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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핵합의의 이행평가와 美ᆞ北 관계 전망
김국진
1995.02.08
94.10 美北간에 타결된 제네바 핵합의는 지난 3개월 동안 순조로운 이행과정을 보여 왔으나, 핵합의 이행의 초기단계에 있어서 북한의 핵심 이행사항인 한국형 경수로 수용 및 남북 대화 재개가 아직도 미해결 및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향후 제네바 핵합의의 이행과정과 美北 및 남북 관계개선의 전망에 귀추가 주목됨.
제네바 핵합의는 "톱니바퀴"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한 쪽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체 합의의 틀이 진전될 수 없는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긴 하나,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포괄적인 기본 틀로 기능하고 있음. 이러한 핵 합의의 이행사항은 그 첫단계에서 어느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 북한은 핵합의 이후 흑연로 관련 핵프로그램을 연결하였고 사용후 연료를 건식보관키로 미국과 최종합의하였음.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흑연 감속로 원자로의 동결에 따른 對북한 대체에너지 공급을 위해 중유 1차분 5만톤을 지원하였으며 2차(95.10까지 10만톤), 3차(96.10까지 50만톤) 지원계획도 발표하였음. 한편 북한 외교부는 핵합의에 따라 미국상품 및 선박에 대한 반입제한을 1월중순부터 완전히 해제한다고 발표하고, 영공개방, 국제스포츠ᆞ문화제전 등 일련의 대외개방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있음. 이에 대해 미국은 비록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對北경제제재를 어느정도 완화하는 유연성을 보였음. 그러나 북한은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 가일층 對南비난에 치중하고 있음은 물론 핵합의의 핵심 내용인 한국형 경수로 수용 및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향후 제네바 핵합의의 이행과정은 난항을 보일 것이며, 그와 더불어 美北 관계개선도 지연 또는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음.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참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추구하고 있는 바, 이는 핵합의가 단순히 북한 핵문제 해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를 통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끌어내려는 냉전이후시대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기본구도인 「확대정책」(enlargement policy)의 일환인 것임. 이러한 미국의 對북한 참여정책에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 등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하고 범세계적 차원에서 NPT체제의 유지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것임.
냉전종식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직면한 북한은 냉전이후시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존속하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왔음. 특히 북한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 체제의 대외적 정통성 확보, 美,日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개선과 그에 따른 경협획득으로 경제난관 해소 등 다목적으로 미국과의 간계개선을 겨냥하여 제네바 핵합의를 타결하였던 것임. 남북관계를 對美관계의 종속변수로 인식해온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聯美反南정책」을 추구, 세계적인 脫냉전추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냉전상황을 지속시키는 등 한반도 상황의 이중성을 야기시킴으로써 오히려 자신들이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對美관계개선에 실질적인 장애요인을 조성하고 있음.
따라서 향후 美北 양자관계의 형식과 실질의 격상 및 확대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임. 즉 북한이 실질적인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경수로지원 프로젝트에 있어서 한국형 경수로를 채택,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다면 美北 연락사무소 개설 등 관계개선에 있어서 순항과정을 밟게 될 것임.
제네바 핵합의 이행과정이 2단계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남북 및 韓美 관계를 보다 분명하고도 신축성 있는 정책을 갖고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음. 즉 북한에 대해서는 경수로 지원 프로제트와 관련, 한국형 경수로 건설을 통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북한의 핵문제 해소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남북관계진전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및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능동적인 통일외교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임. 그러나 다른 한편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을 추진해가는 동시에 전환기에 있는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불확실성, 불가예측성을 감안, 對美 안보외교의 강화 등 우리의 안보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임.
특히 과거 냉전시대와는 달리 美北 양국관계가 핵문제 해소 이외에도 양측의 정치경제 및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美北관계개선이 남북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에서 對美외교를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음. 한국형 경수로 채택, 5년후 북한 핵활동의 과거사 규명 등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확립, 이를 관철해야 하며,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한국민의 주권감정상 이를 수용할 수 없으며,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 정전체제를 대체해야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ᆞ북이 주축이 되고 美ᆞ中이 참여하는 「2+2」방식 등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신축성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제네바 핵합의는 우리의 對北 포용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단순한 남북차원을 넘어 美,日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체제의 바탕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우리의 다목적의 외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만이 아니라 日ᆞ中ᆞ러 등 주변세력과도 다차원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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