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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F 조약을 둘러싼 미·러 갈등의 전개 과정
2. 군비통제 관련 미·러 간 갈등의 원인(遠因)과 근인(近因)
3. 미·러 간 군비통제 갈등의 파급 영향 및 전망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은 2018년 10월 20일 러시아가 여러 해에 걸쳐 위반해 오고 있는 ‘중거리핵전력(INF: Inter- 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을 탈퇴할 예정이라고 선언하였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은 2018년 12월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외교장관회의에서 ▲러시아의 INF 조약 준수 복귀 시한을 2019년 2월 2일까지 60일로 한정하고, ▲제시한 시일 내에 러시아가 INF에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을 파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하였다. 미·러 양국은 지난 1월 15일 제네바에서 INF 조약 위반을 둘러싼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INF 조약은 미국의 탈퇴 통보 후 6개월이 지나는 8월 초에 파기될 예정이다.
1. INF 조약을 둘러싼 미·러 갈등의 전개 과정
⑴ 미국의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 주장 제기
미국에서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 주장이 제기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제기된 것은 2014년이다. 미 국무부는 2014년 7월 공개한 연례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조약 이행 보고서’(이하 ‘이행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공식 주장하였다. 동 보고서는 “미국은 러시아가 500㎞부터 5,500㎞까지의 사거리를 가지는 지상발사순항미사일(GLCM: Ground Launched Cruise Missile)의 생산, 보유, 발사실험, 그리고 GLCM 미사일을 발사하는 발사체의 생산과 보유를 금지하는 INF 조약을 위반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도 2014년 7월 28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에게 전달된 친서를 통해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에 대해 항의하였다.
그러나 상기 보고서는 러시아가 어떤 미사일의 개발 및 실험을 통해 INF 조약을 위반하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2015년, 2016년 각각 발표된 이행 보고서도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을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단지 2015년 이행 보고서는 사거리가 INF 조약에서 금지하는 영역에 포함되는 GLCM’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요청으로 2016년 11월 제네바에서 양국 대표들이 13년 만에 만났으나 상대국의 INF 조약 위반 사례 지적을 둘러싼 양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해법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⑵ 러시아의 미국 주장 반박
러시아는 미 국무부의 2014년 7월 이행 보고서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난 8월 1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미국이 오히려 구소련 및 러시아와 체결한 군비통제 조약을 위반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고 비난하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미국이 ▲미사일방어(MD: Missile Defence) 체제 구축을 위한 요격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수차례의 단·중거리 미사일을 통한 타격 실험을 하였고, ▲INF 조약의 GLCM 범주에 속하는 무장한 무인항공기(UAVs: Unmanned Aerial Vehicles) 실험을 하였으며,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도 INF 조약이 금지한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016년 소치에서 개최된 러시아 최고 석학들의 모임인 ‘발다이 포럼(Valdai Forum)’에서 대부분의 러시아 접경국들이 INF 조약에서 금지한 탄도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접경국들은 이러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 푸틴 대통령은 INF 조약의 유지 필요성을 존중하지만 개정 필요성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⑶ 미국의 INF 조약 탈퇴 가능성 시사 및 러시아의 강경 대응
트럼프 행정부의 INF 조약 탈퇴 가능성은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대러 강경파이자 핵군축 협정의 유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존 볼튼(John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이 임명되면서 그 시기를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러시아의 거듭된 증거 제시에 대응해 2017년 발표된 이행 보고서는 러시아가 시험, 배치한 GLCM은 당시까지 주장되던 미사일 타입, 즉 R-500[이스칸데르(Iskander)-K]/SSC-7 GLCM 또는 RS-26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과 다른 타입의 GLCM이라는 것을 밝혔다. 2017년 2월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한 GLCM을 이미 개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2017년 2월 언론매체들은 2016년 12월에 실전 배치된 GLCM을 NATO의 미사일 분류상 ‘SSC-8’ (사거리 2,000~2,500㎞ 추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1월 동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9M729 노바토르(Novator)’ 순항미사일로 분류된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GLCM의 구체적인 특성과 성능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Kalibr-NK 함대지 순항미사일의 변형판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9M729 순항미사일’ 주장에 대해 동 미사일은 INF 조약을 위반하지 않은 미사일이라고 반박하였다. 외교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Maria Zakharova)는 미국의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서 “그 미사일 체계는 완전히 INF 조약을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이 INF 조약을 폐기하고 금지된 미사일을 개발할 경우 러시아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그는 2018년 10월 25일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희망한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INF 조약을 위반하는 미국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는 그 나라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미·러 정상 간의 대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양국은 2019년 1월 15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검증위원회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또한 러시아가 1월 22일 ‘9M729’가 INF 조약을 위반하지 않는 미사일이라면서 모스크바 주재 서방 외교관을 초빙해 동 미사일을 공개했으나 미국 대표는 참가하지 않았다.
2. 군비통제 관련 미·러 간 갈등의 원인(遠因)과 근인(近因)
⑴ 미국의 유럽 내 NATO MD 체제 구축 추진
미·러 간 MD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군비통제 갈등으로 비화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사태 후 미국이 ▲본토 안보를 위한 세계적 차원의 MD 및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적 차원의 MD를 추진하면서부터이다. 특히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s) 조약을 탈퇴한 후 폴란드와 체코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푸틴 정부는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푸틴 정부는 2007년 5월 INF 조약에 위배되는 R- 500(Iskander-K)을 개발, 시험 발사했으며, 2008년 11월 4일 미국이 유럽 MD를 추진할 경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R-500 미사일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리드에 배치하겠다고 위협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INF 조약이 금지한 사거리를 갖는 ‘9M729’를 개발해 2008년 발사 시험을 하였다.
⑵ 러시아 주변국들의 미사일 능력 제고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인접국인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이란 등 INF 조약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국가들이 INF 조약에서 금지하는 미사일들을 개발, 생산, 실전 배치하면서, 러시아는 안보 위협을 실감하였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2007년 2월 12일 미·러 2+2 장관회의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국방장관에게 INF 조약 금지 미사일들을 이미 개발한 주변 국가들 및 개발 능력을 갖춘 국가들에까지 동 조약이 확대 적용되지 않는 한, INF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2018년 10월 트럼프 행정부의 INF 조약 탈퇴 결정은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기조와 ▲중국의 군사력 강화 정책에 대한 대응태세 강화 정책에 기인한다. 실제로 중국은 국방력 강화 정책을 지난 30~40여 년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최근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타이완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 외교·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비대칭 전략(asymmetric strategy)에 기반해 미사일 공격 능력을 중심으로 잠수함, 대(對)위성 무기, 사이버전쟁 수행 능력 등을 강화하면서, 소위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능력을 증대시켜 왔다. 그 결과 중국의 미사일 성능이 현격히 개선되었으며, 95%에 달하는 미사일이 INF 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⑶ 러시아의 NATO 대비 재래식 군사력의 취약성 노정
미국의 2001년 가을 아프가니스탄전 및 2003년 이라크전 수행 방법과 군수 지원 현황은 러시아가 미·러 간 재래식 군사력의 격차를 실감하게 하였다. 물론 러시아의 국방 개혁과 방산 현대화는 푸틴 제1, 2 정부에서도 부분적으로 추진되었으나, 2008년 러·조지아 전쟁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러·조지아 전쟁은 비록 러시아가 승리한 전쟁이었으나 러시아 재래식 전력의 취약성과 군사 능력 운용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대러 제재가 단계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특히 미국 주도로 폴란드 및 발트 3국에서 NATO군 훈련이 수차례 진행되고 대러 견제 신속대응군의 창설과 지휘본부를 폴란드에 두기로 결정함에 따라서 이에 대응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해 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9월 10일 크렘린에서 무기 현대화 계획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NATO와 미국의 대러 군사적 압박 및 MD 추진에 대응해 2016~2025년 사이에 ▲핵무기 억제력 보장,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재무장, ▲우주 방어체계의 구축, ▲고도의 정밀타격 재래식 무기의 개발 등과 같은 군 현대화 계획을 결정하였다. 한편 러시아는 2014년 10월 말 핵공격이 가능한 중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NATO 방공구역으로 여겨지는 발트해에서 대서양으로 연결되는 공중 지역을 비행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⑷ 우크라이나 사태 후 NATO의 신속대응군 배치
2014년 3월 러시아의 전격적인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지원은 NATO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을 포함한 NATO 회원국들은 한편으로는 대러 외교·경제 제재를 점차 가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대응 태세의 강화를 추진하였다. 2016년 7월 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NATO 회원국 4국에 4,000여명 상당의 신속대응군을 분산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
러시아는 NATO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대한 상비군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였다. 콘스탄틴 코사체프(Konstantin Kosachev)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NATO의 결정은 베를린 장벽 이후 양 진영 간의 새로운 두 번째 장벽을 세운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러시아 외교부 역시 2016년 7월 10일 성명을 내고 “NATO는 계속해서 일종의 군사·정치적 거울 나라(looking-glass world)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의 평화와 안정과는 반대로 NATO는 존재하지도 않은 동방(러시아)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하는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러시아는 2016년 가을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R-500) 미사일을 배치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2017년 9월 벨라루스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West-2017)을, 그리고 2018년 9월에는 중국과 30만여 명이 참여하는 탈냉전기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East-2018)을 실시하였다.
3. 미·러 간 군비통제 갈등의 파급 영향 및 전망
⑴ 다자 군비통제 조약 또는 합의의 촉진
미·러 양국은 지난 45여 년 간 양자 차원의 군비통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러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INF 조약 탈퇴는 한편으로는 2021년 만료 예정인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의 연장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러 양국 차원의 단·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군비통제 범위를 중국, 영국, 프랑스, 이란, 북한 등 여타 미사일 생산국으로 당사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향후 중·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배치, 감축 등과 같은 군비통제의 문제는 미·러 양국 차원이 아닌 다국 차원으로 당사국이 확대될 것이며, 불가피하게 동 미사일 문제를 다루기 위한 다자 군비통제 협의 또는 조약 체결도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핵 감축을 위한 군비통제 협의 또는 조약 체결 역시 앞으로는 전술핵무기의 통제와 감축이 포함되어 더 이상 미·러 양국뿐만 아니라 여타 핵보유국들도 참여하는 다자 협의와 조약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⑵ 미·러 간 군비통제 협력의 모멘텀 약화
미·러 관계는 2012년 5월 푸틴 대통령의 복귀와 2013년 1월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개인적 요인 및 국내외적 요인이 상호 결합해 ‘갈등이 극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 주도하 서방의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맞대응을 자아내면서 러시아와 유럽의 경제위기 심화는 물론 러·NATO 간 군사적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군축 협력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친(親)푸틴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미·러 관계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따른 미 정치권과 언론 매체의 극심한 반러 감정,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에 따른 대러 제재의 지속 등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 사상 최악의 미·러 관계 속에서 진행된 ▲미국의 INF 조약 탈퇴와 동 조약의 폐기,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 구현을 위한 핵무력 포함 군사력 강화 등의 정책은 현존하는 군비통제 조약인 New START의 연장 여부를 불투명하게 함은 물론 미·러 간 양자 차원의 군비통제 협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그동안 미사일 확산을 억제해 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의 법적, 규범적 구속력 또는 효력을 훼손시킬 것으로 보인다.
⑶ 동북아 전략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 예상
중국은 미·러 양국에 비해 핵 무장력 및 재래식 전력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 및 시험을 위해 MTCR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에 가입하지 않음은 물론 러시아와 협력 또는 자체 기술 개발로 재래식 군사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게다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Pivot to Asia policy)’과 대중국 포위 전략의 강화, ▲일본과의 역사 갈등 및 영토분쟁 등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 정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미·중 관계와 중·일 관계는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일본, 괌 등 동북아 지역에 집중 배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중국도 미국의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 정책에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동북아 전략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러시아도 INF 조약이 폐기된 상황에서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생산해 극동 지역에 배치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INF 조약의 탈퇴 및 폐기를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상관없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향후 동북아 전략 환경에서 정치·군사적으로 ‘미·일 vs. 중·러’ 대치 구도가 형성, 심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⑷ 유럽에서의 군비경쟁 촉발과 긴장 고조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은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Warsaw Treaty Organization)의 최전방이었으며, 그 결과 수많은 단·중거리 미사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INF 조약의 체결은 미·소 양국 내보다는 유럽 전장에서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미·러 및 러·NATO 간 갈등 심화는 불가피하게 미국의 유럽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내 NATO 회원국들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수용할 경우, 러시아 미사일의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한편 유럽 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도 INF 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단·중거리 미사일들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역내 배치된 미국의 200여 개 전술핵무기 철수를 주장해 왔던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일부 NATO 국가들의 주장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유럽에서 러·NATO 간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그 결과 양측 간 정치·외교·군사적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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