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o:abstract |
국제투자규범 논의의 최근동향과 한국의 입장
조용균
1996.06.05
최근 경제활동의 범세계화와 새로운 비교우위체제의 구축에 따라 외국인직접투자를 비롯한 국제투자는 양적, 질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음. 국제투자는 경쟁적 세계경제질서하에서 각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으며 따라서 과거와는 달리 국제무역과는 대체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인 관계에서 인식되고 있음. 최근의 변화는 투자규모의 양적 확대는 물론이고 투자분야의 확대와 투자유형 및 주체의 다양화 등 질적인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하고 복잡화된 국제적 투자활동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투자규범을 요구하게 되었음.
기존의 국제투자규범은 1961년 채택된 양대 자유화규약을 비롯한 OECD 규범이 중심이 되어왔으며 최근 WTO의 서비스일반협정(GATS), 무역관련투자조치(TRIMs) 등의 협정에서 부분적으로 규범의 보완이 이루어졌음. 그러나 한편 통합된 형태의 포괄적 투자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협정의 숫적 증가는 오히려 상호중복이나 불합치성으로 인하여 국제투자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측면도 있음. 이러한 기존 투자규범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OECD 국가를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투자환경을 수용하면서 포괄적이고도 법적구속력을 갖는 다자간 투자협정(MAI: Multilateral Agreements on Investment)을 추진키로 합의하였으며 현재 OECD내에 이를 위한 협상이 진행중에 있음.
MAI 역시 기존의 OECD 투자규범을 기초로 하고 있으나 이들 기존 투자규범의 강화, 새로운 투자자유화조치, 투자보호, 분쟁해결절차의 확립, 비회원국의 참여 및 제도적 문제 등의 분야에서 5개의 실무작업반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 원래 예정에 의하면 96년말 싱가폴 WTO 각료회의까지 협정의 대체적인 골격을 마련한 다음 97년 OECD 각료회의에서 이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궁극적으로 비회원국에 대해서도 참여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입장이나 협정의 자유화 수준의 후퇴를 우려하여 비회원국의 협상과정 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임.
MAI의 성패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합리적 규범의 마련과 더불어 그것이 기존의 수많은 단편적인 투자규범을 통일된 체계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여타 투자협정과의 관계에서 MAI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이를 통해 협정간의 중복을 조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음.
현재 다자간 투자규범의 논의에 개도국의 보다 적극적 참여를 위해 이 문제를 WTO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의제의 민감성과 투자자유화에 대한 선진개도국간의 현격한 입장의 차이로 볼 때 당분간은 OECD 내에서 투자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임. 또한 OECD 국가들의 포괄적 투자규범 마련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96년말 혹은 97년 각료회의까지는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됨.
한국은 80년대 중반이후 첨단기술의 도입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직접투자규모의 급속한 증가를 보여 왔음.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투자 5개년 개방계획'과 새 외국인직접투자법의 입법화 과정을 통해 투자자유화의 제도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외국인투자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음. 그 결과 현재 한국의 투자 환경은 의무적 이행요건의 철폐 등 기존 투자의 보호에 있어서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으나 다만 투자개념의 확대에 입각한 자유화의 영역과 관련하여 금융투자분야에서는 여전히 상대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음. 한국은 투자유치국으로서의 입장에서 뿐 아니라 최근 해외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생산입지의 이전과 각국의 보호주의적 국경조치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은 해외투자에 대한 일련의 자유화조치를 통해 해외투자 규모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임. 또한 해외투자의 대상국에 있어 중국과 아세안 등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점유하고 있음을 볼 때 한국은 외국인투자환경의 개선은 물론이지만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투자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입장임. 이를 위해서는 OECD와 앞으로 있을 WTO에서의 논의 등 투자자유화를 위한 제반 다자간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음.
MAI 협상에는 현재로서 비회원국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관련위원회(CIME, CMIT)의 참여와 더불어 OECD와 비회원국(DNME)과의 정책대화, 개별회원국과의 쌍무적 대화 등 다각적인 대화채널을 이용하여 협상과정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또한 우리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임. 또한 한국은 금년 안에 OECD 가입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국가로서 MAI 협상에서 여타 비회원국과는 다른 특별한 고려를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음.
한국으로서는 다자간 투자규범에 대한 논의가 OECD 회원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대해 개방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현재 OECD 관장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MAI 협상을 WTO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음. 이는 개도국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한국의 해외투자시장자유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의 투자자유화에 대한 부담도 다소 덜어줄 수 있을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