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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2. 동해 표기의 역사적 고찰
3. IHO에서의 논의 전개
4.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협의 결과 보고
5. 고려사항
<요약>
○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바다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고, 현재의 ‘동해’를 동쪽에 있는 바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해(東海)’라고 불렀으며 이를 당연시 여겨왔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발행되는 지도에서는 이 해역의 명칭이 거의 대부분 ‘일본해(日本海)’로 표기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동해’를 ‘일본해’로 부른다고 해서 곧 ‘동해’가 국제법상 일본의 영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나, 명칭 또는 표현이 지니고 있는 함축성과 의미를 고려할 때 결코 간과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 15세기 이후 지리상 발견시대가 끝나는 18세기 말까지 각종 세계지도 상에서 표기되고 있는 고유지명은 탐험의 결과, 지도의 제작자, 발행자, 지도의 축척과 용도 등에 따라 각양각색인바, 서양의 고지도를 통해 동해 명칭의 체계적인 변천과정을 추적하는 데는 사실상 많은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천문 및 지리학이 과학화(科學化)되어 가는 18세기에 이르러서 ‘동해’는 일반적 의미의 '동양해'에서 구체적 의미의 ‘한국해’로 명명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19세기 초까지 서양 지도에서 ‘한국해’표기는 거의 공식화 되었다.
○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초기 지도들은 동양적 사고의 영향으로 인하여 바다에 대해 특별한 명칭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일본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해’라는 명칭은 1602년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서 처음 사용된 명칭이라고 주장되는데, 본 지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류가 있었고 ‘일본해’라는 명칭도 일과성(一過性)으로 표현되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지도에서도 동해 해역에 대한 지명이 표기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의 표기된 지명은 ‘일본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조선해’라는 지명도 혼용되었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일본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제국주의적 침략논리가 더해져 ‘일본해’라는 표기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 한편 선박의 항해 안전을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발행하는 해도와 수로도서지의 통일성을 기하고 회원국 간 수로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목적으로 1921년 국제수로국(International Hydrographic Bureau)이 창설되었고 이후 정부 간 국제기구인 국제수로기구(IHO: 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로 확대·개편되었다.
○ IHO는 1929년 선박의 항해 안전과 수로학 및 해양학적인 활용을 목적으로, 전 세계 바다를 66개 수역으로 나누고 그 명칭과 구역을 정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S-23)’를 출간하였다. 동 책자는 국제기구 차원에서 최초로 수역 명칭을 결정하여 수록한 것으로 이후 전 세계지도 제작시 표준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는바, 52번 수역인 ‘동해’가 ‘일본해(Japan Sea)’로 표기되었고 이후 ‘일본해’단독 표기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원용되었다.
○ 우리 정부는 유엔 가입 이후 1992년 제6회 유엔지명표준화 회의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있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표명하였고, 1997년 제15차 IHO 총회에서도 ‘일본해’단독 표기의 문제점을 공식 제기하였다. 이후 한국은 S-23 개정 논의 전반에 걸쳐 ‘동해’단독 표기가 원칙이지만, ‘일본해’표기를 고수하는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 기구 결의에 근거하여 ‘동해/일본해’병기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견지하였다.
○ IHO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S-23 개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관련국 간 합의 실패 및 한·일 양국의 치열한 외교전으로 인하여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마침내 2017년 우리 제안에 따라 ‘S-23 개정문제에 관해 사무국 참여하에 관련국 간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동 협의 결과를 3년 뒤 총회에 보고토록’하는 결정이 컨센서스로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2020년 11월 16일부터 사흘간 화상회의 형식으로 개최된 IHO 총회 종료 후, 회의록 초안 회람 등의 후속 절차를 거쳐 사무총장의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협의 결과 보고」가 12월 1일 원안대로 공식 확정되었다.
○ 동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해역을 지명표기 없이 고유번호(unique numerical identifier)로 표기하는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해도집 표준(S-130)을 개발하고, 기존 표준(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역사적 변천(evolutionary process)을 보여주는 출판물(publication)로서 공개한다는 것이다.
○ 이번 총회 결정으로 ‘일본해’를 단독 표기 중인 S-23이 더 이상 유효한 표준이 아니라는 점을 IHO가 공식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되며 따라서 ‘일본해’명칭의 국제적 표준으로서의 지위는 격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디지털 해도 시대의 전환에 맞춘 신(新)표준(S-130)하에서는 ‘일본해’와 동등한 입장에서 ‘동해’표기 확산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 이와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정부는 디지털 수로 업무 분야 선도국으로서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여 IHO 내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동해’표기 확산의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민간과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동해’표기 확산 및 국익 창출을 위한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표준 상 ‘동해’명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표출될 수 있는바, 금번 총회 결정의 의미와 성과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국민외교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금번 총회 결과와는 무관하게 외국 정부 및 민간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동해’표기 확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일본 등 관련국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춘 전략적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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