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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2. 북핵 문제에 대한 일본의 준거틀
3. 회고적 분석
4. 평가 및 전망
5. 정책적 고려사항
<요약>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목표로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다. 남북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였고 판문점 선언(2018.4.27.)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였다.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를 촉진하면서 제1차 북미 정상회담(2018.6.12.)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2019.2.27.-28.)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두고 북미 간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되었고, 이후 교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교착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술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모든 사정거리의 탄도 미사일의 CVID를 목표로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한다는 선 조치-후 보상,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납치·핵·탄도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여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북일 평양선언, 이 두 가지 기조를 가지고 국면에 대응해나갔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의 일본 외교를 평가하자면, 먼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상의 조건으로 하였기 때문에 후자에서 가능한 옵션은 북일 정상회담과 경제 지원의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제재 유지 스탠스가 부각되었고 결과적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북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은 이유로 북한의 대일 강경자세를 지적할 수 있지만 일본 또한 대북 제재 유지와 대화 시도 간의 균형 잡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사료된다.
또한 일본은 한국, 미국에 비해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탄도 미사일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우선시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 발사(2019.5.4., 5.9.)를 문제 삼지 않자, 일본은 미국이 자신들을 향하는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탄도 미사일 문제를 소홀히 다룰지 모른다고 우려하였다.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남북, 북미 대화에서도 잘 거론되지 않는 현안으로 일본은 한국, 미국과 구별되는 대북 현안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일 관계를 살펴보면 제1차 북미 정상회담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 및 제재 유지에 관해 양국은 현저한 입장차를 보였다. 그 결과 상대국과의 공조 가능성을 배제한 채 남북 협력과 북일 대화의 시도가 서로 연계되지 못하였다.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이다. 일본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문구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부재한 점을 문제시했고, 한일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두고 현격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그 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두고 국제 사회에서 외교전을 벌이는 양상까지 벌어졌다. 또한 한국의 적극적인 남북 협력 자세와는 다르게 일본은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반도 안보 구조의 현상 유지를 주장하였다. 일본은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 종전선언 반대의 입장을 취했는데 그 이상으로 비핵화 된 한반도에 대한 구상을 일본이 가지고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즉, 당시의 한일 갈등은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정의, ▲비핵화의 진행 과정과 상응 조치, ▲비핵화가 수반할 한반도의 질서 변화에 관한 공통의 이해가 부재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한일 갈등은 2018년 말부터 시작된 양국 관계의 복합 위기와 맥락을 같이 하였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10.30.), 위안부 합의의 화해·치유 재단 해산(11.21.), 욱일기 문제로 인한 해상 자위대의 제주 국제관함식 불참(10.5.), 초계기 사건(12.21.) 등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와 군사 분야의 신뢰 조성 문제로 갈등에 빠지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공조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후 일본은 자신들의 대북 정책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배제하는 한국 없는 대북 접근을 전개하였다.
현재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秀) 정부는 상술한 내용과 정책적 지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 총리의 발언을 보면, 핵과 모든 사정거리 탄도 미사일의 CVID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대북 메시지는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한일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어 한국 없는 대북 접근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정책적 고려 사항을 제시하자면 먼저 과거사 갈등의 관리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대일 투 트랙 기조를 견지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관해 한일이 정책 협의를 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스가 정부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한일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걸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과거사 갈등 속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에 임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하고 구체적인 투 트랙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대일 투 트랙 기조 속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한일 양국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책 협의를 통해 공통의 이해를 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책 협의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정의, ▲비핵화의 진행 과정과 상응 조치, ▲비핵화가 수반할 한반도의 질서 변화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남북 협력, 북일 국교정상화, 북미 대화, 대미 동맹 관계와 군사 훈련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안들에 대한 한일 공통의 이해 범위 속에 대북 제재에 관한 공조 방안을 정립해야 한다.
논의 사안의 상당 부분이 한반도의 안보 구조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 협의에는 안보 대화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후자의 안보 대화에는 일본이 중요시하는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탄도 미사일 문제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김대중 정부 당시 일본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일 안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햇볕정책에 관한 일본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인 한일 간의 공조를 중요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미국 신정부의 출범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관련 한일 공조 체계를 정비하는 기회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도쿄 올림픽(2021.7.23.-8.8.)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남북 교류 협력·북일 국교정상화·북미 관계 개선을 포괄하는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데 있어 한일 관계 자체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과 협력 과제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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