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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재 선거 평가
2. 국내 정국 전망
3. 대외관계 전망
1. 총재 선거 평가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상대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선에 성공했다.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아베 총리는 70% 가까운 득표를 얻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압도했다. 아베의 총재 임기는 2021년 9월까지인데,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아베 총재가 임기를 다 채울 경우 제1차 내각을 포함한 총리의 통산 재직기간은 무려 10년 가까이 된다. 자민당이 내년 여름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무난하게 치를 경우, 내년 11월에는 일본이 근대국가로 건국한 이래 역대 최장의 총리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가 총재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정치,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안정감 있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의 6년과 비교할 때, 아베 내각 하에서 일본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었고, 주가와 일자리 등의 경제 지표는 완연한 회복 기조로 돌아섰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호조로 인해 여유가 생긴 많은 국민들은 굳이 정권교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인 해외 순방과 정상외교를 통해 일본의 국제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아베의 ‘강한 지도자’로서 이미지가 정착되었다.
지난 6년 동안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등락을 거듭했다. ▲아베 집권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안보법제 등의 입법화 과정에서 드러난 밀어붙이기식의 국정 운영, 그리고 ▲모리토모학원(森友學園)과 가케학원(加計學園) 스캔들 및 ▲재무성 문서 위조 등으로 인한 정권의 도덕성 실추가 부각되면서 내각 지지율은 하락세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은 국내외적인 위기 상황을 활용하여 국면 전환에 성공하면서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고, 예외 없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총재 선거는 역설적이게도 아베 장기집권에 내재된 불안 요인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베는 국회의원 표의 80% 이상을 확보했지만, 현직 총리라는 유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당원 표는 55% 득표에 그쳤다. 당 총재의 영향력을 의식하는 의원들과 달리, 당원의 투표 결과는 국민 여론을 왜곡 없이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모리토모 학원, 가게 학원에 대한 아베의 설명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약 70%에 이르고 있다. ▲‘아베 1강’에 대한 불만,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 및 ▲장기집권의 피로감이 축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관저 주도의 밀어붙이기식 정국 운영을 고집할 경우, 여론의 이반과 함께 아베 정권의 ‘레임덕’은 의외로 일찍 시작될 수 있다. 선거전에서는 또한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이 대기업과 도시 지역을 우선한 결과, 지방과 중소기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강한 불만이 표출되었다. 따라서 아베는 당내 화합과 여론을 중시하면서 국민 전체가 느낄 수 있는 정책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2. 국내 정국 전망
향후 아베 총리의 정국 운영 과정에서 첫 고비는 내년에 예정된 통합지방 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재의 지휘 하에 치른 지난 5번의 국정 선거에서 자민당은 모두 압승하였지만, 내년의 상황은 자민당에 불리해 보인다. 특히 소비세 증세라는 악재를 앞두고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가 2013년에 자민당이 압승한 의석을 두고 치르는 선거인만큼, 자민당의 의석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와 자민당 수뇌부는 ▲내년에 개최되는 럭비 월드컵, ▲일본 천황의 양위(譲位)와 새로운 천황의 즉위, ▲G20 정상회의(오사카), 아프리카 개발회의 등의 이벤트를 최대한 활용하겠지만, 아베의 마지막 총재 임기가 정해진 만큼 당내에서 ‘포스트 아베’ 경쟁이 치열해지고 아베 총리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베 내각의 국정운영에는 내정과 외교에서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경기 활성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베 내각은 ‘도쿄 올림픽 이후 경기는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을 불식하고, 디플레이션의 완전한 탈피를 임기 중에 보여주면서 정책성과가 지방이나 중소기업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와 연금·의료·개호(介護: 간호·간병) 등 사회보장제도의 확충과 재정 건전성의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선진국 최악의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세 증세 등 고통을 동반하는 계획이 시행될 경우, 아베노믹스에의 대한 부정적 영향과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600조 엔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장 전략과 규제 철폐가 불가결하지만, 최근에는 그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다.
아베는 총재 선거를 전후하여 헌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2020년까지 개정 헌법을 시행한다는 시간 계획을 전제로 오는 가을의 임시 국회에 자민당의 개헌 초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개헌안의 핵심은 ‘전력 불(不) 보유’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9조 2항을 유지하되, 여기에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의 진보세력은 ‘평화헌법’의 개정을 반대하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개헌에 소극적이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 자민당의 일부 의원들은 자위대의 존립 근거와 배치되는 9조 2항을 삭제하고 ‘국방군’ 창설을 명기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아베가 주도하는 개헌안은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 여론도 개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과반수에 달하고 있다. 아베가 총재 임기 중의 개헌에 집착하여 반대·신중론을 무시하고 개헌안 발의를 강행한다면, 정권 기반의 유동화를 자초할 수 있다.
3. 대외관계 전망
향후 아베 내각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방위력을 정비하고 국제적인 역할을 확대하는 대외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미·일 동맹의 중요성, 규범과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명분으로 방위비와 무역, 환율 문제 등의 현안을 관리하고, 북한 비핵화 관련 한·미·일 3국 공조의 틀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들어 전략적 이해관계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졌던 중·일 관계는 향후 소극적 안정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고위급 인사의 상호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바, 오는 10월에 예정된 아베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중·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총재 선거를 전후하여 아베가 약속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북방영토라는 난제가 남아 있으므로 아베의 임기 중에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 그 배경에는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렇지만 북·일 국교 정상화의 최대 장애 요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 스스로가 강경론을 고수하는 한, 북·일 관계의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내각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주도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21세기 신시대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다만, 전전의 일본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에는 역사수정주의적인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는 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자 문제 등 과거사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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