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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무기이전의 현황과 전망
윤덕민
1996.08.07
냉전붕괴이후 세계적으로 군비감축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나, 동아시아는 세계 주요지역중 유일하게 실질 군사비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실질 군사비 증가에 힘입어 무기이전(arms transfer)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부상되었음. 동아시아는 94년 서유럽을 제치고 중동 다음의 세계 2위의 무기수입 시장이 되었음. 특히 동아시아의 무기이전은 과거 중고무기 중심에서 고성능 전폭기, 미사일, 전자전 장비, 공중조기경보기(AWACS), 잠수함, 미사일 유도호위함, 해상초계기 등 선진국의 고성능 첨단무기에 집중되고 있으며, 해공군력과 관련한 무기이전이 두드러지는 추세임. 지역에 있어서, 가장 큰 무기 공급국가는 미국으로, 냉전종결로 러시아의 무기수출은 급격히 감소한 반면, 걸프전이후 효력이 입증된 美製 무기도입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임.
동아시아에서 무기이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배경으로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 수 있음. 동아시아의 고도 경제성장은 동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고가의 첨단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해주고 있음. 더욱이 동아시아국가들은 대부분 신생국가로서 민족주의 경향이 강하며 '부국강병'을 국가목표로서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 바 군비증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없음. 또한 냉전종결로 美ᆞ러의 안보공약이 축소되거나 불확실한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등 지역강대국의 군사력 강화가 지역정세의 불안정 내지는 불확실성을 초래하여 역내 각국은 군사력 현대화에 힘을 기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음. 한편, 공급국의 측면에서도 최근 동아시아의 활발한 무기이전 경향을 설명할 수 있음. 선진국의 군수산업은 냉전종결이후 국내수주의 급격한 감소 속에서 그 활로를 해외무기수출에서 찾고 있는 상황이며, 주요 공급국들은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무기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음. 현재 미국은 대량살상 무기의 이전에는 관심을 갖고 봉쇄하려 하지만, 첨단병기의 이전에 관해서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판촉을 벌리는 상황임.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고도 경제성장으로 상당한 재원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가의 첨단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임.
중동 등 여타지역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불법무기 이전 등 부정적 경향이 북한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동아시아에서 거의 목격되지 않는 등 동아시아의 무기이전은 여타지역에 비하여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임. 그러나 동아시아의 무기이전 상황은, 아직 군비경쟁(arms race)으로 분류할 정도는 아니지만,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지역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개연성을 갖고 있음. 동아시아 각국의 무기도입 현황에서 주목되는 점은 과거 치안유지 및 방어차원의 전력에서 어느정도 힘을 '해외에 投射할 수 있는 전력'(power projection capabilities) 구축을 위한 무기도입으로 초점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임. 고성능 무기의 확산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원거리, 장기간의 작전능력을 갖게 해주고 있음. '힘을 해외에 投射할 수 있는 전력'은 기본적으로 공세적 전력이라고 볼 수 있으며, 현재 중국과 일본은 장거리의 投射능력을 구하고 있으며, 동남아 각국들은 중거리 投射능력을 갖추려 하고 있음. 이와 같은 각국의 움직임은 냉전이후 불확실성과 불신의 역내 상황과 맞물려 이웃국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게 되고, 궁극적으로 군비경쟁과 지역의 긴장을 유발시킬 소지를 갖고 있음. 특히 장거리까지 힘을 미칠 수 있는 고성능 무기의 확산은 남사제도 문제 등과 같은 전통적 지역갈등에 있어서 군사적 해결을 자극하여 지역분쟁으로 쉽게 비화될 위험성을 높이고 있음.
동아시아의 무기이전은 고도 경제성장의 지속, 공급국들의 적극적 무기수출 정책, 지역정세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경제적 침체에 있는 중동을 앞질러 세계최대의 무기시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한국은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무기이전의 상황을 투명화시킬 수 있는 ASEAN-ARF 등 다자안보협력을 활성화하는 한편 동북아의 무기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기구의 창설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음. 한편 해양에서 작전 가능한 고성능 무기가 동아시아 각국으로 이전됨에 따라, 중동의 석유를 연결하는 한국의 사활적 SLOC은 역내 대부분 국가의 해군력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게 될 것임.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 해양 작전능력을 갖춘 해군력을 배양할 필요성이 있으나, 군사력으로 기나긴 SLOC을 보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임. 우선, 한국은 SLOC 주변의 국가들과의 우호친선관계를 유지하고 다자간 안보협력의 틀 속에서 신뢰조성을 통해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임. 또한 지역에 있어 강력한 해군력을 가진 미국 그리고 우리와 SLOC을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에 입각한 SLOC 안전을 위한 韓ᆞ美ᆞ日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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