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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
Ⅲ. 미중경쟁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
Ⅳ. 미중경쟁과 아세안의 대응
Ⅴ.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요약>
아세안(ASEAN) 즉, 동남아 국가들은 역외 강대국 중 어느 특정국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국가들과 다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일종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을 과거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동남아 지역은 역외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는 전략적 교차점(strategic crossroads)으로서의 지정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 국가들은 어떤 특정 역외 강대국의 배타적 영향권으로 귀속되는 것을 극히 꺼려 왔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러한 일종의 균형전략을 통해서 자신들의 외교적 자율성과 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역외 강대국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특정 역외 강대국에 치우친 선택을 회피하고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적 지향은 최근 미중전략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중 간 역내 주도권 및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싸고 격화되고 있는 전략경쟁 상황에서 아세안은 미중 어느 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미중 양 강대국으로부터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아세안 자체의 단결력(unity)과 내구력(resilience)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향후에도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단선적인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하나와 배타적 관계를 맺기보다는 다원적 외교를 통해 자신들의 외교적 옵션과 선택지를 넓히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그동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아세안의 자율성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도태평양 지역협력을 추진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또한, 이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과는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경제적 이익은 극대화 하면서도, 동시에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다른 역외 국가들과의 적극적 협력 확대를 통해서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고 중국에 대한 일종의 균형을 모색하려는 노력도 진행해 왔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압도적 영향권 하에서 놓여 있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중국 편승(bandwagoning) 전략을 택하고 있는 캄보디아나라오스조차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별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중국과 미국 두 역외 강대국에 대해 헤징(hedging), 균형(balancing), 그리고 편승(bandwagoning)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다면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아세안은 양자택일 또는 제로섬의 관점에서 미중관계를 접근하기 보다는 오히려 미중 간 전략적 대립과 간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하여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외교적 환경에서 한국은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과는 한-아세안 양자이슈 중심의 협력을 넘어서 인도태평양 역내 지역구도 구축 관련하여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매우 긴요하다. 인태지역에서 미중경쟁에 의해 배타적 지역구도(regional architecture)가 형성되는 상황보다 아세안의 각종 제도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포용적 지역제도가 형성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보다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간 접점을 모색하고 한-아세안 간 전략 협력의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 역내 지역구도 관련 한-아세안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으나, 그 후속작업이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공식문서를 통해 아세안이 외교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아세안 중심성 원칙, 역내 지역협력 관련 아세안 주도 다자협의체의 중심적 역할,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아세안의 대응전략으로 제시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한-아세안 전략협력의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후속작업은 미진하다. 한-아세안 간 전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가칭 ‘한-아세안 지역협력 대화(ROK-ASEAN Dialogue on the Regional Cooperation)’ 등과 같은 새로운 전략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양안보 이슈를 비롯하여 역내 안보현안 등에 대해 한-아세안 간 전략적 소통 및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의 안보환경에서 한국의 외교안보적 활로의 확보를 위한 새로운 대외전략을 수립하여, 한국의 독자적인 지역비전과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하반기 이후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남방정책은 지난 4년간 인적교류, 경제협력 및 외교다변화 등 다방면에서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이들과 새로운 포괄적 협력의 토대를 구축하는 등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은 그동안 주로 경제협력 분야에 집중하는 경제 중심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노정해왔고, 아세안과의 양자관계 강화에만 주로 초점을 맞춤으로써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의 포괄적 지역전략으로서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한국의 새로운 지역전략은 기존의 양자 외교관계 중심, 경제협력 중심, 그리고 비전통안보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신남방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아세안 등 역내 국가들과의 양자 차원의 관계강화라는 협소한 관점을 벗어나 보다 거시적·지정학적 관점에서 우리의 새로운 포괄적 지역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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