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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대북 정책
2. 북한이 대화에 나온 이유
3.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예상 의제
4. 한·미와 북·중 간 비핵화 개념의 차이점
5. 미·중 관계의 현주소
1. 미국의 대북 정책
미국의 대북 정책은 핵(核)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이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에 대해 큰 우려감을 느끼고 있다. CIA 국장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이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레드라인(red line·임계선)이 되어버렸다.
장거리 미사일 관련 미국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첫 번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 지명자 역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라고 언급했다. 장거리 미사일의 정상 각도 시험발사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미비한 기술이 보완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로 인한 본토 타격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된다.
더욱 중요한 미국의 두 번째 우려감은 북한의 핵미사일로 인한 미국 본토 위협이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감으로 이어져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동맹체제의 견고함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했던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하는 동맹국들의 우려감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 완성으로 인해 현실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할 수 있을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 완료는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제공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동맹국들 간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가져올 수 있다. 데니스 힐리(Denis Healey) 영국 국방장관은 1960년대에 당시 소련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5% 신뢰도의 확장억지력 제공만을 필요로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안보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95% 신뢰도의 확장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고 더군다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갖는 안보 불안감과 미국의 확장억지력 제공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매우 클 것이며, 이는 결국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동맹에 기반을 둔 미국의 아시아 전략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은 이 같은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으며, 만일 대화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더욱더 강한 제재로 북한을 고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폐기에 만족하고 북한핵을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확산(nuclear proliferation)에 대한 우려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테러단체로 북한 핵이 이전되거나 핵기술이 다른 국가로 이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핵 테러는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미국은 북한 핵 동결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핵 폐기를 정책적 목표로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 정책 라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존 볼튼(John Bolton)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포드(Joseph Dunford) 합참의장,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등은 매우 강경한 인사들이다. 실제로 군사적 옵션을 주장한 인사들이다.
따라서 향후 북·미 대화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강경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이며,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실무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경하게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2. 북한이 대화에 나온 이유
첫 번째로 미국의 대북제재와 군사적 옵션이다. 북한에 있어 미국의 대북제재는 ‘고난의 행군’ 때처럼 오로지 견디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것이 더 이상 아니다. 경제건설을 꿈꾸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대북제재는 뛰어넘어야 하는 산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로, ‘핵무력 건설’로 인한 자신감이다. 실제로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1960년대 핵보유국을 달성한 이후 구소련과의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즉, 자국의 대내외적 체제의 안정을 확보한 이후 경제력 구축을 위한 노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 역시 과거 중국과 유사한 노선을 밟고 있다.
세 번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이다. 경제발전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겼지만, CVID에는 뜻이 없으며, 중국과 한국을 완충 지역으로 삼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과정 기간에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를 받고 비핵화 수순으로 접어들며, 긴 비핵화 기간에 경제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얻어내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3.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예상 의제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적(preliminary) 성격이 있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미 간 합의 결과에 따라 재차 남북한 간에 결론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비핵화이다. 노동당 중앙위에서 병진노선의 수정을 밝혔으며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추가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경제발전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핵무력 건설’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핵무력을 남겨둔 채 경제발전으로 초점을 옮기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물론 국내적으로 비핵화를 선언하는 것이 김정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며, 또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체제보장과 비핵화를 교환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먼저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평양 방문에서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두 번째 의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다. 이미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접촉에서 비핵화에 대한 5가지 대가를 제의했다. ▲미국 핵전략 자산의 한국 철수, ▲한·미 전략자산을 토대로 한 연합훈련 철회, ▲재래식 및 핵 무기에 기반을 둔 공격 포기, ▲북·미 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 자체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5가지 제안 사안이 북·미 간에 어떻게 합의되느냐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보장 카드로 결론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전초적 성격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종전선언과 상호 적대행위 금지 등이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체제보장 카드로 이어질 것이며, 추후 남·북·미 간 종전선언, 남·북·미·중 간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경제교류 외에 제외된 부분, 즉 이산가족 상봉, 북방한계선(NLL) 설정 문제 등이다. 북한은 1977년 일방적으로 ‘해상군사경계선(Maritime Military Demarcation line)’을 설정하였다. 2007년 2차 정상회담 시 합의하지 못한 남북한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도 이번에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4. 한·미와 북·중 간 비핵화 개념의 차이점
한·미와 북·중 양측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한·미 양국은 1991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의거하여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핵무기, 핵시설 등이 한반도에서 제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에 핵무기가 없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잘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북한은 1992년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자국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안을 제안했으며, 여기에서 한반도 비핵화 개념이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비행기, 함선 등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핵우산 및 주한미군도 포함시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는 주장하지 않고 있지만, 미군의 전략자산이 포함된 한·미 연합훈련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자산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핵우산을 반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미국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미국의 핵우산을 ‘한반도 비핵화’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5. 미·중 관계의 현주소
미·중 간 패권 다툼은 한반도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보다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완충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흔들고 한·미·일 3국 공조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은 중국에는 매우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군사과학적으로 사드의 효용성이나 레이다 체계가 어떠한 효과를 가지는지를 여기서 논하기는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드 체계의 한국 영토 배치가 중국으로서는 한미동맹 강화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 시절의 미·중 관계는 미국민과 엘리트층에 수치심이었으며, 이 같은 ‘중국 피로감’은 미국 내 만연한 상태이다. 미국 내에는 현재 ▲미·중 간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중국 때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지금 아니면 중국을 때리고 중국 부상을 막을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후자를 택한 것 같으며, 현재 중국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제232조에 기반을 둔 무역제재에 이어 ‘슈퍼 301조’에 의거한 중국 때리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대미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완충 지역이다. 최근 들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예정으로 인해 중국은 ‘북한’이라는 완충 지역을 잃어버릴까 우려해 왔다. 이는 즉시 북·중 정상회담을 통한 관계회복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이미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중국의 대북 태도는 매우 강경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매우 단호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 결과는 북한을 미국 쪽으로 다가가게 만들었으며, 북·미 비밀협상 이후 2007년 ‘2.13 합의’ 도출로 이어졌다. 이후 중국의 대북 태도는 매우 유순해졌다. 즉,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안정을 내세우며 사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미국의 개입이 적극적일 경우에는 ‘한반도 안정’을, 미국의 개입이 느슨할 때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현재는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북한’이라는 완충 지역이 현상 유지돼야 하며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완충 지역 유지가 더 큰 국가이익이며, 따라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는 북·미 관계 정상화보다는 중국의 완충 지역으로 남아있는 핵보유국 북한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중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 과거 북·중 양국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공통의 이익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는 자세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성의를 보이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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