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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대한 평가
2.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쟁점
3. 향후 전망 및 과제
1.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대한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27, 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어떤 합의문도 채택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사실 이런 하노이 회담의 끝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의 결과로 북·미 관계, 비핵화, 평화체제 등 3축이 나란히 진전되어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촉진하려던 우리의 계획도 지연되게 되었다.
“웃으며 헤어졌다”는 북·미 양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합의 무산이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회담 결렬은 종종 상대방에 대한 책임 전가와 상호 비난으로 이어지고, 협상 중단을 초래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당초 비핵화할 의지가 없었던 데다, 미국은 충분한 준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선호에 따라 대북 협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적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접근법이 모처럼 북·미 간에 대화의 돌파구를 여는데 기여했지만, 일인 리더십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불안정하며 예측불가하다는 한계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반응을 보면, 실제 추가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양 국가와 양 정상의 이익을 감안할 때, 모처럼 열린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기회를 단 한 번의 합의 무산으로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대체하고, 후자를 자신의 대표정책 노선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핵 협상의 성공과 북·미 관계 개선 없이는 제재 해제도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거래적 협상’의 대가로 자부하는 만큼 가격이 안 맞아 일시 후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그리고 평소 반(反)오바마 정서를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핵 협상의 성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기는 최고의 방책이며, 또한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아주 생산적인 회담”이었고, “악수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우호적으로 회담이 마무리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도 일제히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후속 회담을 기약하는 기사를 실었다. 3월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키며, 조선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매체는 후속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부각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 길을 오고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시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하며, 양 정상의 친밀감을 강조하고, 후속 정상회담이 열릴 것을 예고했다.
2.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쟁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된 후, 북·미 양국은 각각 합의 무산의 배경에 대해 다소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와 달리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완전히 배제한 채 문제점에 대한 해명을 중심으로 반박했으며, 미국도 상대방에 대한 자극을 극도로 자제했다. 소위 협상론에 따르면, 종래의 ‘적대적 협상’ 스타일에서 벗어나, 한층 성숙한 ‘거래적 협상’ 스타일을 보였다. 이렇게 양측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문제를 공략하는 ‘거래적 협상’ 스타일을 채택한 것은 향후 북·미 협상의 재개와 진전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다면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쟁점은 무엇인가.
미국은 협상 결렬의 배경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두 개의 쟁점이 있다.
첫 번째 쟁점은 미국은 영변 핵단지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비핵화”를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영변 밖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영변 외의 미사일 시설, 핵탄두 무기 체제의 해체, 핵 목록 신고 등도 필요했다. 그런데 이 후자(미사일 시설, 핵탄두 해체, 핵 목록 신고 등)의 요구와 관련해, ▲이를 하노이 협상에서 확보하려고 했는지, 또는 ▲북한이 과도하게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전면적인 해제는 추후 협상에서 후자의 요구를 확보하기 위한 레버리지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는 말인지는 불분명하다.
두 번째 쟁점으로 북한은 자신이 요구한 제재 해제는 전부가 아니라 일부 해제이며, 민생 관련 해제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며, 미국이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이 제안을 놓치지 말 것을 호소 겸 협박했다. 합의 무산 이후 급조된 기자회견(3.1)에서 리영호 외무상은 북측의 비핵화 제안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첫째,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 이는 북·미 양국의 현 신뢰 수준의 단계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이다. 둘째,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가 있다. 셋째,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리 외무상은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일부 해제이며, 구체적으로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을 해제하는데, 그중에서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는 것이다.
이런 양국 간 정상회담 사후 논쟁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단계적 병행 조치에 대해 중대한 입장차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안보리 경제제재를 주요 압박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2016년부터 그 성격이 바뀌어 왔는데, 이전에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기술을 주로 통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이 반복되자, 유엔 안보리는 김정은 통치자금과 경제 전체를 타깃으로 현금거래를 동반하는 일체 수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제재가 주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따라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할 때까지 이 경제제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리용호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시사했듯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제재 해제의 상응조치와 교환하는데 이용하고, ▲기타 비핵화 조치(핵신고, 핵탄두 및 미사일 폐기 등)는 미국으로부터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를 얻는데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3. 향후 전망 및 과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쟁점이 불거진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실무급 회담과 고위급 회담이 조금 시간을 두고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새로운 공감대가 만들어진다면, 3차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국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왜냐하면 비핵화가 진전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어야, 비로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신한반도체제’를 구성하는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를 실현하는 기반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은 북핵 문제와 북·미 회담의 최대 이해당사자이다. 따라서 한국은 비핵화와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해 당사자·촉진자·중재자로서 적극 개입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노이 합의가 무산된 직후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긴밀한 한·미 공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함에 따라, 후속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은 남북대화를 갖고 하노이 회담의 쟁점을 확인하고 상호 타협점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요청을 감안할 때, 이런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대화의 방식으로 특사 파견이 가능하겠지만, 보다 정확하고 진솔한 소통과 진의 타진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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