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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시리즈 2003-
한반도 군비통제와 한미동맹의 비전
교수 김 성 한
外 交 安 保 硏 究 院
요 약
냉전종식이후 지난 10여 년 간 국제군비통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부분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미·러간 중거리핵전력감축협정(INF)과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의 타결, 유럽에서의 재래식무기감축협상(CFE)의 성공적 종결, 1995년 핵비확산조약(NPT)의 무기한 연장 합의, 화학무기금지협약(CWC) 그리고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체결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국제사회는 군비통제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증대시키고 군비통제의 대상과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지역차원에서도 여러 형태의 군비통제 노력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지역별로 다소의 편차가 존재한다. 냉전종식이후 유럽지역은 재래식무기감축협상(CFE)의 성공적 이행을 통해 군사적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왔다. 이에 반해 아태지역에서는 그 동안 군비증강 및 일부 국가 간의 군비경쟁 추세가 두드러졌으며, 이는 잠재적 갈등요소임과 동시에 이 지역의 장기적 안정 및 평화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1994년 7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이 설립된 이후 아태지역에서의 안보협력과 주요 안보현안에 관한 정부간 논의가 활기를 띠게 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 및 지역 군비통제와 다자안보협력의 활성화는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1996년 제네바 군축회의(CD) 가입이후 우리는 군비통제와 관련한 국제적 동향과 국제사회의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한반도 군비통제 과정과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안보환경을 보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도화하고 법제화한다는 측면에서 국제 군비통제 과정과 한반도 군비통제 전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 및 지역차원의 군비통제 노력을 염두에 두면서, 한반도에서 WMD, 미사일, 재래식 군비통제 관련 한·미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동맹관계에 있는 한미 양국은 체계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비롯하여, 미사일 문제, 생화학무기 문제, 그리고 재래식 군비통제 문제를 다뤄나가야 한다.
2002년 10월 초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의 비밀 핵개발이 드러난 이후 미국은 2002년 12월분부터 대북 중유 공급을 중단하였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2003년 1월 NPT를 탈퇴하였고, 계속 상황이 악화 내지는 공전되다가, 2003년 7월 31일 북한은 남북한과 미·일·중·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전격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6자회담을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긴 하나,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이며, 특히 미국은 북핵 이외에도 생화학무기 및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폐기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재래식 군비통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한반도 군비통제 협상이 본격화 될 경우 1) 한국의 국제적 위상 향상 및 국가이익에 기초한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하고, 2) 한반도의 안보현실과 통일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하여 군비통제활동의 참여수준을 결정하여, 3) 국제군비통제 활동이 한반도 군비통제의 추진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4) 한반도 군비통제가 국제군비통제 특히 동북아 군비통제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정책적 기조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WMD 및 재래식 군비통제협상이 본격화 될 경우 나타나게 될 한미 양국의 입장 차이나 정책방향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반도 재래식 군비통제협상을 남·북과 북·미가 별도로 해야 하는지 혹은 남·북·미 3자협상의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미양국간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 병력구조의 전면적인 재조정에 들어갔으며,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병력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 과정이 한반도 군비통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미간의 협의가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사라질 경우 한미동맹이 어떠한 모습을 띨 것인지, 즉 한미동맹의 ‘비전’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 군비통제에 관한 한미양국의 구체적 대응방안이 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핵문제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상 우선 6자회담을 통한 핵통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다. 대화 개시단계를 지나 북한이 핵 사찰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검증 단계로 들어서게 되면 문제해결을 향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이 IAEA 사찰단 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사찰단을 받아들여 사찰이 진행될 경우, 사찰 경과에 따라 부분적인 대북 경제지원이 인센티브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에 대한 개선 혹은 새로운 합의 도출을 위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아울러 북한의 핵 사찰이 완료될 경우 관계 당사국들이 어떠한 ‘재정적 부담’을 공유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협의체 구성이 요망된다. 또한, 사찰이 완료되기 전까지 북한이 핵 재처리를 감행하거나 핵보유 선언을 함으로써 대화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사찰이 완료되면 여타 현안, 즉 미사일, 생화학무기 및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군비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포괄적인 대북 경제지원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서의 위기 발발 가능성을 줄이기는 힘들어 진다. 가능하다면 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미사일 협상이나 재래식 군비통제 협상을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 군비통제를 위한 한미협력의 궁극적 목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 감소만이 목적인 것은 아니며, 한반도에서의 포괄적 군비통제가 동북아의 평화질서 창출로 이어져야 하므로, 지역적 차원의 군비통제에 대한 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협력의 기본원칙은 우선 북한의 변화 방향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북한이 현안들을 세분화하여 각 이슈마다 북한의 ‘양보’에 대한 대가를 극대화하는 소위 ‘살라미’ 전술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군비통제가 한반도에서만 행해지는 ‘예외적 현상’이 되지 않도록 지역적 차원의 WMD 확산방지체제를 지향해 나가야 하며, 특히 중국과 일본의 군비증강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지역적 차원의 군비통제, 특히 ARF를 활용한 군비통제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들을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안함으로써 한반도 군비통제가 지역적 군비통제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접근법을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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