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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이유
2. 북한의 예상 행보 시나리오
3.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추이
4. 향후 대응 방향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남북한 간 교류·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1960년대 중국이 핵실험을 단행하고 구소련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것처럼 핵 무력 건설을 완성한 김정은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오게 된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 중재 노력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입장이며, 또한 군사 옵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북한에 체제 붕괴의 위험을 느끼게 하였다.
1.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이유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재와 압박 속에서 김정은의 인식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은 핵 무력 건설 완성을 통해 인민들의 경제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강력한 제재로 인해 이 같은 목적이 힘들어지고 있다. 서구 사회를 경험한 김정은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핵 폐기’라는 정책적 방향성을 선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로써 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북·미 대화’라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킨 게 아니냐는 신중론도 있다. 즉, 비핵화보다는 남북 정상회담이 목표라는 것이다.
북·미 양국의 목적 간 간극이 여전히 큰 상태이다. 물론 북한은 핵 폐기의 의지를 보였지만, 체제 보장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를 그 대가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이 이를 대가로 북한에게 어떤 선물을 안겨다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연합훈련 등은 미국에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국무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 CIA 국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에 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실무회담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중국 패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 이는 단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에 따른 것만은 아니며, 최근 변화하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도 연관된 우려감이다. 일본 역시 ‘일본 패싱’에 대한 우려감이 존재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국내적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강경 정책이 소멸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다.
2. 북한의 예상 행보 시나리오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먼저, 비핵화에 의지가 없는 경우이다. 이 경우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북·미 간 실무회담 및 정상회담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을 매개체로 한·미 관계를 흔들려고 할 것이며, 한반도에서는 다시 한번 긴장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성의 없는 북·미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발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만약 이럴 경우 한국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경우가 두 번째이다. 북·미 간 실무 협의에서 어떠한 진전이 있느냐에 따라 추후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미 간 비핵화 프로세스 논의에서 어떠한 합의가 나오느냐, 다시 말해서 미국이 북한에 줄 체제 보장 및 적대시 정책 철회 조치가 어떻게 합의되느냐가 중요하다. 이 외에도 경제적 보상과 제재 완화 문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3.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추이
작년 한 해는 한반도에 위기가 매우 만연했다. 북·미 양국은 상호 간 긴장 국면을 매우 드높이는 분위기였다. 2017년 4월 북한 관련 정책 리뷰가 끝난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제재에 기반을 둔 외교적 해법 중심이었다. 다시 말해서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었다. 그러나 점차 ‘개입’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개입’은 대북 정책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렸고, ‘압박’ 수단은 군사적 옵션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실제로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매우 자제되고 점잖은 어투로 전달된 연설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북한 정권을 도덕적으로 타락(“depraved character)했다고 규정하면서 고(故) 오토 웜비어 씨와 탈북자 지성호 씨 사례를 언급하였고, 북한이 개발하는 장거리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군사 옵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0월 대북 군사 옵션 리뷰를 지시, 올해 4월쯤 리뷰를 끝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은 낮으나, 적어도 사용할 군사 옵션이 준비되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소위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은 제한적 선제타격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강력한 전략 자산을 동원하여 북한의 군사적 보복까지 억지하겠다는 것이다. 허버트 맥마스터(Herbert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북 군사 옵션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위협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며, 한국 역시 북한의 남침에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제임스 리시(James Risch)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2월 15~ 20일간 독일에서 열린 제54차 뮌헨안보회의(MSC: 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 구상인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나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4. 향후 대응 방향
⑴ 미국의 진정한 대북 정책 목적 파악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먼저 미국의 대북 정책 목적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이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에 대해 큰 우려감을 갖고 있다. CIA 국장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이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레드라인이 되어버렸다.
장거리 미사일 관련 미국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첫 번째이다. 장거리 미사일의 정상 각도 시험발사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미비한 기술이 보완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로 인한 본토 타격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된다. 더욱 중요한 ▲미국의 두 번째 우려감은 북한의 핵미사일로 인한 미국 본토 위협이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감으로 이어져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동맹 체제의 견고함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샤를르 드골(Charles de Gaulle)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했던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하는 동맹국들의 우려감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 완성으로 인해 현실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 완료는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제공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동맹국들 간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1960년대에 데니스 힐리(Denis Healey) 영국 국방장관도 당시 소련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5% 신뢰도의 확장 억지력 제공만을 필요로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안보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95% 신뢰도의 확장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고 더군다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갖는 안보 불안감과 미국의 확장 억지력 제공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며, 그럴 경우 동맹에 기반을 둔 미국의 아시아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으며, 만일 대화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더욱더 강한 제재로 북한을 고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폐기에 만족하고 북한 핵을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확산(nuclear proliferation)에 대한 우려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핵 동결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핵 폐기를 정책적 목표로 분명히 할 것이다.
⑵ 미국의 강경 정책 노선에 유의
두 번째로 미국의 강경 정책 노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포드(Joseph Dunford) 합참의장,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 등은 매우 강경한 인사들이다. 실제로 군사적 옵션을 주장한 인사들이다.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과 폼페오 CIA 국장의 국무장관 기용은 대북 정책 노선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북·미 대화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강경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이며,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실무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경하게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인식하고 북·미 간 실무 대화의 지속적 전개를 위해 한국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⑶ 1.5 또는 2트랙 남·북·미 3자 협의체 추진 고려
현 국면에서 남·북·미 3자 협의체를 1.5트랙 내지 2트랙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북·미 간에 개최될 예정인 실무회담의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만약 실패했을 시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 차원에서의 남·북·미 3자 협의체 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을 낮추고 한국의 역할에 대해 미리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의 남·북·미 3자 협의체를 목표로 두어야 한다. 즉, 한반도 평화, 한미동맹, 비핵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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