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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 제의의 배경과 전망
김용호
1996.05.03
韓美양국은 1996.4.16 제주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위해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함. 이러한 제의가 나온 배경은 최근 북한의 對美평화협정 체결 공세와 정전협정 무력화 책동을 차단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였고, 또한 경색된 남북한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여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임. 또한 국제사회의 脫냉전 추세에 발맞추어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음.
이런 4자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과 주변국의 태도를 분석해 보면 북한과 중국의 경우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 북한은 4자회담을 제의한 미국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번 제의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함.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對美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제안한 4자회담을 거부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美ᆞ북한이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에서 볼때 이번 제의를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하고 있음. 한편 중국은 이번 韓美 양국의 4자회담 제의에 대해 "이해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이 4자회담을 지지하는 경우 참여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음.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4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됨. 그런데 이번 4자회담에서 제외된 일본과 러시아의 경우 매우 대조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바, 일본은 적극적으로 4자회담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함.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자국의 안보에 긴요하며 또한 韓ᆞ美ᆞ日간의 정책 협의를 통해 자국의 對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4자회담을 지지하고 있음. 한편 러시아는 4자회담에서 소외됨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에 있어서 자국의 영향력이 더욱 축소될 것을 우려하여 이번 제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함.
4자회담의 성사여부는 아직 북한과 중국이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불확실함. 북한의 경우 당분간 對美관계 개선에 치중하는 한편 4자회담 수락에 따른 반대 급부를 최대화하고 또한 4자회담의 틀 속에서 美ᆞ北 양자간의 평화협상에서 추구하려 했던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됨. 한편 중국의 경우 북한의 공식적인 태도 표명이 있은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됨.
4자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현재 남북한 관계의 현실을 감안해 볼때 회담은 고전적인 평화협정에 포함되는 전후 처리, 분쟁 재발 방지 및 해결, 평화보장 장치 강구 중에서 분쟁 재발 방지 및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정전협정의 대체 문제와 남북한관계의 정상화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 4자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역할은 남북한 평화협상의 중재자이자 합의사항의 보장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됨.
4자회담 관련 향후 우리의 정책방향에 있어서 정부는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협상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추진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임. 또한 우리 정부는 4자회담의 성사와 성공적 추진을 위해 對4각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인바, 對美외교를 통해 美ᆞ北관계개선이 남북한관계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양국간 정책 협의를 더욱 긴밀하게 추진하며 향후 4자회담의 진전에 대비하여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인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한국 방위의 한국화에 관련된 문제들을 사전에 협의해 나가야 할 것임. 우리 정부는 중국과 경제ᆞ사회ᆞ문화 교류의 확대와 함께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임. 한편 일본과 러시아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4자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한 국제적 보장과 관련하여 한반도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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