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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가을 북·미 핵협상 재개 전망
2. 실무 북핵 협상의 예상 쟁점
3. 북핵 문제 해결의 정치적 해법
1. 2019년 가을 북·미 핵협상 재개 전망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북·미 관계와 북핵 국면은 연일 아슬아슬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 외교와 ‘번개 회동’으로 대화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미국의 반복되는 핵협상 재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협상을 거부하며, 5월부터 시작하여 10여 차례 단거리 미사일과 대형 방사포의 시험발사로 군사도발을 반복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북·미 간 비난 증가와 북한의 북핵 협상 완전 포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대북강경 조치를 선제적으로 방지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북·미 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며 미 정부와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무마시켰다. 이런 입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반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9월 10일 트윗을 통해 전격적으로 대북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고하고,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신호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11일 백악관 기자단에게 볼턴 보좌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을 따르고, 모든 핵무기를 이전할 것을 요구한 것은 실수”이며 “외교 참상”이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로써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이상 리비아 모델이나 일괄 핵 포기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주도로 새로운 북핵 해법에 기반한 북·미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9월 들어 갑자기 북·미 양측이 핵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데, 양측은 어떤 핵협상 일정과 의제를 갖고 있을까? 우선 최선희 부상이 9일 발표한 담화에서도 강조했듯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찾는 조건” 하에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정상회담 시한을 제시했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이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추세를 본다면, 재선에 그렇게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모든 카드를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는 북핵 협상의 성과를 거두어야 그 성과물을 재선 운동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북·미 회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 북한도 더 좋은 조건의 핵합의를 만들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상황과 대선 일정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의 명예와 재선을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타고 싶다면, 연내에 북핵 합의를 타결하고 이를 근거로 2020년 1월 말까지 노벨상 후보로 추천을 받아야 한다. 북·미 양 정상의 이런 정치적 고려를 감안한다면, 연내에 핵합의를 위한 추가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 실무 북핵 협상의 예상 쟁점
연내 개최 가능성이 높은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북·미 양측의 새로운 계산법과 충분한 실무회담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선희 부상이 제안했듯이 9월 하순,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실무회담이 열려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열릴 북·미 핵협상의 예상 쟁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첫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초기 비핵화 조치(영변+α), ▲비핵화 정의(최종 상태), ▲비핵화 로드맵 등 3개 사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전망이다. 필자는 이런 미국의 요구가 정당하며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3개 요구 사항을 수용토록 견인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상응조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로드맵의 용도는 북한이 거부하지 못할 강력한 유인책을 단계적으로 명료히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계산법을 바꾸려는 데 있다. 상응조치 로드맵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여, ▲초기 정치·외교·경제적 상응조치, ▲상응조치 완성의 최종 단계(정의), ▲단계적 상응조치 이행 로드맵 등을 포함한다.
현 단계에서 미국과 북한의 로드맵이 구체적이고 완벽할 필요는 없다. 양국 간의 깊은 불신을 감안할 때 그런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개념적으로 최종 상태와 중간단계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확인한다면, 개념적 로드맵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
둘째,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을 성과물은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초기 비핵화 조치는 사전 실무회담에서도 주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합의를 위해서는 지난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기’ 입장과 미국의 ‘영변+외부 핵시설 포기’ 주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 중단’을 차기 북·미 정상회담의 최소 목표이자 핵심 목표로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확보할 초기 비핵화 조치로서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 중단을 제기한다. 추가로 미국의 관심 사항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검증, 중·장거리 미사일 이동발사 차량 폐쇄 등도 포함하도록 한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시정연설(2019.4.12.)에서 “핵무기 생산 중단”을 선언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핵물질 생산활동 동결과 생산시설 폐쇄는 북한이 이미 자발적으로 선언한 것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당연히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검증 방안을 북한에 적용할 것인가? 우리는 북핵 검증을 말할 때, 곧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안전조치용 사찰을 연상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IAEA의 전면적이고 침투적인 사찰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이를 거부해왔고, 국제사회도 이를 강요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핵 검증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과 북·미 간 깊은 불신 관계를 감안하여, 비핵화 및 북·미 대화 진전에 맞추어 검증을 단계적으로 강화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초기 비핵화 단계에서는 합의된 비핵화 조치의 신고 범위에 한정하여 ‘관찰’ 또는 ‘감시’ 검증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추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검증 방식도 점차 강화되고, 미래 어느 시점에 북한이 NPT에 재가입했을 때 전면적인 사찰을 적용하면 된다.
넷째,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서 상응조치가 큰 쟁점이 될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일부 비핵화 조치 대가로 민수 부문의 경제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가 과도하며, 경제 제재는 가장 효과적인 대북 레버리지이므로 완전한 비핵화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제재 해제 요구가 거절당하자, 당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야간 긴급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앞으로 구차하게 제재 해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안전보장을 상응조치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필자는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적정 수준의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와 중국이 있어 안전보장이 어느 정도 담보되었으므로, 제재 해제와 경제협력을 더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 북핵 문제 해결의 정치적 해법
2018년 들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3인의 우연한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역사적 기회가 열렸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남·북·미 정치 지도자가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이렇게 정치 지도자들이 직접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비핵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무장하고 핵 억제력을 확보했는데, 어렵게 획득한 이러한 핵 능력을 북한이 쉽게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과거에 7번이나 핵합의를 깨고, 핵 위기를 재발시켰다. 이런 북핵 협상의 악순환 구조와 패턴을 본다면, 이번 핵협상 국면이 8번째 악순환 주기가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무장으로 인한 전쟁 위기 증가, 동북아 핵확산 가능성, NPT 체제 붕괴위험 등을 감안할 때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과 긴박성은 더욱 증가했다. 모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정치적 빅딜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아래와 같이 비핵화의 진전과 양자 관계 개선을 병행하는 정치적 해법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 정부가 각각 천명한 ‘3-No’와 ‘4-No’ 선언을 반복적으로 재확인하고, 대북정책 원칙으로 정착시킨다. 여기서 ‘3-No’는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반대하는 것이며, ‘4-No’는 정권교체, 체제 붕괴, 통일 가속화, 미군의 이북 진출 등을 반대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했던 ‘통일국민협약’에 이 원칙을 포함토록 하고, 미국은 의회 결의에 이를 포함하고 지지토록 한다.
둘째, 남·북한은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여,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법제화한다. 남북기본협정은 동·서독 기본조약처럼 남북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조속히 북·미 수교 협상을 개시한다. 이것은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1조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다. 북·미 수교 협상은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와 불가침을 확약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북·일 수교 협상을 시작하여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에 일본의 참여와 긍정적인 역할을 유도한다.
넷째, 역내 강대국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동북아 공동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다자 안보대화’를 추진하고, ‘동북아 비핵지대’도 모색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상호작용하는 만큼 동북아 안보대화를 조기에 가동토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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