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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 제기
Ⅱ. 인도 정부의 대외정책
Ⅲ. 신동방정책과 동아시아
Ⅳ. 평가와 정책적 고려사항
<요약>
인도는 13억 인구와 연평균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 덕분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글로벌 선도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주변 및 동아시아 국가와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방정책을 바탕으로 한 최근 활발한 외교는 인도의 전통적 대외정책 기조인 비동맹 원칙으로부터 벗어나 국제사회에 대한 적극적 관여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인도 대외정책의 기본원칙, 변화과정, 결정 요인들과 동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이해하고 현재 모디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동방정책을 분석하는 것이다.
인도의 대외정책은 영국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1947년 이후부터 현재 모디 정부에 이르기까지 네 단계로 나뉠 수 있다. 첫째, 1947년 독립 이후부터 1962년 중·인 국경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인도는 자할왈랄 네루(Jawaharlal Nehru) 초대 총리가 제시했던 비동맹 원칙에 기초한 대외정책을 추진하였다. 둘째, 1962년 중·인 국경전쟁에서 크게 패한 인도는 기존 비동맹 정책의 이상주의적 요소를 제거하고 현실주의의 자력구제(selfhelp)적 접근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비동맹 원칙의 기조는 유지되었으며, 다만 다른 주요 강대국들과 최소한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은 지속하였다. 셋째, 1991년 이후 냉전 종식과 소련의 붕괴라는 국제체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는 중장기적 대외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바로 동방정책이었다. 이 정책을 통해 인도는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고 인도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자유화를 도입하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는 전통적인 영향권이었던 인도아대륙을 넘어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동아시아로 관심을 돌렸다. 넷째,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가 이전의 동방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미·중 간 경쟁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및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일과 함께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주요 국가들과도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신동방정책은 동방정책이 추진될 때와는 철저하게 다른 지정학적·경제적 상황 속에서 탄생하였다. 동방정책에서 신동방정책으로의 전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도 이웃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 인도양에서 해군력과 외교적 확장은 인도에 중대한 전략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의 긴장 관계 속에서 중국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그들의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최근 네팔, 스리랑카, 몰디브, 방글라데시, 미얀마, 부탄 등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관여를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방정책이 시작되었던 초창기와 비교해, 지난 몇 년 동안 인도-아세안 간 관계는 동일한 추진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에 새로 출범한 모디 정부는 2014년 11월에 신동방정책을 발표하였다. 신동방정책은 아세안과 인도의 관계를 부활시키고 활성화하는 노력뿐 아니라, 북으로는 한국을, 남으로는 호주와 뉴질랜드, 이웃 방글라데시로부터 극동으로는 피지 및 태평양 섬 국가를 아우르는 지역에 관여하는 것이다.
모디 정부의 중장기 대외정책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단순히 균형자(abalancing power)가 아닌 선도국가(a leading power)가 되는 것이며 국제체제 내 합당한 대우(rightful place)를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도 대중들이 원하는 것으로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국가로 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디 정부는 인도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인도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며 문화적 구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도의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인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장기적 대외전략 목표를 위해 모디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인도는 전통적 외교전략인 비동맹 원칙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방법적인 면에서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동맹 원칙의 핵심은 강대국의 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는 인도-태평양에서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둘째, 인도는 세계 여러 국가와 양자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안보동맹 없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한 다층적 제휴(multi-alignment)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인도는 약30개국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셋째, 인도는 인도아대륙뿐만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국가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규범에 기초한 역내 질서 유지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like-mindedstates)과 협력 관계를 넓혀 나가고 있다. 그 예로,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참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inclusive)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디 정부의 대동아시아 정책은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세안과 일본이 그 중심에 있다. 먼저, 인도와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 발전 문제라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도는 무역과 투자 등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기를 원한다. 반면 정치·안보적 측면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국경 분쟁, 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양에서 중국의 팽창 등으로 인한 양국의 전략적 차이를 인식하고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는 범위에서 현상 유지를 원한다.
둘째, 인도는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과 인도-태평양에서 법에 의한 질서와 번영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국은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수준의 강력한 협력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셋째, 인도와 아세안의 관계는 인도가 경제 개혁과 발전을 목표로 1990년 후반 동방정책을추진하면서 관계 개선을 하였지만, 최근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인도에 아세안의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더욱 증대되었다. 따라서 모디 총리는 아세안을 자신이 추진하는 신동방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정치·안보, 경제 등 포괄적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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