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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비용 추계의 의미와 한계
조용균
1997.09.18
한반도 통일비용의 추계는 독일 통일 이후 통일에 대한 절대가치가 약화되고 현실적 인식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1990년 이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음. 그러나 통일비용의 추계는 그 금액의 막대함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혹은 연기를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등 부정적 효과를 수반하는 측면도 있음.
통일비용은 원래 포괄적ㆍ추상적 개념으로서 추계의 목적이나 방법 및 계량화의 수준에 따라 그것이 포함하는 범위가 달라질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통일의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인 통일편익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균형된 시각을 결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통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측면에서는 비용을 과다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일반적으로 통일비용 추계의 주요 항목으로는 북한 주민의 생계비 지원, 의료보장 지원, 북한의 대내와 부채의 부담 등에 따르는 단기적 조정비용 성격의 위기관리비용과 북한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투자 및 생산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등 투자비용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실제 추계에서는 이등 중 어떤 것을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 다양한 비용 개념과 다양한 비용 규모가 도출되고 있음.
한반도 통일 과정의 높은 불확실성은 통일비용의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음. 즉,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통일비용의 개념 자체의 차이는 물론 그밖에도 급진적 혹은 점진적 통일간의 통일 방식의 차이, 통일 시기의 차이, 그리고 남북한 소득격차의 해소와 관련한 경제통합 조정 목표의 차이 등이 실제 추계에 있어서의 큰 편차를 설명하는 주요 변수라고 볼 수 있음.
통일비용의 추계는 대체로 두 가지 방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 첫째는 통일에 수반되는 직접적ㆍ경제적 비용의 항목을 열거하고 각 항목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추계해 이를 합산하는 방법이며, 또다른 방법은 북한의 소득수준이 남한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소요되는 투자 소요액을 계량모델의 설정을 통해 추정하는 방법임.
현재까지의 다양한 통일비용 추계 결과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용의 규모가 한국경제의 부담 능력에 비추어 매우 크다는 것임.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우선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바, 첫째, 통일 가치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통일 편익을 고려하는 경우 특히 그 중 분단비용의 해소는 통일과 동시에 단기적으로 얻어지는 이익으로서 비용의 부담을 적지않게 덜어주는 요인이 된다는 것임. 둘째 통일비용에 정부의 재정 부담 이외에도 미래의 수익을 전제로 하는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포함함으로써 비용의 과다평가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임. 따라서 통일비용 추계 시도는 통일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는 인정되지만 그 결과를 통일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임.
현 단계에서 통일비용 추계는 그 절대적 규모에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우며 추계 과정의 개선과 더불어 통일 편익을 고려하는 균형있는 접근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임. 또한 통일비용은 결국 우리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상대적 개념이지 절대적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통일비용의 크기가 결코 통일의 기피나 지연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임. 한편 통일비용의 규모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는 없으나 정부 재정에 의한 부담이 국민의 조세 부담의 증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국제자본시장에서의 채권 발행이나 외국자본의 유치를 포함하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활성화되어야 할 것임. 또한 이와 관련 한반도 통일은 지역안보 및 세계안보에도 기여하는 만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변 관련국들 및 국제금융기구 등으로부터의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
통일비용은 남북한 소득격차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의 확대를 통해 북한 경제난을 완화하고 개방과 개혁을 유도함으로써 소득격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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