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미동맹의 발전방향
정책연구시리즈 2004-6
교수 김태효
외교안보연구원
요 약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세계전략적 관점에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재배치도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안 보질서 차원의 위협개념과 이에 대한 대처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변화는 분명 한•미간 기존의 대북억지 시스템의 틀을 넘어서 는 새로운 사태의 전개로 인식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우리 에게 던지고 있는 크고 작은 많은 문제점과 과제들은 사실 미국의 대(對)한 반도 정책과 그 변화내용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연구에서는 주한미군 변화의 시작단계에 즈음한 현 시점에서 다음의 세 가지 논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현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논의는 네 차례에 걸친 기존의 주한미군 감축 사례와 비교하여 내포하는 본질적 성 격이 판이하게 다른바,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향후 정책입안에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곧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분쟁형태의 변화,북한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비태세 개념의 질적 변화,그리고 향후 한미동맹 역할 의 지리적,정치적 확대를 동시에 수반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앞으로 전개될 주한미군 재배치의 내용 여하에 따라 한미동맹의 위 상과 향후 비전에 대한 재정립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것이며,그 결론은 한 국정부의 전략과 태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 다. 세계전략과 대외 개입정책의 일환으로 한반도를 조망하고 있는 미국이 꾀하는 한미동맹 정책은 이미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만,한국이 지향하는 한 미동맹 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셋째,용산기지 및 주한 미2사단의 이전문제가 병력감축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별도로 추진되어 오다가,최근 감축논의가 추가로 제기되면서 오산, 평택 권역의 토지확보 및 이전비용 문제가 양국간 논의의 핵심쟁점으로 등 장하고 있으나 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며,하루 빨리 양국간 신뢰를 제고하는데 힘쓰고 재배치로 인한 전력공백의 만회와 질적 보강에 주력해야 한 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20()1년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국제안보환경과 군사위협의 성격 에 본질적 변화가 초래되었다는 판단 하에,대규모 주둔군을 특정 동맹국에 집중시키는 것보다 소규모 부대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외주둔 미군을 재편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불특정 대상으로부터 불특정 수단 에 의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경량화 및 기동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GPR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아•태지역 미군재편 중에서도 주 한미군 재배치는 규모,성격의 차원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 인다. 일본,필리핀 등 여타 아시아 지역의 미군은 이미 탈 냉전기에 들어 역할조정을 꾀해온 반면,주한미군의 경우 북한변수를 고려하여 냉전기의 배 치 태세를 고수해 옴으로써 ‘개혁’의 필요성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51년에 이르는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감축은 네 차례 있 어 왔으나(1954〜1965년,19기년,1978년,1992년), 전방에 주둔하는 미 지상 군을 후방으로 감축,재배치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재배치를 뜻한다. 북한위협에 대한 공동대처가 한미동맹의 실질적이 고도 유일한 목표였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북한변수에 대해서는 양적 대 응보다는 질적 우위의 제고로 대처하는 한편 동북아의 지역안보 역할을 모 색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미군사태세의 근본적인 성격변화를 시 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은 미국이라는 일개 국가가 아닌 세계안보환경 및 군사독트린의 변화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스를 수 없다는 측면이 있으며,현재 한국정부의 입장도 과거와는 달리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동반하는 질적 변화 원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 다. 관건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내용이 속전속결의 협상에 의해 이루어질 가 능성이 커진 만큼,한국이 효과적인 대비책을 서둘러 보강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동 조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남북간 분단 상황을 관리하는 능력이 더욱 제고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도 촉진된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파격 적인 선택으로 비춰지는 주한미군 재배치가 결국은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이 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는 우선 주한미군의 변동이 야기할 수 있는 한•미간 전력공백의 발생을 차 단하는 차원에서 한•미 전력의 보강 구상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또,장기적 으로는 한미동맹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양국간 분명한 합의와 신뢰가 유 지되어야 한다.
유의해야 할 사실은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먼저 제안해 왔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전략목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한 국의 입장과 향후 대응방향은 아직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수반하는 각종 크고 작은 의제들,예컨대 감축규모 및 시기,토지제 공,비용분담,후속 구비조치,동맹의 향후 비전,동맹의 지휘 및 작동체계 조정 등에 대한 한국의 의사와 태도가 향후 주한미군 재배치 추진내용과 한 미동맹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주한미군 재배치 내용 여하에 따라 주일미군과의 관계도 새로이 정립 될 것으로 보인다. 즉,주한미군의 위상이 약화될수록 주일미군의 상대적 비 중은 커질 것이며,반대로 주한미군의 역할범위가 확대될수록 주일미군과의 연계성이 커지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재배치 는 해군과 공군력의 증강을 통한 기동성과 작전능력의 강화에 맞춰질 것이 므로 후자의 경우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주일,주한 미군의 기동타격 능력이 동반 강화될 경우,이는 이라크사태의 지속적 관리,동남아 의 긴장요인 억지,북한 핵문제의 연착륙 도모 등의 다각적인 차원에서 효과 적인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으로 미국과 함께 역내 국가들 누구나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 는 포괄안보(comprehensive security) 및 인간안보(human securtiy) 이슈들, 예컨대 테러.WMD•국제난민♦해상수송로(SLOCs)의 보호♦마약 및 위조지폐 유통 등의 위협요인에 따른 한반도 주변유사상황에 대한 역할분담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접근은 동남아시아의 지역분 쟁이나 대만 유사상황 등 지리적으로 멀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 해 한국이 피동적으로 개입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를 창출하는 노 력과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북한이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양적 감축을 보완 하는 질적 제고 노력을 한•미간 연합전력 강화 및 북한에 대한 위협적 조치 로 규정,북한이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나 핵 보유의 정당성을(억지력 차원) 주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후방배치와 한미동맹의 ‘탈 북한화’ 과정이 오히려 북한이 원해온 것이며 따라서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조치들임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핵 개발은 한반도 평화에 배치 되므로 완전 폐기되어야 하고,향후 한♦미 군사관계는 핵문제와 대남군사대 화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지역질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하여 북한의 역할과 책임론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변화에 대해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우리의 안보이익을 찾아내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고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안보정책 청사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체계적인 대(對)국민 설득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