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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년 대유럽 정상외교의 의의
2. 2018년 대유럽 정상외교의 성과
3. 향후 대유럽 외교의 과제
1. 2018년 대유럽 정상외교의 의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유럽 4개국과 교황청 등 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 지지 확보 및 한·유럽 동반자관계 심화·발전을 위한 대유럽 정상외교를 펼쳤다.
한국과 유럽은 공히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양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 디지털 경제,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휴머니즘에 입각한 신성장 동력 모델 창출의 좋은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은 한국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지역 통합이란 제도화되고 심화된 다자 협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해 왔다는 점에서 좋은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공통의 문제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공동 해결을 모색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7박9일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유럽이 필수적인 파트너이며 ▲한국 외교의 다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 대통령의 ▲아시아‧유럽 51개국 정상과 EU·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2개 지역협의체 대표가 참석하는 제1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회의 참석 및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EU), 덴마크 방문은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방면의 유럽과 아시아 간 교류에서 한국의 위치를 재인식시키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 2018년 대유럽 정상외교의 성과
이번 유럽 정상외교는 양자적 차원과 다자적 차원에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양자적 차원에서 한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EU, 덴마크 정상회의는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공통의 주제 하에 진행되었다.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과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 등 미래지향적 실질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기반을 공고화하는 것이 이들 국가 방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첫 번째 방문국인 프랑스와 교역·투자·교육·문화 등 기존 협력 분야를 넘어 빅데이터·인공지능·자율주행기술 등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 기반도 다지기로 하였다. 양측은 포괄적인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시 수립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교역과 투자를 보다 균형적으로 확대하고, ▲과학기술, 신산업,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 분야의 협력을 증대하기로 하였다. 구체적으로, 양국은 ‘과학기술 협력 액션 플랜’을 채택하기로 하였다. 이 액션 플랜에 따라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양국은 우주, 기후변화, 신소재·나노 등 과학기술 분야 관련 정책을 교류하고, EU 다자간 공동연구 장려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외교·안보 협력에 더하여 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한 것이 한국·프랑스 관계의 변화라면, 한국과 두 번째 방문국인 이탈리아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외교·안보적 측면이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양측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하고 그간 운영해 온 정책협의회를 ‘한·이탈리아 전략대화’로 격상, 2019년에 제1차 한·이탈리아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G7 국가이자 지중해 국가인 이탈리아와의 다양한 협력 추진은 한국의 대유럽 외교의 외연을 더욱 확대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양측은 ▲‘대한민국 정부와 이탈리아 공화국 정부 간의 국방협력에 관한 협정’(안보 및 국방정책, 방산 연구 및 개발, 군 의료 서비스, 방위산업 등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발전)과 ▲‘대한민국 정부와 이탈리아 공화국 정부 간의 항공 협정’(여객 및 화물 운송 등 항공업무 개설 및 운영, 항공 운항의 안전 보장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다양한 항공서비스 제공)에 서명하고, ▲‘산업에너지 협력 전략회의’ 양해각서(MOU)(산업 기술, 에너지, 무역·통상 증진 분야 협력을 위해 차관급 전략회의를 2년에 한 번씩 양국이 교차로 개최)를 체결하였다. 이러한 합의는 양측이 정무․국방 협력,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한 교역․투자․과학기술 발전,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제고 등 다각적으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마지막 방문국인 북유럽 국가 덴마크와 과학기술 개발이 동반된 환경 협력에 집중하였다. 양국 간에 폐기물 감축을 비롯해 제품과 물질 재활용으로 천연자원 소비를 낮추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분야 협력 MOU가 서명되어 기존의 협력에 더하여 ‘순환 경제’와 에너지 신산업과 같은 신규 협력 분야가 포함되었다. 이로써 양국은 재생에너지 및 녹색경제로의 이행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관련해 오는 11월 초 한국이 주최하는 제8차 녹색성장 동맹회의에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에 관한 양자 MOU가 서명될 예정이다. 또한 환경과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는 북극까지 이어져, 양국 간 극지 연구 및 드론(drone)을 포함한 자율 이동체 분야에서 새로운 MOU가 서명되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과 덴마크 양국이 경제협력, 과학,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다자적 차원에서도 신성장 동력 모색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한국의 노력은 이어졌다. ‘글로벌 도전에 대한 글로벌 동반자’를 주제로 10월 18일부터 19일(현지시간)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12차 ASEM 정상회의는 양 대륙의 연계성(connectivity) 심화 및 확대를 주요 목표로 하였다. 제1, 2 세션과 오찬 겸 리트리트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ASEM 정상회의는 ▲제1 세션에서 ‘포용적 성장과 지속 가능 연계성 증진을 통한 미래를 위한 협력’, ▲제2 세션에서 ‘다자주의 강화 및 글로벌 도전 대처를 위한 ASEM 파트너십 강화’, 그리고 ▲오찬 겸 리트리트 세션에서 사이버 안보 및 권리, 대테러, 이주, 해양안보와 같은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로 구성되었다. 법치에 입각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이번 회의는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경제발전 노력을 조율하여 보다 체계적, 효과적, 효율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간 연결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였다.
특히 이번 ASEM 회의는 인적·재정적·제도적 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다자무역 질서 보호, 포용적 성장, 경제 디지털화의 추구로써 급변하는 국제 질서와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 속에서 인본주의적 가치를 지키는 조화로운 협력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단면을 보여주었다.
또한 10월 20일(현지시간) 개최된 제1차 P4G 정상회의에서는 지속 가능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요지의 ‘코펜하겐 행동선언’이 채택되었다. 본 회의 역시 ASEM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다자주의, 제도적 협력과 함께 지식 및 전문성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3. 향후 대유럽 외교의 과제
이번 유럽 정상외교는 한국과 유럽이 각자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제도적, 인적 혁신의 과정에서 상호 협력 가능성을 새로이 타진한 기회였다고 할 것이다. 한국이 유럽과의 협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ASEM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일본의 ‘질 높은 인프라(Quality Infrastructure)’ 구축 정책, ▲유럽의 ‘연계성’ 정책이 조화와 공존, 협력을 이룰 수 있는가가 이전보다 심층적으로 논의되었다. 이 세 정책은 모두 아프리카, 서남아, 동남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 자신의 인프라 개발과 디지털 경제 표준을 확산시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협력의 접점이 무엇인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EU는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회의와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아시아와 유럽 간 연계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 모색을 천명하였으므로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과학기술 교류는 단기간의 투자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분야이므로 장기적 안목에서 유럽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유럽 개별국과의 양자 협력과 EU 차원의 다자 협력을 적절히 조화하여 개별 회원국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중첩을 피하는 체계적인 대유럽 과학기술 외교의 운영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됨에 따라 유럽의 역할 및 ASEM 차원에서의 협력 방식에 대한 비전도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 지원이나 투자의 추진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경제발전 경험 및 국제경제법에 관련된 지식 공유나 북한 경제 인프라에 관련된 데이터 축적 등 북한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촉진하는 경제협력 기반 구축 추진은 가능할 수 있다. EU가 인적 교류를 통한 연계성 강화를 강조해 왔고, 스웨덴 등 유럽의 몇몇 국가가 북한의 대외접촉 창구 역할을 해 온 것을 고려할 때 대북 사업에 있어 유럽의 역할을 개발할 여지는 충분하다. 또한 유럽 각국과 EU가 중유럽, 동유럽, 발칸 지역에 대한 지원을 냉전 종식 이후부터 현재까지 해 오고 있다는 점은 대북 사업에서 유럽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위해 대유럽 외교 전략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유럽 정상외교가 보여준 것처럼 한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가치와 문제의식은 다대하다. 이러한 인식의 기반을 행동의 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보다 진전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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