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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策硏究시리즈 2003-9
동북아 경제협력체 추진 방안
연구부장 안 효 승
外 交 安 保 硏 究 院
요 약
냉전 종식 이후 급속하게 확대되어가고 있는 세계경제의 지역주의화 경향 속에서 역내 정치·경제·안보 요인들로 인해 이러한 세계적 추세로부터 단절된 채 무풍지대로 존속해 왔던 동북아 지역에서도 최근 경제통합 가능성을 부추기는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그간 통합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던 동북아 3국간 경제발전 수준의 질적 차이가 중국경제의 개혁·개방정책 채택 이후 지속적인 고속성장과 일본의 장기 침체로 점차 축소되었고, 특히 1997년 시작된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해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북아 3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협력 필요성이 더욱 고조되게 되었다.
동북아 지역의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할 때 전세계 생산량의 약 1/5을 점유할 정도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한 교역 비중 면에서도 전세계 교역량의 10% 중반대에 달하여 한·중·일 3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볼 때 EU, NAFTA에 이어 세계 3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역내 교역 구조 면에서도,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에서의 한·중·일 3국의 비중은 역내 전체 GDP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고, 총교역량의 70% 수준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로 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볼 때 한·중·일 3국이 공식적인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세계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정치·경제적으로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중·일 3국이 지역무역협정 추진에 성공할 경우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통합 역시 강한 모멘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은 아직까지 느슨한 협의체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이외에 어떠한 지역경제통합체에도 동시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경험한 동북아 지역은 세계적인 지역경제 블록화 추세에 대응하고 역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경제협력체제 강화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역내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동북아 및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성의 토대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현재 한·중·일 3국은 1999년부터 ASEAN+3 회의를 계기로 3자간 정상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장관급회의(외무·통상·재무·IT·환경 등)의 정례 개최 등으로 경제협력체제의 기본틀이 실질적으로 조성되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경제공동체 구성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한·중·일 3국간 FTA의 적극적인 추진은 아직은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요컨대, 한국의 경우 농업문제가 민감부분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칠레와의 FTA 협상을 종결지었으나 국회비준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본도 주변국과의 FTA 체결은 적극 추진 중이나 한·중·일 3국간 FTA에 대해서는 소극적 내지 부정적이며, 중국도 3국간보다는 우선 ASEAN과의 FTA 체결을 10년 이내에 종료시키기 위해 협의 중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궁극적으로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공동체(North East Asia Economic Community) 구성을 목표로 하되 1단계로는 전반적인 경제공동체 구성 이전 단계로서 EEC의 전신인 유럽석탄공동체와 유사한 “동북아 에너지협력체” 설립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보다는 부분적 형태의 한·중·일 3국간 경제협력체 구성을 추진하고, 2단계로 2020년-2025년경 타결을 목표로 하는 한·중·일 3국간 FTA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3단계인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3국 이외에 북한, 몽골, 극동러시아 등 주변국을 동북아 경제공동체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우선 3국간 협력체 구성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간편하고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지역은 과거 역사상 공동번영을 위한 상호협력 경험이 부족하므로 일시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보다는 쉬운 분야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EU의 사례 등을 감안하여 동북아 에너지협력, 금융·통화협력, 과학기술협력과 남북한경제협력을 강화해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3국간 협력체 구성 방향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미국과의 기존 동맹관계가 손상되지 않는 방향으로 비정치 분야에서부터 점진적인 방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 경제협력체 설립을 위해서는 참여국들간의 정치체제나 역사적 갈등구조에 대한 논의를 최소화하면서 상호보완성과 지역경제협력체 형성으로 생성될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둘째, 단기적으로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의 안정을 위협하며 지역협력의 억데요인 내지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이러한 북한문제가 동북아 지역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극소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3국간 협력 증진을 대북한 정책과 연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안정 및 궁극적 통일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앞으로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도 대북 수교교섭을 통하여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핵문제의 해결과 일·북수교의 걸림돌 제거를 전제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3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으므로 3국간 협의 아래 대북한 경제지원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하여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세계화, 지역경제통합이 동시에 심화되는 추세 속에서 미주에서의 FTAA 출범, 확대 EU 등 거대 경제블록에 대응하고 역내 FTA, 금융협력, 에너지협력 등 다차원적인 협력의 프레임워크 구축을 추진하여 지역협력을 심화시키는 이니셔티브를 주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특히 중국은 인접국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경제라는 점을 고려, 중장기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수년 내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제조업의 중국 이전으로 인한 산업 공동화 문제에 대비하고, 최근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여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한편, 동북아경제에서 거대한 이웃인 중국 경제 및 일본 경제 틈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앞으로 동북아 협력체 건설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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