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1. 문제제기
2. 북핵정책 환경의 변화 분석
3. 북핵협상의 예상 쟁점과 대책
4. 정책적 고려사항
<요약>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북한이 바이든 신 행정부를 겨냥하여 핵실험·미사일발사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열려있다. 왜냐하면, 첫째, 북한은 미국 신 행정부에 대해 관심을 끌거나, 협상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벼랑끝 외교’전술을 활용하는 관행이 있다. 둘째, 핵실험·미사일발사를 위한 군사 과학기술적 수요가 있다. 북한은 2018년부터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는데, 그 이후 새로 개발한 전략핵탄두·전술핵탄두·ICBM·SLBM·단거리미사일 등을 실험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은 2019년 북미대화가 중단된 이후 수 십 차례 각종 단거리미사일·대형방사로켓포를 발사했었는데, 이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행동은 유엔안보리의 미사일발사 금지 결의를 위반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을 막았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도 그럴지 시험하고자 할 수 있다. 넷째, 북한이 최근 8차 당대회에서 발표했듯이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와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를 위해 전면적으로 핵실험·미사일시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코로나19보건위기·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되어 심각한 체제위기로 비화되면, 정권과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실험·미사일발사를 재개하며 전쟁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자제하고 미국의 태도를 관망하는 ‘전략적 인내’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2017년에 대거 핵실험·미사일발사를 했었고, 2020년 당창건 행사에서 신형 전략무기를 대거 전시하여, 미국과 한국에게 핵보복억제력을 충분히 과시했었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은 당분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발전에 집중하기 위해 대외 도발을 자제할 전망이다. 경제위기·식량위기·보건위기의 복합적 위기상황에서 추가적인 제재압박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 요인이 있다. 중국은 미중 관계를 관리하고, 미국의 한반도 내 전략무기 도입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반대할 것이다. 북한은 생존하기 위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므로,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것이다. 넷째,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공동 반발을 초래할 핵실험·미사일발사의 ‘경성 도발’을 자제하고, 당분간 덜 도발적이고, 간접적인 ‘연성 도발’전술을 선택할 것이다. 8차 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의 부활, 핵보유국 지위 확보, 각종 전략무기 개발계획 발표 등이 이런 ‘연성 도발’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흔히 북한의 도발적인 ‘벼랑끝외교(brinkmanship diplomacy)’전술의 목표는 주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실제 북미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양보를 강요하려면, 최소한 2021년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핵미사일 도발의 계획이 있다면, 최대의 효과를 위해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
한국 정부는 1월 신년 외교안보 업무보고회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저지, 한미공조 강화, 북미대화 조기 개최 등 3개 정책과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2021.2.4.)를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대화로 공통된 대북전략을 수립하고, △‘하노이 노딜’이후 단절되었던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조기에 재개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과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정부의 요구에 호응하며, 북미대화를 적극 추진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다음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전략적 관여’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2017년에 북한의 핵역량이 획기적으로 증강되어 미 본토와 아태 주둔 미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더 이상 북핵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둘째, 북한의 핵역량 증강과 핵보유국 지위 주장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NPT 체제가 크게 훼손되었다. 셋째, 과거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수용한 결과이며, 당초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아니었다. 반대로 그는 이란·쿠바·북한·미얀마 등 오랜 적대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추구했었고, 북한을 제외하고는 실제 성공했다. 당시 북한도 김정일의 뇌졸중으로 정권과 체제위기가 발생하여, 대외관계를 일체 중단하고 내부 관리에 집중했었다. 넷째, 미 민주당 행정부는 오랜 대북 관여정책의 전통이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 1993년 첫 북미협상을 개시했고,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타결했고, 2000년에 조명록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북미 코뮈니케를 채택했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관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인준 청문회에서 한 발언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전략적 관여’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이들의 발언 중에서 △한국과 긴밀히 대북정책을 협의하겠다,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은 미국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다, △단계적 비핵화가 불가피하다, △북한주민에게 인도지원·의료지원 제공을 검토하겠다, △외교적 유인책 제공을 검토하겠다 등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과도 방향성이 일치한다.
바이든 외교팀이 당면한 대북정책 과제로는 임박한 핵실험·미사일시험발사 가능성을 방지하고, 북한 핵미사일 역량의 증강 저지와 비핵화 프로세스 가동, 북한의 비핵화 약속 재확인 등이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외교는 조기에 한국, 일본, 중국 등과 정책조율을 거쳐, 연내에는 북한과 핵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2021년 후반기 들어 백신 접종이 확대되어 세계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험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면,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가능한 한 조속히 북한과 군사적 긴장완화, 의료·방역지원, 경제협력 등을 위한 남북대화를 재개하기를 원한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려면 한미 정부는 올 상반기 동안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우선 아래와 같은 조치에 대해 긴밀한 한미 협의가 필요하다.
사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핵합의가 결렬된 이후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북미관계를 개선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런 조치들은 추후 북미 협상에서 결정될 일이다. 대신에 필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당면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향후 북한과 생산적인 비핵화 협상 재개하려고 한다면 우선 아래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3개 유산을 계승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계승한 것을 선언한다. 둘째, 2018년 8월 월스트리트저널 공동기고문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발표한 ??-노’대북정책 원칙(정권교체, 체제 붕괴, 통일 가속화, 미군의 이북 진출 반대)을 재확인한다. 셋째, 북미 정상 간 소통채널을 유지한다. 북한의 일인지도체제를 감안하거나, 이란핵합의 사례를 보더라도 핵협상의 진전을 위해 정상 간 소통은 필수적이다. 이란핵합의(JCPOA)의 경우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의 터부를 깨고 이란의 리더십과 소통을 시작한 것이 핵합의 타결에 주효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계승할 때 아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 첫째,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성과물이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계승한다고 공언한다면, 이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선의의 제스처가 될 것이다. 둘째, 동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핵 없는 한반도,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3개 목표는 한미 정부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대북정책 목표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이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핵실험·미사일발사로 대미 도발을 시도하거나, 8차 당대화에서 선언했듯이 수소폭탄·중장거리미사일을 증강시키거나, 기존의 비핵화 약속을 폐기할 것을 우려한다. 만약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미국과 북한이 확인한다면, 이런 우려사항을 일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넷째, 만약 미국이 동 공동성명을 폐기한다면,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보인 핵무장 의지를 감안할 때 향후 이만한 합의문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핵합의 방식에 따라 우선적으로 북한과 핵활동을 동결시키는 잠정합의(interim agreement)를 타결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런 구상을 실현하려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계승은 필수적이다. 북한체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북한 외교관들이 자신의 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버린 미국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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