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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정구조 개혁
서동만
1998.07.01
일본의 재정적자 현황을 살펴보면, 정부 일반회계의 국채 발행액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입에 대한 국채 의존도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 여기에 정부차입금 등을 더하면 1997년도 채무잔고는 약 521조엔으로서 명목 GNP 512조엔을 넘는 액수에 이름. 정부 채무의 누적으로 일반회계의 세출에서 국채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7년도에는 21.7%에 달하여 경직적인 예산구조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으며 국채 상환비 부담이 다른 민생관련 세출을 압박하고 있음.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일반회계의 재정적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6년도 4.4%로 이탈리아를 제외한 G7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임. 한편 고령화에 따른 재정적자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는데 96년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1902만 명, 총인구의 15%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2000년도 '고령화율'은 17.2%로 세계 최고에 달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음.
이러한 재정 적자의 배경으로는 국채의 발행과 대량소화가 순조롭게 이루어 진 점, 고도성장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국채 발행이 꾸준히 증가하였던 점, 1970년대 말 재정상태의 위기를 느낀 대장성의 재정 재건 노력과 소비세 도입 시도가 좌절된 점, 1987년 이후 호황 속에서 소비세가 도입될 수 있었으나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해 재정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점 등을 들 수 있음. 따라서 이러한 재정구조의 개혁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목적에서 97.1 재정구조 개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자민당, 사회민주당, 사키카케의 연립 3여당 등의 찬성으로 성립되었음. 이는 96년도 9조엔의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는 긴축 정책이 실시되는 가운데 결정됨으로써 당초부터 일본 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전망 하에서 입안된 이 법안은 일본경제가 침체상황에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수정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음.
하시모토 내각은 결국 98. 4 긴축재정을 통한 재정구조 개혁보다는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을 우선시키는 16조엔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하고 재정구조 개혁을 연기할 방침을 결정하였음. 당초 하시모토 총리는 96. 11 총선 승리를 배경으로 야심만만하게 6대 개혁을 발표하고 그 추진에 나섰으며 재정구조 개혁은 이러한 6대 개혁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음. 그러나 계속되는 경제 침체 속에서 금융시스템 안정화 시책으로 금융개혁을 유예하고, 재정구조개혁법 개정으로 재정개혁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행정개혁도 성청 재편 이외에 뚜렷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등, 개혁에 실패한 상태에 있음. 따라서 금년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는 일련의 개혁실패와 총체적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하시모토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가질 것임.
경제 분야에 있어서 美, 中, 日 간에 새로운 삼각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G7 국가들은 일본의 내수확대 조치가 아시아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정한 이해를 표시함. 그러나 일본 경제의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서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해소와 내수확대를 위한 항구 감세 조치가 초점이 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98. 7 참의원 선거 이전에 이들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 또한 엔 약세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 및 외환사정, 대외수출 환경을 다시 악화시키는 한편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야기하여 파국적 상황을 초래할 위함을 안고 있음. 이에 미국은 20억 달러의 협조개입에 나섰고 엔화는 다시 회복세를 되찾았으나 향후 추세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임.
따라서 한국은 미국 측에 대해서 협조 개입을 계속할 의무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가는 한편,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일본측에 대해 엔 가치 유지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임. 엔의 국제화는 단기적으로는 실현이 어렵다고 예상되나 국제 외환 금융 질서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아시아 지역 차원의 결제 수단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임.
한편 이러한 일본 경제 전반의 어려움과 관련, 정치군사대국화에 비교적 적극적인 '보보연합'노선의 약화 경향은 日中, 美中 간의 갈등요인이나 군비 경쟁요인을 감소시키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 이와 같은 정세를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안전보장 협력을 위한 조건으로 활용하기 위한 모색이 요청됨. 또한 경제 협력을 통한 北日 관계 개선노력이 다소 위축될 것을 고려하여 한국은 남북경협을 꾸준히 확대해 갈 필요가 있음. 동시에 한국의 신정부는 새로운 韓日관계의 모색을 위해, 자민당 내 온건 리버럴 세력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음.
한국의 재정 상황은 일본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으나 한국도 재정구조개혁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당초 일본에서 제기된 것과 마찬가지로 行財政개혁이 되지 않을 수 없음. 행정조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재정구조는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참고로 하여 형성된 경위가 있는 만큼 공공투자 부문의 개혁, 정부투자기관의 개혁을 통한 재정투융자 부문 개혁, 세제 개혁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연구, 검토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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