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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의 특징과 의의
2.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
1.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의 특징과 의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2018년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렸다. 평양에서 짧은 3일간 양 정상이 보였던 언행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움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평양 정상회담은 동 회담의 슬로건으로 제시되었던 “평화, 새로운 미래”가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되는 개가를 올렸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의 특징과 의의는 아래와 같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이 금년 들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3차례나 열렸다. 분단 이후 지난 69년 동안에 단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번에 세 번째로 회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와 상호방문이 처음으로 실행되었다. 4월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의 남쪽 지역에서 열렸고, 9월 평양 정상회담이 열려, 사실상 상호방문이 성사된 셈이다. 연내로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된다면, 이는 북한 정상의 첫 남한 방문이자, 그야말로 남북정상회담의 상호방문이 실현된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의지와 그간의 파격적인 행보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과거 북측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수뇌 상봉과 정상회담을 구분하려 했고, 그 결과 실제 양 정상 간 면담 횟수와 시간이 제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수시로 직접 응대하고 회담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남북 정상 간 신뢰 구축과 직접 소통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적대관계의 해소와 비핵화 사례에서 주요 요인이 되었다. 적대관계의 해소, 핵무장 포기 등은 오직 정치지도자만이 결단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쿠바의 적대관계 해소, 리비아의 비핵화, 남아공의 비핵화 결정, 이란 핵 합의 체결 등은 모두 정상의 결단 및 직접 소통으로 가능했다. 이런 차원에서 문-김 대화 채널 구축은 향후 비핵화와 적대관계 해소의 전망을 밝게 하는 주요 성공요소가 될 것이다.
둘째,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기회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9월 19일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관람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소개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약 7분간 남북관계 발전, 전쟁 방지, 비핵화 등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직접 전달했다.
또한 이번 평양회담에서 남한으로 생방송이 제한적이나마 허용되었고, 북한도 정상회담을 별 여과 없이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는 과거 한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북한의 요구로 인해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된 것과 대조된다. 이로써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이 상대측 주민과 소통하는 효과, 그리고 양측 주민 간 간접적으로 상호 소통하는 효과도 컸다.
셋째,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와 세계를 상대로 직접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했다. 그동안 4.27 판문점 남북선언,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되었으나,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이를 언급하지 않아 그 진의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그런데 19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아가기로 확약했다”고 선언했다. 비록 이 발언 내용이 “북한 핵무기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일부 인사들의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직접 언급에 이어, 추가 비핵화 조치를 제시하여 비핵화 방향성을 공고히 하는 성과도 있었다.
2.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
남북 정상은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나가는데 필요한 실천적 조치들을 제시했고, 판문점선언에 따른 후속 실행문서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정부는 당초 평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협 종식,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촉진 등 3개를 제시했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방북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평양 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로 ‘전쟁 공포의 우선 해소’와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촉진’을 제시하여, 그의 주 관심사를 명확히 했다.
⑴ 전쟁방지와 군사적 긴장완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인 전쟁방지와 군사적 긴장완화는 평양공동선언의 1조에 있다. 그리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이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는 같은 날 남북 국방장관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에 담겨있다.
평양공동선언 1조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참고로, 여기서 ‘모든 공간’은 사이버 공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과거 빈번했던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격도 중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근거하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평양 선언을 “사실상 불가침 합의”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실질적 종전 선언”으로 각각 평가했다. 또한 정 실장은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를 개시”했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지대’를 목표로 하여, 전쟁방지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천조치로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근접 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DMZ 내 시범적 유해발굴 등),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으로 군사합의서 이행 점검 및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 소통, ▲군사분계선 일대 지정구역 내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연습 중지, ▲군용기 비행금지구역 설정 및 구역 내 일부 전술훈련 중지,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 어로구역 설정 등에 합의했다.
한편, 군사합의서 1조에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때 남북 군사대치를 전제로 한 한국군과 한미동맹의 군사태세에 미칠 영향이 다대하고, 또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대 압박과 관여”에 미칠 파장도 예상되어, 신속하고 체계적인 후속대응이 요망된다.
⑵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 촉진
평양공동선언 5조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고, 이에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북측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약속으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우선 영구 폐기하고,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평양공동선언 과정에서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하는 성과 외에도, 핵 문제를 남북 정상이 협의하고 협력하는 성과가 있었다. 실제 평양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대화 대부분이 핵 문제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과거 북한은 핵 문제를 전적으로 북·미 간 문제로 간주하고 한국의 개입을 철저히 무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핵 문제에 대해 협의뿐만 아니라, 협력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 연설에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직접 핵 문제를 발언한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 간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고, “공동선언 이외에도 (비핵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이 가급적 조기에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하여, 현 북핵의 정체 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핵화 협의가 진전되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로써 지난 판문점회담에서 보였듯이, 한국이 북·미 대화의 견인과 중재 역할을 다시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⑶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평양공동선언 2, 3, 4, 6조는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에 대한 양측의 요구를 반영한 많은 실천적 과제를 담고 있다. 양측이 합의한 실천조치로서 ▲연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환경협력과 산림협력 우선 추진, ▲방역·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 우선 해결,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 추진,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등 국제경기에 공동 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 협력, ▲10.4 선언 11주년 행사 개최, ▲3.1 운동 100주년 공동 기념,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 있다.
일부에서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관계 개선만 중시되고, 북핵 문제가 상대적으로 경시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합의문 분량과 달리, 남북 정상 간 회담과 각종 회동에서 대부분 시간을 핵문제 논의에 할애했다고 들린다. 또한 북핵 문제는 북·미 회담 몫으로 넘긴다는 정부 구상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가 이번 평양 회담의 최우선 과제이고, 합의문에는 빠졌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을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사실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완화, ▲남북 정상 간 직접소통과 신뢰구축이 북한 비핵화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남북관계 개선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사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남북 간 적대관계로 인한 북한의 안보 불안과 정권 불안을 공통으로 지적한다. 이때 남북관계 개선은 적대관계를 타파하고, 북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주요 대응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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