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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경수로 지원사업의 현황과 전망
윤덕민
1997.04.09
제네바 합의는 경수로 공급의 정도에 따라 약 10년여에 걸쳐서 북한이 점진적으로 「핵안전조치협정」의 이행과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포기하도록 되어 있음. 즉 경수로 공급이 지지부진할 경우, 북한은 핵동결이외에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임. 對北 경수로 지원사업은 제네바 합의의 이행에 있어서 열쇠를 쥐는 사항임. 한국이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對北 경수로 지원사업에 중심적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고 북한의 철저한 핵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며, 간접적으로는 경수로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남북 인적ᆞ물적 교류를 활성화하여 남북간의 긴장완화 및 장기적인 민족공동체 발전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음.
북한은 경수로 협상에 있어서 매우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조속한 착공을 요구하고 있음. KEDO측도 제네바 합의에서 합의된 일정보다 상당히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 조속한 착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 경수로 공사 착공 시기는 후속의정서 협상상황, KEDO-한전간의 주계약 협상, 한전과 북한측 기업간 이행계약 체결, KEDO내 재정분담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KEDO측은 조속한 착공을 위해 우선 한전과 예비사업계약(PWC)을 체결, 숙소건설, 부지 정지작업, 접안부두의 하역시설 등에 대한 공사를 시작하여 상징적 의미에서 경수로 건설의 조기 착공을 추진할 계획임. 예비사업을 통한 착공에 필요한 2400만불의 재원은 한국이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지출하기로 하였음. KEDO-한전간의 예비사업 계약이 체결되면, 주계약자 한전은 북한과 경수로 이행계약을 체결하고 268만평 부지에 대한 인수증을 받게 됨. 금년 하반기 초에는 경수로 공사의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됨. 그러나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수 억불의 초기 공사대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KEDO내 재정분담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임.
향후 KEDO 사업은 비용분담 문제, 북한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특별사찰 문제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임. 특히 對北 경수로 지원은 한국이 그 중심적 역할을 맡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기 때문에, 경수로 사업의 성패는 사실상 사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 그러나 국내 경제적 어려움과 잠수함 사건을 비롯한 북한의 잇단 군사적 위협 움직임은 국민의 對北 지원에 대한 열망을 식게 한 바 있음. 따라서 對北경수로 사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시급히 요구됨.
한편 군사적으로 민감한 핵관련 기술과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는 만큼, 남북간의 원자력 협력 협정을 반드시 체결하여야 할 것임. 원자력 등 민감한 전략물자 및 기술의 수출에 관한 국내법 절차의 정비ᆞ강화와 함께, 전략물자 통제기구인 핵공급국그룹(NSG), 바세나르 체제 등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통해 남북원자력 협정을 위한 대내외적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임.
對北 경수로 사업은 약 10년간에 걸쳐 약 60억불이 소용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 한국표준형 경수로가 북한에 건설되는 이상, 2-3천의 기술자와 수백만톤의 기자재 및 장비가 남한으로부터 북한에 운반되어야 함. 이에 따라, 육상, 해상, 항로 등 남북통로의 개방이 불가피할 것임. 이와 같은 남북간의 대규모 인적ᆞ물적 교류가 비록 신포라는 경수로 건설부지에 한정시킨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폐쇄적인 북한사회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것임. 한국형 경수로를 북한에 건설하는 것은 분단이후 과거 반세기이상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남북간의 실질적 교류효과를 갖는 것으로 평가됨. 특히 남북의 기술자와 근로자가 같이 경수로 건설에 참여하게 될 것임. 이러한 맥락에서 對北 경수로 사업은 남북통일의 역사적 실험장이 될 수 있음. 비록 북한은 경수로 사업에 있어서 주접촉선을 미국에 한정하려 하고 있지만, 사업이 진척되어 건설이 시작되면, KEDO-북한간의 협상 모습에서 한전(한국)-북한간의 협상으로 변화되어 갈 것임. 결국 對北 경수로 지원이 북한경제 및 사회 그리고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인식, 북한체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수단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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