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정책연구시리즈 2003-10
동북아 해양안보강화 협력방안 연구
교 수 이 서 항
外 交 安 保 硏 究 院
【요 약 】
최근 동아시아지역의 해양문제는 역내의 점진적인 에너지 부족에 따른 해양자원 중요성의 증대와 함께 해양자원 보호 및 영유권 분쟁에의 대비, 그리고 지역 영향력 확대를 위한 각국의 해군력 증강현상이 맞물려 이들 요인이 상호 밀접히 연계됨으로써 지역안보 및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3각 관계”(a deadly triangle relationship)를 형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아시아지역에서 해양이 차지하는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높으며 해양과 연관된 여러 요인들은 역으로 동아시아지역의 정치·경제·전략적 중요성을 증대시켜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지역에서 한 국가의 전통적인 국가안보와 경제·자원안보, 그리고 환경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이 모두 해양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해양은 최근 9․11 사태이후 선박을 이용한 테러가능성의 존재, 해적행위의 증가, 마약이동 및 불법난민의 수송로 등으로 이용됨으로써 전통적은 물론 비전통적 안보위협(non-conventional security threat)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해양이 동아시아지역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및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으며 역내 대부분 국가의 전통적인 군사·경제·안보적 고려는 물론 비전통적 안보고려에서 큰 비중을 점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동아시아지역의 해양문제는 지역안보차원에서 특별한 관심과 검토를 필요로 한다. 특히 범세계적 냉전종식이후 이 지역에 팽배한 전략적 불확실성과 역내 대부분 국가들의 한층 더 높아진 해양이익 및 이해관계가 맞물릴 경우, 해양은 역내 국가들간의 첨예한 갈등의 원천이자 대립의 장(場)이 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 초에 일어난 중국 선박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의 정보수집 활동에 따른 일·중간 대치와 1999년 및 2002년에 발생한 서해에서의 남·북한간 교전은 서로 다른 해양이익의 충돌에서 비롯된 역내 국가간 갈등의 실제 사례이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 일부 서방국들이 북한을 겨냥,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이라는 이름으로 해상을 통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그 관련부품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한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 따라 동북아주변 해양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역안정에 공헌하고 해양안보 강화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해양 협력방안과 신뢰구축조치의 범위는 매우 넓다. 해군간의 협력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분야의 해양협력은 제한된 것이 아니라 관련국의 정치적 의지만 강력하다면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조치도 무제한적으로 개발 가능하다. 사실 이제까지 동북아지역 해양에서 국가간 협력방안과 신뢰구축조치들이 활발히 실현되지 못했던 것은 “방안의 빈곤”(lack of proposals)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결핍”(lack of political will)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동북아지역 해양에서는 다양한 해양신뢰구축 조치가 적용되어 지역안정을 위한 긍정적인 발전(“progress”)이 있었는가 하면 동시에 국가간 신뢰관계를 침식하고(“eroding confidence at sea”), 긴장을 조성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 한국은 동북아 해양안보 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의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해양문제를 고위정치(high politics) 분야의 일부로 인식, “포괄적 안보개념”에 의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주변국들(특히 중국 및 일본)이 전통적인 해양에서의 전투임무(traditional littoral warfare mission) 강화 일환으로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9․11사태 이후 선박을 이용한 해양테러 가능성의 존재 등을 감안할 때, 우리는 해양을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즉, 경제·환경문제 등과 관련된 하위정치(low politics)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 등의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고위정치(high politics)의 구성요소로 인식,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 개념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해양관련 각종 국제협약에 대해 우리나라의 가입은 물론 다른 나라의 가입도 적극 권유할 것이 요망된다.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해양문제의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역내 국가의 공통된 해양문제 인식과 법집행이 중요한 만큼 현재 발효중인 해양관련 각종 국제협약에 대해 우리나라의 가입은 물론 중국·북한 등 다른 나라의 가입도 적극 권유하여 지역차원에서 공통된 법규범이 집행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초보적 해양신뢰구축 조치의 시험적 이행과 EEZ내의 군함 운항 및 정보수집 활동 등에 대한 역내국가의 공통된 “행동지침”(code of conduct) 채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군활동에서 비롯되는 역내국가간의 불필요한 오해·오판을 방지하고 신뢰구축을 위해 초보적인 해양신뢰구축 조치―예를 들면, 일정 규모의 해군훈련 사전통보 및 참관·해군대화(navy-to-navy talks)·군함 상호 방문·공동해상 재난탐색 및 구조훈련(joint search and rescue exercise) 등을 정례화하고 지역차원에서 군함간의 해상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협약(incidents at sea agreement)의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타국의 EEZ내에서 해군활동에 대한 의혹을 불식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군함운항 및 정보수집·과학조사 활동시 각국이 지켜야 할 공통된 행동지침 또는 규약의 채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중·일 3국간의 어업협상 및 협정체결 추진이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양에서는 한·일, 한·중, 일·중간의 어업협정이 발효중이나 한·일 어업협정과 일·중 어업협정의 관할구역이 일부 중복되고 있으므로 이의 해결을 위해 가까운 시일내에 한·중·일 3국간의 어업협상 및 협정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해양테러·해적행위 등 각종 해상범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동남아 지역 국가들과의 지역간 협력(inter-regional cooperation)이 필요하다.
해양테러·해적행위 등 각종 해상범죄의 발생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광역차원의 정보교류·협력이 중요한 바, 상기 문제들에 대해 상당한 정보와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조치들을 이행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 및 해당기구와 적극 협력하고 이들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해양안보환경의 안정을 위하고 연평해전과 같은 해상에서의 남북한 교전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학자들에 의해 북방한계선 부근 접경 해역에서의 일정규모 공동어업(또는 어로) 구역의 설정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해양경계선이 갖는 국가 전체의 상징성과 성역성을 감안할 때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한간의 군사적 긴장이 전반적으로 완화되지 않은 채 실질적인 해양경계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북방한계선에 변화가 가해질 경우 이는 우리의 일방적인 양보로 비추어질 수 있으며 오히려 우리의 해양안보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간 해양경계선 문제는 1991~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및 이의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채택시 합의한 바대로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는 가운데 남북이 계속 협의할 사항이지 이 문제만 따로 독립되어 논의될 사항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