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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북미 관계
2. 2020 미국 대선 이후 북미 관계
3. 정책적 고려 사항
작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상외교를 통해 북미 협상을 이끌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하노이 회담 이후 내부 결속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은 미국 대선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북미 협상 재개에 대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0 미국 대선 이후 북미 관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2020년 북미 관계
2020년 북미 관계는 교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 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양측이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선제적·전향적 조치를 취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 관계와 북한이 레드라인(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을 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며 대선 국면에서 평양이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워싱턴 정가의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국면에서 북핵 협상과 관련하여 유연한 입장을 선제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과 협상을 함에 있어 미국의 전략적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고려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선을 한 달 남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됨으로써 대선 전 북미 협상 진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은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일정을 중단시켰다. 남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빨리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선거 운동을 재가동하는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북미 협상 진전을 통해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선거 전략 옵션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북한도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작년 10월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기 전까지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 따라서 선제적 조치 없이 북미 대화 재개를 언급하는 미국의 입장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평양의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아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비핵화 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것이 지니는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평양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관련하여 상당한 유연성을 선제적으로 발휘하지 않는 한, 미국 대선 국면에서 비핵화 관련 논의를 재개하기보다는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차기 미 행정부와 협상 재개를 위한 포석으로 보다 유용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10월 초 현재 북한은 ‘대북 제재·코로나19·홍수 피해’라는 삼중고를 극복하고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평양이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북한은 내부 결속에 집중하며 미국 대선 이후 재개될 북미 협상을 위한 계획된 움직임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미국 대선 전까지 평양은 대선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대선 승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행보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 2020 미국 대선 이후 북미 관계
2020년 미국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관여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여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민주당 바이든 후보도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통해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재개 속도 및 협상 방식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톱-다운(top-down) 방식을 통한 북미 협상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선의 부담이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은 여타 전임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외교적 업적 달성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 해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할 수 없었던 난제를 해결했다”라는 정치적 성과를 안겨줄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북 행보가 기대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비건(Steven Biegun) 대북 협상 팀이 건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선 이후 협상 팀 구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 없으며, 따라서 북미 협상 재개의 움직임이 이르면 내년 초반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편 미국 대선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던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미국 측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것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북한이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향상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도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의 해결에 공감하며, 당선되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 협상 방식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접근법과 관련하여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정통성만 부여했다고 비판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북미 정상 간 개인적 외교를 지속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바이든 후보와 평양 사이에 ‘깡패’, ‘폭군’, ‘미친개’, ‘늙다리 미치광이’ 등 거친 설전이 오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북미 정상 간 신뢰관계를 형성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 혹은 강화할 것이며, 한국·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넣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무 협상을 중심으로 시행되며, 실무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경우 정상 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6자 회담과 같은 다자 협상보다는,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북미 양자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신(新) 행정부가 내각을 구성하는데 대략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미국 측 준비는 내년 여름은 되어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도 두 정상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북미 협상에 임하는 미국 측 인적 구성 및 입장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 재개를 위한 명분을 확보하고 새로운 협상 팀의 특징 및 대북 입장을 파악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차기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 적자, 경제 회복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미국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선제조치를 평양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주목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향상된 ICBM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레드라인을 준수할 이유가 약해졌을 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와 새롭게 시작될 협상에 대비하여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향상된 ICBM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미국의 관심을 끌고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ICBM 능력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이 확인될 경우 북미 관계가 한동안 보다 경직될 것으로 예상되나,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측면에서 북미 대화의 창을 닫고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바이든 후보 당선 시 평양은 미국의 상황을 주시하며 ICBM 발사 카드 사용 여부 및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3. 정책적 고려 사항
살펴본 바와 같이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의 협의를 통한 북미 양자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는 북미 정상 간 톱 다운 협상 방식이 지속되는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에는 양자 실무 협상에 방점이 찍힌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관련 협상 재개의 출발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관련하여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현재 워싱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강화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전문화되었으며, 향상된 북한 핵능력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따라서 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지 간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북미 대화 채널, 비핵화 프로세스 관련 논의 등의 연장선상에서 북미 협상을 재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의 핵능력 수준과 북미 양국의 전략적·정치적 고려를 반영한 보다 유연한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북미 양측이 수용 가능한 비핵화 목표 혹은 최종 상태(end state)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북핵 협상의 목표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북미 협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목표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을 경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북미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전략적 고려 혹은 정치 환경의 변화 등의 명분에 의해 협상 자체가 재고되거나 협상 과정을 재검토하는 등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북한 비핵화 목표가 제안되고 이를 협상의 목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북한 비핵화 목표 혹은 최종 상태로 제안한다면 수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북한에게 비핵화 프로세스 관련 논의 재개 및 합의 수용을 위한 명분 및 동인(motivation)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대해 ‘제재 완화 및 해제 & 체제 안정 보장’을 동시적으로 반영하는 미국의 ‘상응조치 로드맵’을 북한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평양은 ‘핵·미사일 발사 유예,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지니고 있는 전략적·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미국의 상응조치 로드맵 제공은 평양이 협상장으로 다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비핵화 프로세스 관련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루어놓은 북한 비핵화 논의를 토대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핵 동결’과 ‘핵 폐기’ 등 2단계로 구성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 동결’ 조치(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물질 생산 중단, 핵물질 생산시설 폐쇄)를 시행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부분 제재 완화, 종전 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를 제공함으로써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초기 상호 조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은 비핵화 합의에 대한 양측의 신뢰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추후 조치 합의 및 이행을 위한 명분 확보에도 기여하여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을 추동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 동결’ 상호 조치의 성공적인 이행을 바탕으로 협상 당사국들은 협의를 통해 ‘핵 폐기’ 상호 조치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9·19 공동성명’ 및 이행 조치에 대한 협상 당사국들의 경험은 ‘핵 폐기’ 상호 조치에 대한 기술적 고려 및 정치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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