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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시리즈
북·러관계 발전과 한국의 고려사항
교 수 유 석 렬
外 交 安 保 硏 究 院
요 약
부시 행정부 출범과 아울러 악화되기 시작한 북미관계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연두교서 발언 및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발표 이후 더욱 악화되었고, 최근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및 제네바 합의 파기로 인하여 북미관계는 매우 혼미한 상태이며, 남북관계 역시 외형상 진전에도 불구하고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어 향후 한반도 상황이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서 불안하게 전개될 전망인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을 비롯, 양국 고위급 정책지도자들의 연이은 교환방문과 정책협의는 북·러관계가 군사관계로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북·러관계가 각기 어떤 전략목표 및 어떤 요인들에 의해 서로 움직이고 결정되어 왔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및 이러한 분석을 기초로 우리의 대북·대러 전략 방향을 모색하여 외교정책 입안에 참고자료로 제시하고자 본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으며, 연구 결과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북·러관계의 결정 요인은 정치·외교·경제·군사·이념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으나,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요인이 북·러관계를 결정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들이 요인으로 나타나는 양상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러관계 발전은 북한이 러시아를 선택하는 방식보다는 러시아가 북한에 보다 큰 관심을 표명하거나 러시아의 국방·외교정책 변화가 북한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소원해지는 등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심표명 방식으로는 경제·군사지원 증가, 북한정책에 대한 지지표명 등 다양하나, 그러한 관심의 표명이 다 관계증진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북한이 러시아의 경제·군사적 지원을 얻기 위해 중국을 외면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되며, 러시아는 소원기라 하더라도 북한과 적어도 기본적 경제·군사지원을 지속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과 경쟁적으로 대북한 경제·군사지원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북·러관계 결정에 비교적 큰 영향요인들은 정치·외교적인 문제들로서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러시아의 대내·외정책의 변화가 북한의 이익을 위협하거나 핵·미사일문제 등 북한체제 보존을 위해 러시아의 지지가 절대 필요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취하는 태도 등이 북·러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특히 정치·외교적인 요인은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것이다. 즉, 북한의 체제문제나 미·중관계 개선 등이 북한의 대러관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친러기(1979~81)라고 해서 북·러간의 외교교류가 북·중간 외교교류보다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한편, 이념적인 문제는 북·러관계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온 것은 아니다. 이념·노선상 문제는 북·러가 소원기에는 비난하고 밀착기에는 지지하는 이념적 쟁점으로 삼아온 것은 사실이나, 어쩔 수 없는 이념 자체 때문에 국가이익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상호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늘날 북·러의 이념 사이에는 상당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으나, 그들 사이에 유지되고 있는 우호관계 때문에 많은 문제가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북·러관계가 보다 긴밀해지기 위해서는 이념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북·러관계 발전의 배경 및 결정요인의 분석으로 비추어볼 때 오늘날 북·러관계 발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주노선의 유지와 경제발전을 위한 원조획득 및 러시아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대내·외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분간 러시아와 유대를 계속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북한은 국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러시아와 과거수준의 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중국에 보다 치우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하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등거리 외교를 추구하면서 중국을 통한 서방선진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중국에 편향될 가능성이 클 것이 예상된다. 결국 북한은 중·러로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자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어느 영향권에서도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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