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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의 제기
Ⅱ. 정체성에 대한 인정 추구로서의 공공외교
Ⅲ. 감성적 인정의 추구 - 문화외교
Ⅳ. 법적·정치적 권리의 추구
Ⅴ. 사회적 존경을 통한 인정 추구
Ⅵ. 사례 비교 및 한국에 대한 함의
Ⅶ. 결론
<요약>
금세기 들어 공공외교는 그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정치이론 및 외교정책 실천 양 분야에서 공히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공공외교는 특정 국가의 외교정책 목표와 국가이익의 수단으로 사용됨으로써 국가 중심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흔히 강대국들의 ‘힘의 정치’를 합리화하는 수단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공공외교에 관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퇴조와 더불어 ‘가치의 진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 상황에서, 특히 전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과 같은 글로벌 위협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공공외교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 둘째, 공공외교는 현실 국제정치에서의 역할을 기반으로 국제정치학 이론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공공외교의 역할과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본 연구는 국제정치에서 공공외교의 역할에 기반을 둔 이론화를 시도함으로써 공공외교와 주류 국제정치학의 접목을 모색하고, 이를 한국 공공외교에 적용함으로써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공공외교에 대한 ‘정체성 접근(identity approach)’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공공외교의 개념화 및 이론화를 시도하였다. 공공외교가 추구하는 ‘인정(recognition)’을 감성적 애착, 법적·정치적 권리, 그리고 사회적 존경의 세 가지 차원에서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이와 더불어 정체성의 범위에 따라 공공외교가 추구하는 인정의 유형화를 시도하였다(Ⅱ장). ▲이와 같은 분석틀에 의거하여 인정 추구의 각 유형에 해당되는 사례들의 비교를 통해서 동 접근의 경험적 유용성을 거증하고, 몇 가지 함의를 도출하였다(Ⅲ~Ⅴ장). ▲또한 동 접근법의 한국에 대한 적용을 통해서 한국 공공외교의 향후 방향성을 다시 세 가지 인정의 차원에서 가늠하였다(Ⅵ장).
본 연구는 몇 가지 핵심 논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국가/민족 정체성 또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국가들의 상이한 형태의 인정 추구 행위가 공공외교의 유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의 소통 과정에는 물리적 힘의 배분을 반영하는 국제구조와 ‘힘의 정치’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인정 추구 활동은 강대국들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으로 역할하면서 국제 규범질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국가의 외교정책 목표와 국가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서 공공외교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지만, 역설적으로 국가 중심적 정체성을 넘어설 때 오히려 그 국가의 외교정책과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공공외교는 국가/민족 정체성의 소통을 위한 활동에 머물지 않고, 정체성의 외연 확장을 통해서 국가/민족을 넘어서는 인간 중심의 포용적 정체성의 소통과 인정, 특히 상호 인정을 추구할 때, 무정부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공존과 협력을 위한 소통의 플랫폼으로 역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들의 정체성에 대한 인정 추구 활동은 지정학적 ‘힘의 정치’가 연루될 때 팔레스타인의 경우에서 보듯 무장 투쟁과 비(非)폭력 저항을 아우르는 ‘인정을 위한 투쟁’으로 표출될 수도 있으며, 강대국 지위에 대한 인정추구는 중국의 경우에서 보듯 자국 중심의 경쟁적 담론의 형태로 표현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해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규범세력’으로서의 역할이나 일련의 중견국들의 인간안보에 근거한 초(初)국가적 인정 추구는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협력은 물론, 가치와 규범의 전파와 확산을 통해서 국제 규범질서의 형성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포용적 정체성(inclusive identity)에 기반하는 공공외교는 비(非)강대국들 및 비(非)국가행위자들의 연대를 통해서 강대국들의 일방주의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상대방과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을 창출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한국의 포스트 코로나-19 공공외교는 인간안보의 ‘보건 평등’과 ‘적극적 평화’와 같은 중도적 가치와 규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담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문화, 지식 및 정책 자산 외에도 집단적인 ‘규범 소프트 파워(normative soft power)’에 초점을 맞추는 ‘규범 공공외교(normative public diplomacy)’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한국의 규범 공공외교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국가 및 비(非)국가행위자와의 연대를 통해서 국제 규범질서 형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때, 한국의 공공외교는 강대국들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으로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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