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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시리즈 2003-4
중국변수와 한미동맹의 미래
교수 김 태 효
外 交 安 保 硏 究 院
요 약
본 연구보고서는 21세기 한국의 안보정책이 지탱해야 할 대전략(grand strategy)인 한미동맹이 중국변수와 결부되어 어떠한 방향으로 다듬어져야 할 지에 대한 방향을 도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가간 관계는 점차 ‘포괄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국제질서나 국가간 힘의 균형과 같은 구조적 요인만이 안보관계를 결정하는 절대적 요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국내정치요소에 의하여 군사협력체제 양식과 범위가 영향 받는가 하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외교관계를 결정하기도 하고, 문화․이념적 관계가 동맹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미관계 역시 정치, 경제, 문화, 이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설정된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대세적 분위기로 자리잡은 “부국강병시대의 종식”과도 관련이 있다. 국가들은 이제 군비경쟁과 상호불신의 관계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가치가 통용되고 복합적 상호의존관계에 돌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에게는 아직도 국가의 안전보장을 중심으로 한 “부국강병”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되어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은 1989년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이후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들에게는 다원화에 대한 내․외부로부터의 압력을 거부하기 위한 거부능력이 중요시되고, 이를 위해 강력한 통치체제에 기반한 정치질서 유지, 군사력 증강 및 현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한․미․일 안보협력관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다원화된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 국가들이 부국강병적 가치를 최우선시 하는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과 경쟁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북한과 동일선상에 놓고서 미래지향적 대외관계를 거부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국가로서만 규정짓는 것은 곤란하다.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고수하는 가운데에서도 관료지도자 및 당 간부들의 개혁성과 자질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술혁신 및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지방화 및 분권화와 병행하여 추진하는 가운데 국가역량의 양적 성장을 급속도로 이루어내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는 달리 도태된 ‘실패 공산국가’가 아니라 빠르게 국제사회에 적응해 가고 있는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인 것이다.
이러한 이웃나라 중국의 존재가 한국의 장래 외교 및 안보정책에 있어 한층 중대한 변수로 등장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한국이 당장 당면해 있는 북한 핵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제도화하는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과 입장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한미동맹의 조정과 향후 발전방향, 그리고 통일을 대비한 한국의 자체노력 및 대 주변국 외교 등 중장기적 안보이슈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행위자인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전략, 경제관계, 이념과 가치문제, 그리고 국내여론과 국가안보간 관계 등 네 가지 측면에 비추어 중국변수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구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탈냉전 구도에서도 여전히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동아시아 개입정책을 뒷받침하는 지원세력으로서, 일본은 중국과의 동아시아지역 라이벌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리고 한국은 잔존하는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처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바탕한 자주외교역량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한․미․일 3자간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협력으로 인해 중국, 러시아와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전방위 외교를 함께 구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이익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대해지고 있는 만큼 국가간 경제관계로 인한 마찰과 갈등을 관리하는 국제공조 시스템을 가꾸어 가는 노력이 긴요하다. 경제적 이익에 근거한 국가관계는 국가간 상호의존을 심화시키고 때로는 군사안보관계의 긴장요인을 완화시키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 주시, 이러한 군사-경제 영역간 이슈들을 연계하여 국가간 안보협력의 가능성과 기회를 확장시키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보다 촉진되고 있는 대외무역, 노동력의 이동, 자본유치 움직임과 관련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 상호의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동북아시아는 아직도 이념과 가치에 관한 체제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이 21세기에 추구해야 할 절대적 목표임에 대해서는 각국이 공감하면서도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정치체제라는 각자 현재의 정치질서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고자 한다. 특히, 사회주의 정치질서의 안정성과 개혁개방의 추세는 서로 역비례 관계에 놓여 있어,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체제유지에 대한 긴장과 도전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한국은 서구경제시스템이 노정하는 불평등, 왜곡된 분배구조, 인간소외 등의 문제에 직면하여 아시아적 가치의 덕목요인을 어떻게 추출하여 배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념과 가치의 문제는 타협과 공존의 원칙에 의해 접근해야 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덕목이 공통적으로 확산, 수렴되도록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넷째, 민주주의의 확산과 공고화는 각국 내 여론의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를 가져오고 있는 바, 안보여론과 대외정책노선 간에 괴리가 클 경우 국가이익이 심대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 대일 안보관계, 대(對) 중국․러시아 관계와 관련, 국내여론이 감성적인 민족주의나 편향된 정보에 의해 국가전략의 밑그림을 해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 국민 여론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친중정서를 전략적 안보관계의 측면과 이성적으로 분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 국민 여론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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