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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2.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에 따른 동북아 지형 변화
3. 비핵화와 평화체제 로드맵: 균형된 이행이 중요
1.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대신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되었다. 합의문으로만 보면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비핵화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중간 선거의 승리 필요성 등 국내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50% 이상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을 국내 지지율 상승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속해서 CVID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문 내용이 매우 원론적 입장을 담고 있어 향후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어떤 합의점이 도출될지 지켜보아야 한다.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 회견 이후로 다양한 내용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먼저, 그동안 언급되었던 ‘선(先) 반출’ 내용이 더는 거론되지 않았다. 소위 ‘리비아 방식’으로 일컬어졌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선 반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 입에서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6월 25일 CN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미 간 사전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CVID를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을 발표하였다. 즉, 북한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핵 능력을 CVID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2020년까지 CVID에 대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또한 20% 정도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북한 핵 능력을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현실적으로 CVID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점점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다.
정상회담 이후 <로동신문>에 나온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즉,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제재 해제를 하기로 했다는 것과 ▲양국이 단계적·동시적 원칙의 준수에 합의했다고 언급한 것은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행되는 북·미 간 비핵화 이행 과정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식을 다소 추구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점은 상대방의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에 대한 다음 단계 조치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했으며,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유해 송환 이후 미국의 체제 안정보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고⟶사찰⟶검증⟶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단계의 신속한 이행이다. 그러나 합의문에 CVID를 명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실무 협상에서 또는 이행 단계에서 어느 수준의 검증이 가능할지가 미지수이다. 북한이 자국의 모든 핵 능력을 신고하게 되면 이를 사찰단이 검증하게 된다. 이 경우 신고 핵시설 이외의 장소를 사찰하고 싶어지면, 즉 임의 사찰을 진행하고자 할 때 과연 북한이 이를 수용하겠는지도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므로 북·미 간 비핵화를 위한 지난한 실무진의 협상이 남아있는 것이다.
2.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에 따른 동북아 지형 변화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북·미 관계가 새롭게 수립된다면, 이는 적대 관계 청산과 함께 정상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의 일환으로 미국의 대북 투자가 포함될 수 있으며, 더 이상 북한은 미국에 위협이 아니게 된다. 이로써 북·미 간 신뢰가 회복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단순히 한반도에서의 지형 변화가 아닌 동북아 전체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뉴욕타임스>는 몇 달 전 북·미 정상회담을 “닉슨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강조하기 시작했다. 즉,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전 대통령의 미·중 데탕트가 구소련을 견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외교적 방향 전환이었다는 것을 연상시키면서, 북한이라는 중국의 전통적 완충 지역이 미국으로 기울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낳으리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다수 전문가는 북한이 과거 중국 정도의 국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안보 전략적 사고를 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동북아 지형에 매우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은 북·미 관계 강화에 매우 민감해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임기 초부터 북·중 관계를 동결시키면서 동시에 한·중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즉,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완충 지역화하려는 정책이었다. 이와 비교하여 현 단계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고, 이제는 북·미 관계까지 강화하려 하고 있다. 즉,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완충 지역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아마 현 단계에서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며, 북·중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 이후 중국은 주한미군 성격 변화 가능성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열어두면서 북·미 관계 강화에 대한 견제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3. 비핵화와 평화체제 로드맵: 균형된 이행이 중요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간의 균형된 이행이다. 만일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가 더디거나 이상이 생기게 되면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다. 즉,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간 체제 안전보장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면, 북한 핵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되는 등의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 정책도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협상은 남아있지만, 조기에 가시적인 결과가 없는 형국이 된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꾀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은 국내정치적인 피해가 극대화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관계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동력을 살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한미동맹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미동맹의 동력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향후 북·미 간 실무 협의가 빠르게 진행되어 비핵화와 평화체제 로드맵이 순탄하게 굴러갈 경우 우리 정부가 가장 반기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다. 현재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있으며, 핵실험장 폐기까지 단행했다. 또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했다. 앞으로 북·미 간 실무 협의를 통해 비핵화의 시간표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좀 더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미국은 거기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 경우 한미동맹 역시 긍정적인 재조정 및 변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북한 핵 위협이 사라질 경우를 대비하는 새로운 동맹의 전환이 예상된다. 즉, 글로벌 동맹 및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동맹을 새롭게 그려내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한국 정부는 한국의 이익과 정책적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한 간의 데탕트와 평화 프로세스, 이로 인한 동북아 지형 변화는 모두 북한 비핵화를 뺄 수 없는 요소로 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는 서로 연계되어 전개되고 있다. 만일 도중에 비핵화가 중단되면 평화 프로세스가 타격을 받는다. 한·미 관계도 복잡해진다. 향후 북한 비핵화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한·미 양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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