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1. 쿼드 정상회의 참여 배경
2. 쿼드에 대한 입장 변화 추이
3. 향후 인도의 쿼드 대응 전망
1. 쿼드 정상회의 참여 배경
지난 3월 12일 개최된 미·일·인·호 4개국 쿼드(Quad) 화상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인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쿼드가 ‘글로벌 공공재를 위한 것이며,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쿼드협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인도는 올해 말 제2차 쿼드 대면 정상회의 개최에도 동의함으로써 향후 미국 주도의 쿼드 협력에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처음부터 쿼드 정상회의 개최에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쿼드 4개국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 2월 18에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이미 개최한 바 있다. 인도는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쿼드를 정상급으로 격상,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당초 부정적이었다. 그 주된 이유는 쿼드 정상회의에 참여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반중블록(anti-China bloc)’에 가담한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2020년 6월 발생한 히말라야 라다크(Ladakh) 지역의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을 둘러싼 중국과의 국경분쟁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는 미국 주도의 ‘중국포위망’에 가담하거나 중국과 군사안보적으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군사, 외교, 경제, 기술 등 종합국력에서 중국에 한참 뒤 질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에 매우 취약한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분쟁 등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대놓고 적대시할 입장이 아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가 결과적으로 입장을 바꿔 쿼드 정상회의 개최에 동의하게 된 것은 정상회의 의제 설정 등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언급을 피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쿼드 참여국들이 인도를 적극 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중국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공급’을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의제로 설정, 쿼드 정상회의의 ‘반중’적 색채를 희석시킴으로써 인도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아울러 인도에 대한 대규모 재정지원을 통해 인도산 백신 생산을 대폭 확대하여 역내 개도국에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은 인도가 “세계의 약국(pharmacy of the world)”으로서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극복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인도가 중국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외교적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번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쿼드 4개국이 코로나 19 백신공급 확대,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에서 협력하기로 함으로써, 쿼드의 성격이 중국이라는 특정국을 겨냥한 안보협의체가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고자 노력했다. 이 점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쿼드 정상회의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쿼드를 ‘군사동맹이나 새로운 나토(NATO)가 아니라 4개 민주주의 국가들이 경제, 기술, 기후변화, 안보 등 근본적인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은 이번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쿼드의 성격을 군사안보를 넘어서 인태지역의 다양한 역내 이슈를 다루는 민주주의 국가들(like-minded democracies) 간 비공식 협의체(informal grouping)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견제를 지칭하는 ‘인태지역의 해양안보’이슈도 쿼드 의제로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은 안보이슈가 쿼드의 유일한 의제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쿼드가 가지고 있는 ‘반중 안보협의체’라는 프레임을 희석시킴으로써 인도와 같은 참여국의 외교적 부담을 줄여주고, 이를 통해 향후 동맹국뿐만 아니라 ‘반중 프레임’에 부담을 느끼는 아세안 등 역내 우호국들(partners)의 참여 여지도 확보하고자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모디 총리는 쿼드가 인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쿼드의 정상회의 격상 및 향후 쿼드를 매개로 한 미·일·호와의 협력 강화에 적극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2. 쿼드에 대한 입장 변화 추이
2011년 시진핑(Xi Jinping) 주석의 등장 이후,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 하에 공세적 대외정책을 추구하자 인도의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threat perception)은 점차 강화되어 왔다. 특히 인도는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중국의 세력권으로 편입하여 ‘아시아 단극체제(unipolar Asia)’를 구축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종합국력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구상을 통한 인도양 지역에서의 공세적 세력 확장, 남중국해 및 히말라야 인-중 국경지역에서의 점진적 현상변경 시도 등 중국에 대해 매우 큰 안보적 위협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통적인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함께 이제 인도의 가장 큰 안보적 위협은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의 대 중국 전략은 기존의 ‘협력과 헤징(cooperation and hedging)’에서 ‘적극적 견제(active balancing)’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대중 전략변화는 쿼드에 대한 입장변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2007년 출현했다가 바로 사라진 제1차 쿼드(Quad 1.0) 및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부활시킨 제2차 쿼드(Quad 2.0)에 대한 인도의 대응을 살펴보면 이 점이 잘 나타난다. 인도는 초기에는 쿼드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나, 이후 점차적으로 적극적인 참여로 입장을 변화시켜 왔는데, 그 핵심 요인은 중국에 대한 점증하는 위협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등장한 제1차 쿼드(Quad 1.0)에 대해서 당시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인도 총리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친중적 색채가 강했던 케빈 러드(Kevin Rudd) 호주 총리가 2007년 12월 당선되자 호주와 함께 쿼드에 대한 참여를 철회함으로써 제1차 쿼드는 무산되었다.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소집한 제2차 쿼드에 인도가 참여한 결정적인 이유는 동년 6월 발생한 중국과의 국경분쟁인 도클람(Doklam) 사태이었다. 중국과의 도클람 분쟁을 계기로 인도는 2017년 11월 미·일·호 3개국과 함께 쿼드 2.0에 다시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쿼드 참여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중국과 우호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쿼드를 중국에 대한 적절한 외교적 견제수단(strategic signal)으로 활용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는 쿼드에 대해 ‘로우 키(low key)’자세를 견지해 왔다. 예를 들어, 인도는 쿼드 고위급 회의가 개최된 이후 언론보도문이나 공식적 결과문서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6월 발생한 중국과의 라다크 국경분쟁으로 인해 인-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쿼드에 대한 인도의 자세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이동제한 상황에서도 인도 자이산카르(S. Jaishankar) 외교장관은 일본이 2020년 10월 6일 도쿄에서 주최한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기꺼이 참가하고 쿼드의 장관급 협의체 격상 및 협력 강화에 동의하였다. 또한 인도는 미국 및 일본과 함께 하는 해상공동훈련인 말라바르(Malabar) 훈련에 그동안 중국을 의식하여 호주의 참여 요청을 거절해 왔었는데, 2020년 11월 전격적으로 호주를 이 훈련에 초청하였다. 이로써 이제 말라바르 훈련은 쿼드 4개국의 공동해상훈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쿼드에 대한 인도의 점차적인 입장변화는 2020년 6월 발생한 라다크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 및 안보위협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대중국 전략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여전히 반중블록에 가담하거나 중국과 직접적으로 적대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쿼드에 대한 적극적 참여, 미·일·호 3개국과 양자 및 삼자 차원의 군사안보 협력, 특히 미국과 양자차원의 군사협력을 대폭적으로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3. 향후 인도의 쿼드 대응 전망
인도는 향후 바이든 행정부하의 미국과 쿼드를 통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인·호 4개국은 쿼드를 매개로 코로나 19 대응,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을 포함하여 협력의제도 다양한 분야로 더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쿼드를 통한 미국과의 외교안보적 협력은 현재 최대 안보위협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지, 인도가 미국과 군사적 동맹관계를 형성하거나, 쿼드를 아시아판 NATO와 같은 안보기구화 하는 것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쿼드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여겨지는 인도는 향후에도 여전히 가장 약한 고리로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쿼드 차원의 안보협력의 진전여부는 인도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쿼드에 대한 인도의 태도를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중국의 안보적 위협의 지속여부이며, 또한 향후 중국이 인-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영향 받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실제로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주도로 쿼드 국가 간 협력이 급속한 진전을 보이자 인도를 외교적으로 공략하여 쿼드를 약화시키려는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라다크 사태 이후 악화된 인-중관계의 복원을 위해 인도에 대해 유화적·협력적 자세로 대응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 판공초(Pangong Tso) 주변에 주둔했던 병력을 철수하였고, 국경분쟁으로 야기된 인-중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돌입했다. 또한 중국은 올해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의장국 인도가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의 인도 방문까지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아울러 현재 인도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확대 등 경제협력을 매개로 인도를 묶어 두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중국이 인도에 대한 유화적 입장으로의 돌아선 사실에서도 보이듯이 쿼드는 이제 인도에게 있어서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외교안보적 레버리지(leverage)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인도는 향후 대중 외교에서 쿼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 붙임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