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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시리즈 2000-
정보통신 혁명과 한국외교의 과제
교 수 이 근
外交安保硏究院
요 지
정보통신 혁명은 시공의 축약과 그 속에서 전달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증가, 그리고 국제관계에 참여하는 행위자의 수를 증가시키는 변화를 가져와 국제관계의 상호의존 밀도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외교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정보력과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 그리고 그것을 응용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국제정치에서 힘의 분배가 일극화되어 가는 구조적 변화가 가장 큰 환경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분류, 해석, 보유, 가공, 전파, 공급할 수 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을 소유한 미국은 이러한 정보력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우방국에게는 정보우산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을 응용한 최첨단 무기는 자국 인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원거리까지의 힘의 투사 및 전투를 가능하게 하여 군사력에 의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편, 저비용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을 달성하는데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특정한 가치, 규범, 사상 등을 고밀도로 광범위하게 전파시킬 수 있어 미국의 연성권력(soft power) 역시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은 또한 국가가 처리해야 할 복잡성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국제정치 행위자 수의 증가뿐만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고, 신뢰도를 파악하고, 위험한 정보를 차단하며 순식간에 이동하는 정보 및 디지털 상품에 대한 관리와 같은 문제들은 이전에 비해서 훨씬 빠른 속도의 국가 대응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훨씬 효율적인 업무처리 능력, 그리고 훨씬 정확도를 기하는 업무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노출된 국가의 다양한 부서를 포함하여 특히 외교통상부의 조직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안보 면에 있어서도 기존의 전통적 안보에 있어서 정보력 및 정보통신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비전통 안보 분야의 위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실 정보통신혁명은 이러한 비전통 안보 면에서 가장 새로운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다른 변화들은 이미 그 전에 있어 왔던 것들의 속도와 양적인 변화라고도 할 수 있으나 비전통 안보의 위협은 전혀 다른 차원의 국가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운용의 대부분이 전산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여기에 민주화와 세계화의 물결이 가세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전반의 전산망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도 전산망 침투는 초국경적으로 신속하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만일 이러한 전산망을 교란시키고 정부에 정면으로 도전할 전문지식의 사람들이 조직화된다면 그 파괴력은 동아시아 전 지역으로 퍼질 것이며 이는 국가안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지역안보의 문제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외교통상부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는 외교통상부 자체의 정보역량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역량 강화는 단순히 외교통상부의 체제를 전산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양의 정보 중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파악, 수집, 처리, 가공,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같이 의미한다. 또한 정보 흐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응 역시 빨라야 하므로 외교통상부의 기민성 역시 증대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질적으로 우수한 외교통상부 인력의 확보이다. 한편, 빠른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 업무 담당자에게 권한을 더욱 확대하고 의사소통을 전산망을 통하여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조직적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혁명에 의한 국제정치에 있어서 힘의 일극화 경향은 우리에게 미국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정보력, 군사력 및 연성권력 모두에 있어서 미국의 도움 없이는 한국의 국가이익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미 동맹에서 정보 공유의 문제와, 가치 및 규범의 공유를 이끌어 내어 국제관계에 있어서 연성권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국이 미국과 같이 창출해 나가는 구도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혁명에 의한 비전통적인 안보위협의 증대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으로서 정부가 민간영역의 경쟁체제를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즉, 이윤추구의 동기를 부여하여 방어체계의 구축을 민간에 맡기고 이를 정부가 구매하거나 아웃소싱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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