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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太지역 주요 해양 문제와 지역 안보
백진현
1996.09.04
亞太지역의 지정학적/전략적 환경에서 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음. 역내 대부분의 국가들이 해양에 접해 있어, 해양은 이들 국가의 주요 식량원이며 필수적인 교통과 통신의 수단임. 또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은 석유, 천연가스 등 해양 자원의 잠재적 부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임. 수출 지향적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게 해로 안전의 확보는 국가 경제와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임.
역내 국가들의 해양에 관한 이익(maritime interests)은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상충되기도 하여,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국가간 마찰을 유발하여 지역 안보의 위협 내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음. 또 亞太지역에는 해양 영토 분쟁이 존재하여 역내 안정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음. 남사군도(Spratly), 서사군도(Paracel), 센카쿠, 남부쿠릴(Southern Kuriles) 등 영토 분쟁은 최근의 연안국의 관할권 확대 추세에 따른 경계 획정 문제와 주변 해역의 자원 이용 문제와 맞물려 관련국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음.
그러나 안정적인 지역 해양 질서나 해양 체제는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 안정적인 해양 질서의 구축에는 무엇보다도 해양의 이용과 관련한 규범이 명확해야 함. 해양 이용과 보존/보호에 관해 종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엔 해양법협약이 1994년 11월 발효하였고 상당수의 지역 국가들이 同 협약을 비준하였으나, 협약이 규정 자체가 모호한 점이 많으며 해석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
亞太지역 전반에 걸친 전략적 불확실성과 함께, 상기 해양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지역 국가들은 해군력 강화에 점차 관심을 돌리고 있음. 이러한 현상이 군비 경쟁의 양상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고 있으나, 역내의 경제적 변경과 불확실한 해양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맞물려 점차 뚜렷한 군비증강의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음. 또 이러한 해군력 강화 추세는 지역 안보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음.
脫냉전 시대의 亞太지역의 해양 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역내의 잠재적 분쟁 요인이 본격적인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톡 예방 외교적 조치가 절실함. 이를 위해 군사적 측면의 신뢰/안보 구축 조치뿐 아니라 종합 안보적 측면에서 비군사적인 분야의 해양 협력도 중요함. 또 안정적인 해양 질서 구축에 필수적인 지역내 해양 관행의 투명성 제고와 해양 이용에 관한 명확한 규범의 확립도 중요함.
그러나 해양 신뢰 구축 조치나 해양 협력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 과거 여타 지역에서 시행되었던 방안들을 그대로 도입․적용하기보다는 脫냉전 시대 亞太지역 해양 안보 환경의 특성과 현실을 분명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실성이 있으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을 찿아야 할 것임. 또 각종 신뢰 구축 조치나 해양 협력을 시도함에 있어서 소지역 단위로부터 점진적, 단계적으로 출발하는 접근 방식이 바람직함.
이러한 점에서, 亞太지역의 경우 군사적 분야의 신뢰 구축 조치보다는 비군사적 분야의 해양 협력이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면에서 전망이 밝음. 특히 합동 훈련이나 다국간 해군 협력 등은 취지는 바람직하나 亞太지역의 현실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 지역 해상 사고 방지 협정은 脫냉전 시대 亞太지역 해양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조치이나, 과거 NATO와 소련이 채택했던 방식의 협정은 이 해역에는 적실성이 없으며 보다 창의적인 내용의 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임.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다양한 해양 문제에 당면해 있을 뿐 아니라, 해상 교통로의 안전 확보에 중대한 이익이 걸린 한국으로서는 남사군도 문제, 인도네시아 군도 수로 지정 문제 등 亞太지역의 주요 해양 문제가 한국과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는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우리 나름의 입장을 마련해야 할 것임.
또 해양 자원 이용이나 해양 오염, 해양 과학 조사 등은 지역 협력적 차원에서 접근할 때 경제적으로 최적 이용이 보장될 뿐 아니라 안보적으로도 바람직하므로,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기능적 접근에 바탕을 둔 지역 협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임.
향후 아세안지역포럼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양 안보 협력 문제는 한국이 논의를 주도하기에 매우 적합한 주제인 만큼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하여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임. 특히 각종 해양 신뢰 구축 조치를 고려함에 있어서 기존의 방안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亞太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분명히 파악하여 보다 창의적이고 적실성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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