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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과제 2009-01
한·중앙아 지역협력의 현황과 과제
교수 고재남
요약
한국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지역협력에 대한 관심이 현실화되기 시
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이다.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고
유가 및 고원자재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공급원의 확보, 신 시장 개척, 유라시아 대륙의
정치 외교적 거점 마련 등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접근
정책을 적극 추진하였다. 그 결과 국무회의는 2006년 11월 ‘중앙아시아 진
출 종합대책’을 채택하였고, 이후 이 종합대책의 로드맵에 나타난 협력사
업들이 적극 추진되었다. 한 중앙아간 다자 차원의 유일한 지역협력 메커
니즘인 ‘한 중앙아 협력포럼’도 이 종합대책에 나타난 협력사업을 지원하
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다자 차원의 협력사업이
더욱 확대, 심화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신 아시
아 협력외교’의 추진이다. 2008년 2월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 자
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차적 대상으로 중동에 이어 제2의 에너
지의 보고로 불리는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를 선택하였다. 동
년 4월 지경부 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전 조사단 및 협
의단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을 방문
하였다. 그리고 5월에는 한승수 총리가 이들 국가를 방문해 에너지 자원
분야는 물론 여타 분야에서의 양자협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반을 조성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주변 4국과의 외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2009년 들어 아시아 국가들과의 우호관계 확대 및 실질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한 ‘신 아시아 협력외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5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방문은 중앙아
시아 국가들과 양자협력은 물론 다자 차원의 지역협력을 더욱 확대, 강화
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는 이들 양국이 중앙아시아의 중심 국
가이자 중앙아시아에서 맹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독립 후 다양한 형태의 다자 지역협력체에 참여하
고 있거나 중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 즉 소연방 구
성국들을 중심으로 창설된 다자 지역협력체인 CSTO, EURASEC, SES,
그리고 소연방 구성국들 이외의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SCO, CICA,
ECO, Caspian Cooperation 등에 거의 모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연방 구성국과 마찬가지로 유럽국가들
과 OSCE, NATO-PFP, EU-PCA 등을 통해 양자 다자 차원의 협력을 계
속해 오고 있다. 물론 투르크메니스탄은 중립국가를 표방하고 있고 이를
UN이 인증한 이후 역내외 다자 지역협력체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매우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당면한 역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하
여 지역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비록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간 경제통합을 달성하기 위하여 1994년에는 ‘중앙아시
아 경제동맹’(CAEU)을 창설하였고, 이를 1998년에는 ‘중앙아시아 경제협
력’(CAEC)로 개칭하였다. 이후 CAEC는 2002년 ‘중앙아시아 협력기구’
(CACO)로 변화되었으나 2004년 러시아의 CACO 가입, 2006년 우즈베키
스탄의 EURASEC 가입으로 2006년부터 EURASEC으로 흡수, 통합되었
다. 또한 중앙아시아 5개국들은 ‘핵무기 없는 중앙아시아’ 건설을 위해
CANWFZ 조약을 2006년 9월 체결해, 이를 2009년 3월 발효시켰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 정상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ADB,
IMF, EBRD 등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역내 국가들간 에너지, 교통, 무역
촉진, 무역정책 등에서 상호 협력하기 위해 1997년 출범해 2002년부터 장
관급 협력체로 운영되고 있는 CAREC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자 지역협력이 다수 존재
하거나 활성화되고 있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후 역내 문제해결 및 지역통합을 위해 다자 지역협력체를 창설하였거나
또는 역외 차원의 다자 지역협력체에 소연방 구성국으로서 자동적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소연방 붕괴직후 중앙아시아 지역이 ‘힘의
공백’(power vacuum) 상태에 빠지면서 중앙아시아에서 기득권을 유지하
려는 러시아와 역내외 국가들, 즉 미국, 중국, 터키, 이란, EU 등 사이에
힘(power), 패권(hegemony), 경제적 이득(economic profit)을 둘러싼 경쟁
이 재현되면서 중앙아시아 끌어안기 및 접근정책이 경쟁적으로 추진되었
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전략환경, 즉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의
매장, 전통적 비전통적 안보이슈의 상존 등도 중앙아시아에서 다자 지역
협력을 촉진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다자 지역협력을 평가해 볼 때 러시아, 중
국이 회원국으로 참가해 주도하고 있는 CSTO, EURASEC, SCO 등을 제
외하고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만이 참
여하는 지역협력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다자 차원에서의 지역협력을 ‘한 중앙아
협력 포럼’을 통해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은 대부분
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CICA, OSCE 등을 통해 직 간접적
으로 지역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 물론 한국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지역협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본다. 즉 이명박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 협력외교, 기여외교, 녹색성장 외교 등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양자 차원은 물론 다자 차원의 지역협력을 촉진시키
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여러 요인들에 의해 전략적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외교에서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이명박 정
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 아시아 협력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라도 한 중앙아 지역협력은 더욱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이 실천되어야 한다.
첫째, 한 중앙아 협력 포럼을 명실상부한 대중앙아 지역협력 포럼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 이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 중앙아
협력 포럼의 대표단장을 점진적으로 격상시키면서 비정치적 이슈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셋째, SCO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다자 지역협력체에 회원국 참여가 부적절할 경우 적어도 옵서버로 참여하
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국은 양자협력 확대 및 강화가 지
역협력을 강화시키는 토대임을 감안해 중앙아시아 5개국과 양자관계를 더
욱 공고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중앙아시아 지역 차원
에서 추진하고 있는 ‘핵 없는 중앙아시아’, 수자원 협력, 국제기구 지원 하
에 추진하고 있는 CAREC 프로그램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해 이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등의
대중앙아시아 지역협력 프로그램들을 비교 분석해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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