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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레반 복귀 후 혼돈의 아프가니스탄
2.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K)는 어떤 조직인가?
3. 이번 테러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4. 탈레반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5. 앞으로 벌어질 테러리즘의 양상은?: IS 2.0 시대의 전조
1. 탈레반 복귀 후 혼돈의 아프가니스탄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상황이 심각하다. 10월 8일 46명이 숨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Kunduz) 자살폭탄테러에 이어, 15일 남부 칸다하르(Kandahar)에서 같은 유형의 테러로 47명이 사망했다. 두 사건 모두 시아파 모스크의 금요 회집 예배를 노려 살상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눈에 띄는 점은 칸다하르 테러다. 칸다하르는 파키스탄(Quetta, 퀘타)과 연결되는 탈레반의 전략적 요충지다. 동시에 과격파 하카니 네트워크 등 폭력투쟁을 추종하는 탈레반 일파의 거점이자 심장부이기도 하다. 북부와 남부의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향후 수도 카불 및 서부 헤라트(Harat)나 북부 마자리 샤리프(Mazar-i-Sharif) 등 대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lamic State-Khorasan, 이하 IS-K)'가 주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쿤두즈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음) 탈레반 장악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손에 아프가니스탄이 장악된 데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던 터였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 등장하는 탈레반 지도부보다 더욱 극악한 테러의 주범이 등장한 것이다. 더욱이 궤멸시킨 줄 알았던 IS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 복귀와 맞물려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의 요람이 될 것이라는 다소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2.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K)는 어떤 조직인가?
아프가니스탄 테러 주범 IS-K의 정체는 무엇일까? 2014년 6월 시리아 라까(Raqqa)를 중심으로 이슬람국가를 선포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테러 조직 IS(Islamic State)의 분파다. IS는 폭력적 극단주의(violent extremism) 이념을 이슬람권에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로벌 지하드의 전위를 자처하며 극악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폭력 투쟁 이념을 국가로 구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역내외 지하디스트들이 IS로 모여들었다. 이른바 해외무장전투원(Foreign Terrorist Fighters, 이하 FTF)들이다. 유사한 글로벌 지하디즘을 추구했던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거점을 두고 은신하며 테러리즘을 퍼뜨리던 반면 IS는 아예 국가를 자임하고 나섰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들, 소위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월경, 지하디스트가 되기 용이했다.
초기 IS는 파죽지세였다. 이라크 모술(Mosul)을 점령하며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 지역을 해방구로 만들었다. 이후 테러, 게릴라전, 선전전 등을 앞세우며 확장을 시도하던 IS 수뇌부는 절정기였던 2015년 1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지역(파슈툰족 거주 지역)에 지부(또는 제휴 그룹, affiliate)를 설치한다. IS는 호라산(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통칭하는 지역 옛 이름) 지부의 책임자로 하피즈 사이드 칸(Hafiz Saeed Khan)을 임명한다. 초기 탈레반 출신으로 2001년 10월 시작된 전쟁에서 미국과 싸웠던 인물이다. 후일 과격한 타흐리키 탈레반 파키스탄(Tehrik-i-Taliban Pakistan, TTP)에서 활동했고 이후 조직 분열을 겪은 그는 2013년 IS에 가담했다. 하피즈의 사망 후 아부 사드 에르하비(Abu Saad Erhabi)가 IS-K 리더십을 이어받았고, 그의 피살 이후에는 집단 지도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중 과격한 이들이 따로 모여 IS에 가담한 터라, 더욱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테러도 자행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나토군, 미군 간의 싸움이 주목을 받느라 IS-K의 폭력행위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미군 철군이 가시화되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IS-K가 주도하는 테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재 IS-K 병력 규모는 2,500~3,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활동 범위는 주로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낭가하르(Nangahar), 쿠나르(Kunar), 누리스탄(Nuristan) 및 라그만(Laghman)―이었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범위 외에도 IS-K 핵심 인사들이 기존 탈레반 과격파와 연계되어 있다는 설도 설득력 있게 전해지고 있다.
3. 이번 테러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으로 테러의 목적은 일상의 파괴를 통해 공포를 확산시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IS-K는 아프가니스탄 국가 건설에 나선 미국, 나토 회원국 및 카불 정부를 뒤흔드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미군이 철군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실질적 집권 세력이 된 국면에서 이제 전선은 탈레반 대 IS-K의 싸움으로 변했다. 두 극단주의 세력의 싸움으로 전환된 것이다.
IS-K의 테러 획책은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선전전과 집권 의지다. 먼저 궤멸된 것으로 인식되어 있던 IS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존재감 과시 즉 선전의 의미가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퇴조가 이제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흩어졌던 기존 FTF들은 물론 역내외 잠재적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에게 재결집의 충동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물론 시리아에서의 거점 활동과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외부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아 과거 해외 지하디스트들의 동원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상징적인 부활의 신호를 주고자 하는 것으로 읽힌다.
두 번째 목적은 권력 쟁탈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정정이 당분간 혼란스럽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혼돈국면에서 IS-K는 정치적 공간을 모색할 것이다. 한마디로 탈레반 내 균열을 먼저 촉진하고, 나아가 아프가니스탄 정국 전체를 흔들어 준내전 국면이 전개될 경우 실질적 집권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탈레반 조직 내 이견과 노선투쟁 조짐이 보인다. 탈레반 강경파 인사들은 자신들의 교조적 이념화가 좌절될 경우, 극단주의 그룹과의 연대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IS는 선명한 이념적 동지이자 권력 추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4. 탈레반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탈레반에게는 도전요인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 구성 및 국가 통치의 과제를 안게 된 탈레반 지도부에게 IS-K의 준동은 부담이다. 안정적 통치 기반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 위협이 증대되면 정국 운용에 방해가 된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기회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탈레반과의 협상에게 세 가지 철군 조건을 걸었다.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보장 및 테러 세력과의 절연이었다. 이 중 미국이 가장 예의 주시하는 요건이 바로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 세력을 탈레반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 만약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IS-K를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진압할 수 있다면 집권 과정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1년과 달리, 국제사회 공공의 적인 이슬람 테러 세력을 단호히 응징하는 모습을 통해 달라진 이미지를 고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상황에서 IS-K의 폭력 테러가 지속된다 해도 다시 개입하기 쉽지 않다. 내정간섭에 민감한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적극적 대테러전 가능성도 높지 않다. 탈레반 주도 차기 정부의 성격이 확정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의 물자 및 정보지원도 불투명하다. 결국 현시점에서 탈레반은 강력한 IS-K 진압을 과시함으로써 내적 위기를 다스리고 스스로를 국제사회에 입증하여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탈레반 내 강경-온건 그룹의 노선 투쟁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하카니 네트워크 등 폭력투쟁을 정당화하는 강경 탈레반 그룹과 IS가 연대할 경우 이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단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응하면서 국가로서 자리 잡고 싶어 하는 탈레반 온건 세력이 내부를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동시에 대테러전을 통해 과거 1차 탈레반 집권기와 완연히 달라졌음을 알리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5. 앞으로 벌어질 테러리즘의 양상은?: IS 2.0 시대의 전조
탈레반의 재집권은 역설적으로 반서구 이슬람 저항운동 세력에게 자극을 준 측면이 있다. 20년 동안 외세, 특히 유대-기독교 문명의 핵심 세력인 미국 및 나토 회원국을 물리쳤다는 서사(narrative)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과 부역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붕괴시켰다는 승리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비록 현 탈레반 지도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하며 지속가능한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온건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여타 이슬람 저항 세력의 기대는 그 방향이 탈레반과 사뭇 다르다.
정확히 4년 전인 2017년 10월 18일 IS의 상징적 수도였던 시리아 라까가 함락되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IS 궤멸과 함께 승리를 선언했다. 테러에 가담했던 FTF들은 자국 또는 역내 각국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비록 국가를 선언하고 실체적인 정부를 세우려 했던 IS의 시도는 그 폭력성과 반사회성으로 인해 무력화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정서를 공유하는 이들은 남아있다.
이제 이들의 확산(diffusion)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가에 대테러전의 성패가 달려있다. 확산의 핵심은 FTF의 이동을 통한 불순분자의 해외 산개가 첫 번째 요인이며, 두 번째는 이미 IS 지도부가 이동시켜 놓은 거점에서의 활동, 세 번째는 자발적으로 테러 이념에 동참하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의 결집 현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IS-K를 효과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면 FTF의 재결집이 시작된다. 카불 정부 구성이 지지부진해지고 내전 국면이 전개될 경우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IS가 2014년 발호했던 경험이 되살아날 수 있다. 즉 아프가니스탄이 2001년처럼 테러의 허브로 회귀할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리비아와 예멘에서 활동하는 IS 잔존 세력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투쟁 노선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IS의 이념에 동조하는 사회 불만 세력들의 잠재적 테러리스트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양극화는 일부 저개발 국가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낳았고 대중의 박탈감이 높아진 상태다. 희망을 잃은 세대에게 아프가니스탄발(發) 이슬람 세력의 준동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 아프가니스탄 폭력 테러가 계속되고, 이를 탈레반이 적절히 막아내지 못한다면 IS 2.0이라는 최악의 국면 전개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국제사회가 이번에 노골적으로 테러 행위를 시작한 IS-K를 어떻게 막아내고 근절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탈레반의 미래도 달려있다. 자칫 IS 2.0 즉 폭력적 극단주의의 부활과 재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는 어쩌면 2001년 알카에다 테러보다 더 심각한 상황과 조우할 수 있다.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테러의 요람'이라는 오명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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