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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금융위기와 정국전망
고재남
1998.06.24
지난 5월중 발생한 러시아 금융시장 불안은 작년 10월말 이후 간헐적으로 계속된 주가 폭락, 금리 인상, 외환 보유고 급감 등이 심화된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위기감을 고조시켰음. 이에 옐친 정부는 적극적인 금융시장 개입에 나섰으며, 미국 등 서방세계는 물론 국제 금융기구가 호의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 일단 위기 국면은 벗어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
이번 러시아 금융 위기는 그동안 지속되어 온 국내 정치적 불안정과 정경유착의 심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조세제도 미비 및 경제상황의 악화에 따른 만성적인 세수 부족과 재정수지 적자 폭의 확대, 금융 기관의 취약성 및 대외 의존도 심화 등 蘇연방 붕괴 후 축적되어 온 정치ᆞ경제적 불안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임. 그런 한편으로 최근 키리옌코 신임 총리 임명을 둘러싼 의회와 행정부간의 대립 심화, 탄광 파업 등 경제ᆞ사회 불안의 심화와 국제 유가의 하락에 따른 경상수지의 악화, 또 이로 인해 초래된 외환 보유고의 급감과 그에 따른 외환 유동성의 취약화 및 인도네시아 외환ᆞ금융 위기에 따른 국제 투자가들의 투자 심리 위축 등이 이번 금융 위기를 촉발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음.
옐친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불어닥친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그동안 주로 금리인상, 즉 중앙은행 재할인율의 인상, 국채수익율의 인상, 롬바르트 금리인상과 환율 변동폭 확대 및 주가 등락폭의 제한 등의 방식을 이용하여 왔음. 그러나 5월에 발생한 금융시장 불안은 그 정도가 전반적인 경제위기 상황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할 뿐만 아니라, 키리옌코 내각의 출범과 때맞추어 IMF의 對러 대기성 차관지원 분위기 조성 및 외국인의 투자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개혁조치가 필요해짐에 따라서 다각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국내외 대책을 추진해오고 있음. 즉 옐친 정부는 대내적으로 금리 인상과 보유 외환의 방출, 금융 시장 안정화 조치의 발표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서방 정상들과의 접촉을 통한 협조 당부 외에 Eurobond 발행 등 외자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
한편, 92. 6.부터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과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하여 긴축정책 등의 추진 등을 조건으로 수차례에 걸쳐서 대기성 차관을 지원해 온 IMF는 이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옐친정부의 제반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확대재정차관 EEP 6.7억달러의 조기집행을 결정하였으며, 필요시 對러지원을 증가시킬 계획임을 밝히고 있음. 그러나 IMF는 이번 금융위기를 러시아의 자유경쟁, 투명성, 책임성 등이 신장된 시장경제로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임.
러시아 정국과 관련, 최근 신임 총리의 임명 동의를 둘러싸고 격화된 러시아 정부와 의회간 대립은 신 내각이 금융안정화를 위한 개혁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관련법의 입법화 및 정책추진을 둘러싸고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임. 또 경제정책에 관한 한 권한이 이전보다 강화된 키리옌코 총리가 경제 개혁 과정에서 과거와는 달리 금융ᆞ산업계 재벌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을 펴지 않을 경우, 행정부와 산업ᆞ금융계 재벌간의 갈등 또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삭감은 지역과 중앙간 갈등을 노정시킬 우려가 있음. 향후 키리옌코 내각은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국익 우선에 입각한 산업 구조 조정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이나, 권력기반이 취약하고 행정경험이 일천한 인사들이 다수인 키리옌코 내각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 목적하는 바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임.
한국은 러시아 금융위기가 기업 및 금융기관의 투명성 및 책임성 부재, 과도한 외채부담, 외환보유고의 급감 등 한국의 외환ᆞ금융 위기 요인과 유사성이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러시아의 금융위기 극복책을 면밀히 비교 분석하여 한국 상황에 맞는 외환ᆞ금융위기 극복책을 강구, 실행할 필요가 있음. 또 러시아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기보다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 현재 약 10억달러 내외로 알려진 한국계 투자자금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러시아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각국의 분석 및 우리 나름대로의 분석을 정기적으로 마련, 한국의 對러시아 투자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직면한 금융위기가 러시아의 對韓 경협차관의 조기상환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한국은 한국 기업이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구입난에 직면하고 있음을 감안, 원자재 등 현물상환을 통한 對러 경협차관의 조기상환을 적극 추진해 볼 필요가 있으며, 루블화 평가 절하시 한국 금융기관들의 對러 투자에 미칠 영향은 물론, 우리 금융기관에 많은 채권을 갖고 있는 외국은행에 미칠 영향을 분석,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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