 지원하고 개도국에 백신 공급을 증가시키기로 하였다.
⑵ 최저 글로벌 법인세율 15%
G20은 "좀 더 안정적이고 공정한 국제조세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 공통으로 다국적기업들에 최저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을 승인하고, 최저 글로벌 법인세를 2023년에 발효시킨다는 목표에 합의하였다.
⑶ 기후변화
G20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높은 수준에서 기온 상승을 제한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탄소중립(net zero emissions) 도달 목표 시기를 "이번 세기 중반까지"(by or around mid-century)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 1/3 감축, 2021년 말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금융지원 중단,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에 1,000억 달러 동원 목표를 재확인하였다.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서 탄소거래와 인센티브의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4) 글로벌 경제
G20은 코로나 팬데믹의 혼란으로부터 아직도 회복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 병목현상이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부양책을 성급하게 철회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5) 개발원조
G20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 신규 발행을 통해 개도국에 1,000억 달러의 개발 자금을 공급하기로 합의하였다.
2. G20 정상회의와 포스트-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
팬데믹, 기후변화, 세계 경제의 동시적인 위기라는 G20 정상회의의 맥락과 대비하여 이탈리아 G20 정상회의가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진국 인구의 70%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반면, 빈곤국 인구는 3%만이 접종한 상황에서 G20은 좀 더 빨리 강력한 대응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2023년 발효를 목표로 하는 최저 글로벌 법인세는 이행을 위해서 각국에서 입법절차를 통과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목표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G20 국가들은 탄소배출 감축에 합의하는 데에 실패하였다. 탄소배출 세계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실제 참석 대신 화상 메시지만을 전달한 상황에서 협의를 통한 합의에 도달할 기회는 처음부터 차단되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G20 정상회의가 코로나19 백신, 기후변화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는 포스트-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 더 광범위한 국제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 정상회의의 중요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더 정확하게는 주요국들이 G20 정상회의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서구 선진국과 신흥 강대국 모두를 포함하는 포럼으로서 탈냉전시기를 대표하는 거버넌스로서 기능하였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비대면 참석, 그리고 G20 국가들 사이의 이견과 문제해결 능력의 결여는 표류하는 국제관계를 반영한다.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주요국들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 국제사회에서 협력적으로 행동할 의지를 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세계적 민족주의의 부상이 국제협력과 보호주의의 거부라는 G20 정상회의가 표방하는 원칙을 약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도 그러한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자국중심적인 국내 정치에 의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발휘할 수 있는 지도력에 제한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G20 정상회의의 정체는 상대적으로 포스트-팬데믹 국제관계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G7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구성원들의 발전 수준이 유사하고 40년 이상의 협력 경험을 갖고 있는 G7 국가들은 글로벌 위기에 대해 해결책 제시를 선도하는 주체로 남아 있는 반면 G20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합의는 6월에 개최된 G7 정상회의 합의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G7의 재부상은 국제관계에서 강화된 대립적 경향을 반영한다.
세계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의 해결 과정 또한 동일한 중요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당면한 세계적 위기의 해결 과정의 중요성은 그것이 포스트-팬데믹 국제질서에 영향을 준다는 데에 있다. 국가들이 공통의 세계적 위기의 해결을 위해 리더십과 협력을 발휘할 것인가 또는 경쟁과 갈등으로 위기를 방치할 것인가, 그의 해결에 누가 참여하는가 등은 포스트-팬데믹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2021년 G20 정상회의는 포스트-코로나 국제질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단초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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