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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바람직한 ODA 정책방향
교수 조용균
외교안보연구소
요 약
최근 ODA에 관한 국제적 논의의 핵심 주제는 빈곤퇴치를 위한 개발
재원의 확보와 더불어 자금의 효과적 사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 중에
서도 재원 확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00년 9월 개최된 UN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는 ‘밀레니엄 선언’이 채택되었으며, 이 선언에서는 개도국
의 개발 목표로서 이른바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제시하였다. 뒤이어 이러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추가 재원의 조달을 목적으로 2002년 3월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는 개발
재원 조달을 위한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이른바 몬테레
이 콘센서스(Monterrey Consensus)를 통해 개발을 위한 선진-개도국간
새로운 파트너십을 출범시키는데 합의하였다. 몬테레이 이후 ODA 절대
규모는 확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540억 달러였던 ODA는 빠
른 증가세를 보여 2004년에는 786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DAC
회원국의 경우 GNI의 0.25%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또한 각국의
ODA만으로는 충분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인식 위에서 ODA 이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타 재원의 발굴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
고 있다. Atkinson의 연구는 이러한 시각에서 다양한 가능 재원들을 7가
지로 잘 요약하고 있는바, 그들은 지구환경세(Global environmental
taxes) 설치, 자금이동에 대한 일명 Tobin tax 신설, 새로운 SDRs의 창
출, 국제금융기금(IFF: International Financial Facility)의 창설, 개발을
위한 개별 헌금, 복권(Global lottery) 및 이민자로부터의 송금
(remittances from emigrants) 증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2001년 DAC에서 채택된 “빈곤 경감에 관한 DAC 가이드라인
(DAC Guideline on Poverty Reduction)”에 의하면 재원 조달을 넘어 원
조 공여국들의 정책 조화를 강조하면서 원조의 효율성(aid effectiveness)
을 강조하고 있다. 즉 ODA의 규모 확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강구도 중요하다
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원조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평가를 위해서는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0년 개최되었던 UN 정상회의는 부족하지만 빈곤 해소나 환경 개선,
부채 경감 등의 진전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였다. 그것은
개발을 위한 공여국 정책의 일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며 따라서 DAC는 원조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나타
내는 결과의 측정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공적개발원조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ODA
수원국으로의 역사와 공여국으로서의 역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특징
을 지니고 있다. 최근 세계 질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으로서 ODA 규모를 증대시켜 나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
계적 개발원조의 추세에 맞는 효율적인 개발원조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의 ODA 정책은 많은 문제
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한국의 ODA 규모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
소득 대비 0.06%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UN이 권고하고 있는 권고
수준인 0.7%의 약 1/10, DAC 회원국 평균 수준인 0.25%의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지원 대상 국가는 상대적으로 많아서 이로 인해
국별 지원 규모의 영세성을 면할 수 없어 실질적 원조 효과를 제고할 만
한 사업을 시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ODA 규모의 양적 증대와
더불어 질적 개선이 한국 ODA의 또 다른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구체적
으로는 무상원조의 비중 증대 필요성과 함께 유 무상원조간 연계 부족
등 정책적 측면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2002년까지 한국의 무상원조 비
율은 32%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2003년 이후 대이라크 및 대아프간 재
건 지원의 영향으로 무상원조의 비율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이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유 무상의 비율이 7:3으로 유상원조의 비중이 상대
적으로 매우 높다.
원조 공여 선진국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
다. 오랜 ODA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에 공통적인 점은 자
국 ODA의 기본이념 및 원칙을 규정하는 법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다. 특히 장기적 방향성을 규정하는 ODA 기본법에 해당하는 법체계는
바로 대내외적으로 그 나라 ODA의 특성을 규정하는 법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각국은 이러한 장기적 방향성에 입각하여 중기 계획 및 구체적이
고도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단기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여 ODA 정
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ODA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토대로 제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으
나 유 무상원조의 담당기관 차이 등으로 말미암아 기본법 추진도 별도로
이루어지는 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ODA 정책 추진 상의 또 하나의
교훈은 정책 추진체계의 일관성 및 강력한 조정 기능의 확립이다. ODA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의 효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담당기관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또한 집행체계의 일관성이 다소 결여되어 있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관련 부서간의 조정을 담당하는 강력한 조
정 기능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그 효율성이 보장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유상과 무상원조의 담당기관 차이와 이들 간의 조정 기능 미흡으로 유
무상원조간 연계에 입각한 효율적인 원조정책의 수행 미흡이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ODA 정책과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세 번째 교
훈은 정책수립 및 집행과정에서의 국민참여 확대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
는 대부분의 ODA 선진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교훈을 토대로 우리의 ODA 정책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우선 ODA 확대는 국제사회의 신뢰 획득과 우호
적 관계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의 안보에 기여할 뿐 아니
라 직접적으로도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의 제고를 통해 수출
증진, 무역마찰 예방,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등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효
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국의 위상 제고에 상응하는 ODA 증액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상원조의 비율이 상대적
으로 큰 우리의 입장에서 ODA의 장기적 개선은 ODA 근본 취지, 사업
효율성, 세계적 원조 추세 등을 감안해 무상원조 중심의 ODA 확대가 이
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ODA 질적 문제점과 관련한 하나의 문제
는 연계성 원조(tied loan)의 개선이다. 현재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유
상원조는 전부 연계성 원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수혜국의 입장에서
수혜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지원국의 입장에서도 원조에 대한 긍
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원조의 질적 개
선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항에 대한 개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적은 예산으로 원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원국 숫자의 확대보다는 중 장기 원조 전략에 의거하여 소수의
중점 지원국가 및 지역을 선택하고 이들에게 원조를 집중시키는 새로운
전략이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원조의 이행사항과 그 성과를 토대로 그
타당성과 효율성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
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 있어 경쟁원리가 도입되고 정책
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러한 객관적 평가 결과
없이 원조 정책이 지속되거나 ODA 규모 확대를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의 경우 이러한 사후 평가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향후 원조 규모
의 증액과 원조의 질적 개선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
서는 그 선행조건으로서 이러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
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민간의 참여와
투명성 유지 등 제도적 장치가 또한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바람직한 원
조정책의 미래형은 국민 참여형 원조정책이 될 것이다. 국민 참여는 원
조사업 자체에 대한 국민의 직접적 참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향후 원조
정책의 확대에 따라 정책 연구, 사업 개발, 평가 및 관리 감독 등 각각의
분야에서 ODA 전문가로 참여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의미이다. 이러한
국민의 참여는 ODA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우리 원조사업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해외원조단체의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국민 참
여형 원조 기반의 구축은 ODA에 대한 중요성과 확대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국 ODA 정책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ODA 정책을 지향해 나가기 위해 정부는 다음의 정책을 중점
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DAC 가입을 위한 노력을 본격
화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DAC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 희망국의
원조정책 및 시스템에 대한 사전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선 ODA
규모 면에서 보면 한국은 2004년 기준 4억 달러를 초과하여 절대규모에
서는 문제가 없으나 GNI 대비 비율에 있어서는 0.06% 수준에 불과하여
90년대 이후 DAC에 가입한 스페인(0.24%), 포르투갈(0.31%), 그리스
(0.15%) 등에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ODA
의 질적 측면에 있어서도 낮은 수준의 증여율(GE), 높은 연계성 원조의
비중 등 개선의 여지가 커 가입을 위해서는 의욕적 목표 수립을 통한 강
력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상의 부담요인에도 불구하고 DAC
가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커서 가입에 대한 적극적 고려가 필요한 시
점이다. 우선 ODA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DAC에 가입하면 3년
마다 정기 검토를 받게되는데 이를 통해 선진공여국들과의 정책협의 및
정보교환이 가능하고 각종 회의 참석을 통해 정책방향의 설정 및 효율적
모델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DAC에 가입하게 되면 대외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ODA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DAC 가입 문
제는 가입 여부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입 시기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반적으로 가입의사를 밝힌 후 가입하기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고 가정할 때 DAC 가입 의사 표명을 위한 적정 시기는 OECD 가입 10
년을 전후한 시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비하여 구체적 계획을 수
립하고 이를 추진할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ODA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DAC 회원국들은 ODA
의 기본철학과 방향, 원칙, 목적 등을 규정하는 법령을 제정하고 체계적
으로 ODA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법적
기반이 없이, 그리고 기본 방향과 목적에 관한 국내적 합의 없이 각각의
부서에서 필요에 따라 추진해 옴으로써 원조의 일관성 및 효율성을 결여
해 왔다. 우리나라 원조 사업의 이념, 목표, 중 장기 원조계획 수립, 시행
체계, 해외긴급재난 지원 등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함으로써 현재
각 부처가 산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협력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한국 외교정책과의 일관성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이다. 현재
외교부가 추진 중에 있는 ‘무상원조기본법’은 그 자체로서 바람직한 것이
고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관계 부처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일본의 ‘정부개발원조 대강’에 해당하는 유 무상원조
를 아우르는 전체 대외원조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
를 통해 유 무상원조간 유기적 연계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ODA 전문 인력의 양성 및 대국민 홍보가 강화되어야 한다. 향
후 한국은 ODA 규모 확대와 질적 개선 작업 추진에 따라 ODA 전문가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그것은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원조 분야의 다양화, 전문화에 따라 인구문제, 환경, 인권, 여성문제 등
전문가 수요의 영역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단기적으로는 국제개발기구 근무 경험자, 국내 원조기관 출신
인사, 학계 관련 인사 및 NGO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는 ODA 전문가 풀
(pool) 구성을 추진하는 한편 중 장기적으로는 대학에의 위탁교육이나 해
외 관련기관에 대한 파견을 통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처음부터 체계적으
로 육성하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인 ODA의
양적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적 참여와 지지기반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원조정책의 체계화와 효율화가 요구됨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ODA 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원조정책의 신뢰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각종 ODA 정보와 사업시행의 성과를 공표하고 운영 기준 및 세부방침을 공개하여 사업 운영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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