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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정세변화와 한국외교의 과제
김성한
1996.06.12
초고속 인프레, 외채누적, 사회불안 등으로 멍든 1980년대를 마감하고 1990년대에 들어와 민영화, 脫규제화, 무역자유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중남미는 기회와 도전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음. 1980년대 민선정부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물려받은 군부통치의 유산을 조속히 청산하지 못한 채 정책적 표류를 거듭했고, 특히 국내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적자예산 운용, 소득 재분배를 위한 명목임금 상승, 가격 및 환율통제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포플리즘'(populism) 정책의 시행으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초래했음. 80년대 '3저 호황'을 구가했던 동아시아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냉전종식으로 인해 국제체제에 편입되게 된 동유럽국가와의 경쟁심리 등이 작용하여 마침내 중남미 유권자들은 '더 이상 대안은 없다'는 인식하에 80년대 말부터 反포플리즘적인 대통령후보를 지도자로 선택하기 시작했음. 동유럽보다도 여러 측면에서 성장의 잠재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 중남미는 미국,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여러 선진자본국 및 국제기구가 제시한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받아들여 재정운용원칙의 확립, 국가보조금 철폐, 재정부문의 자유화, 경쟁환율유지, 해외 직접투자의 장애제거, 무역자유화, 민영화, 규제철폐 등의 정책을 시행에 옮기고 있음.
'90년대 들어와 단행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조치들로 인해 '85-'90년 기간동안 1.5%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이 '90년대 들어와 현재까지 3.5-4.0%의 성장을 보이고 있고, 高인프레, 외채증가, 통화불안과 같은 병적인 징후들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음. 게다가 중남미에서는 경제적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소지역 국가들간에 경제통합기구들이 결성되어 회원국간 교역을 증대시키고 있음.
중남미는 시장개방, 수입자유화, 국내산업구조 조정, 수출산업 육성 등 현 정책기조를 지속성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통합 추세도 더욱 가속화될 것임.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성과가 유지될지의 여부는 낮은 국제금리체계와 지속적인 외국자본 유입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와, 급격한 국제화의 흐름속에서 빠른 시간내에 경쟁력있는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개별국가의 능력에 달려있음. 아울러 중남미 정부는 거시경제적 안정과 빈곤 및 소득격차의 해소를 균형있게 달성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음.
이러한 중남미의 기회와 도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남미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통인식의 바탕 위에서 정치경제 및 문화협력의 틀을 공고히 해나가는 '환태평양 협력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對중남미 외교의 기조로 삼아야 할것이며, 한국의 국제기구 참여가 증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 과거 냉전시기에 구축해 놓은 우호선린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양자 및 다자외교관계를 강화하도록 힘써야 할 것임. 현재 외무부 미주국에서 담당하고 있은 對중남미 외교의 적극화를 위해 '중남미국' 신설을 검토할 수 있음. 아울러 양 지역간 교류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문화외교의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임.
개방경제를 취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으므로 관심과 투자를 제고해야 함은 물론 단순한 소비재 상품 수출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대비한 자원확보, 북미 및 중남미시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투자진출 기지 및 병참화, 그리고 통신 및 정보산업 등 서비스 교역의 확대 추진 등의 대상으로 중남미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음. 자본재 및 기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의 교역품목 확대노력과 함께 韓ㆍ중남미 무역역조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중남미 지역에 대한 적절한 투자와 원조를 행해야 할 것임.
경제발전국과 개도국이 혼합되어 있는 APEC에서 교량역할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APEC에 참여하는 NAFTA와 같이 CACM, ANCOM, MERCOSUR 등 중남미 경제통합기구들과의 관계를 강화한 후 중장기적으로 이를 APEC에 연결시키는 외교적 이니셔티브 강구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비전통적 안보문제(환경, 마약, 불법이민등)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비전통적 안보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대처방안을 수립하는 데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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